이번 작가 프로젝트에 응모된 300여 편의 작품들은 ‘개’를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았다. 개가 비중 있게 등장하는 다채로운 장르의 변신담과 설화, 역사, 판타지, SF, 추리, 탐정물 등을 만날 수 있어 검토 중에도 무척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기본적으로 장르 불문, 개라는 주제를 잘 녹여낸 작품 중 가독성과 흡인력이 높고 플롯이 꽉 찬 작품에 점수를 주었다.
전체를 5회차로 구분하여 검토를 하였으며 1차 검토분에서는 세 작품이 주요 논의 대상이었다. 「어둠 속의 공범」은 망치라는 애완견이 물어온 의문의 물건이 살인사건과 연루되는 흥미로운 이야기였으나, 전개상 다소 자연스럽지 못한 부분이 있어 아쉬웠다. 「행운이라 불리는 개」는 짜임새 있는 구성과 반전이 매력이었으나, 흡인력이 떨어지는 아쉬움이 있었다. 「천국의 번견」은 예상 외의 소재와 통쾌한 결말로 유쾌한 작품이었다. 이중 편집부는 고민 끝에 「천국의 번견」을 만장일치로 선택하였다.
2차 검토분에서는 「늑대의 시간」이 이견 없이 선정되었다. 공모전에 올라온 작품들 중에서 가장 강한 개의 캐릭터가 돋보였던 느와르로 개 외에도 인간 캐릭터들의 면면이 일관성 있고 마무리까지 설득력이 좋았다. 아쉽게 떨어뜨린 작품 중에선 「몽실이」의 경우, 캐릭터들의 광기가 마지막에 가서 반전처럼 드러나는 매력이 있었으나 극단적인 전개가 다소 아쉬웠다. 「개 님은 공무 수행 중!」은 코믹한 설정과 유쾌한 결말이 재미있었다. 액자식 구성을 취했던 「Dear」는 서정적인 판타지였고, 이야기 속의 이야기 구조가 반전처럼 와 닿아서 재미있었다. 「경태」는 일상 가족 소설로 능숙하지만 평범한 작품이었다. 고민이 많았지만 세 작품 모두 개성적인 다른 작품들에 비해 하나가 부족한 듯하여 올리지 못했다.
작품이 좋았으나 ‘개’ 공모전으로서 보자면 ‘개의 힘’이 부족했던 작품들도 몇 있다. 공포물 「704호의 개」도 재미있는 작품이었으나, 단편 공포물의 특징이라면 특징이지만 설명할 길이 없는 그 공포의 근원이 뜬금없다는 느낌을 주었다. 예술가의 정신이 무너져가는 과정을 임팩트 있게 그려낸 「연두」도 재미있었으나, 소설 전체에서 ‘개 연두’를 들어내더라도 딱히 소설의 전개에 영향을 미칠 것 같지 않았다. 작품의 완성도가 높아서 마지막까지 아쉬웠다. 「개와 주인의 마음」은 가장 아쉬웠던 작품 중 하나로, 주인이 죽으며 개에게 큰 재산을 물려주고, 이로 인해 일어나는 법정 공방의 쟁점이 매우 현실적으로 그려진 흥미진진한 작품이었다. 중반 이후의 몰입도는 좋았으나 앞부분이 지나치게 길었다고 생각된다.
3차 검토분에서 글의 호흡에 익숙해지기가 다소 어렵기는 했으나, 둘라한을 모티브로 차용한 설화풍 판타지 「견폐」가 전반적으로 애절한 감수성이 돋보인다는 데 모두 동의했다. 또한 논리적 근거는 다소 부족함에도 언어적 유희를 살리고 시대상을 반영한 대우주시대 SF물 「개가 된 존 버르의 인간성에 대한 사례」도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반면 아쉽게 선정하지 못한 작품으로 개의 성질을 활용한 일상의 사건을 묵직하게 담아낸 「송곳니」와, 개를 키우지 않는 이유에 대한 장광설이 독특한 SF 「프로키온이 빛나는 겨울 밤」이 있었다. 또한 「고여사의 개가 죽었다」와 「개도둑」 두 작품 모두 서정적인 흡인력이 매력적이었으나 전개의 흐름이 일정하여 전체적으로 다소 밋밋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4차 검토분에서는 두 편의 작품을 선정하였다. 먼저 세상을 떠나 저승에 머물던 개가 위기에 닥친 어린 주인을 구하는 내용의 「마중」은 그리 길지 않은 분량 속에 매력적인 설정과 따뜻한 감동을 담아 내어 만장일치로 선정되었다. 제각기 유기견을 발견한 소녀와 남자의 시점에서 번갈아 가며 진행되는 「보리」는 차근차근 단서를 얻어 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반면, 당나라 궁중사를 다룬 대체역사물 「다시 쓰는 장한가」는 독특한 배경과 캐릭터가 무척 매력적이었고 구성 역시 뛰어났지만, 정작 작품 속 개의 존재가 이야기에 녹아들지 못하고 부수적인 도구로 느껴진다는 점이 지적되어 아쉽게도 포함시키지 못했다.(다만 작가 프로젝트에 한정하지 않고도, 수정 및 보완을 거친다면 충분히 출판 가능한 작품으로 판단하였다.)
5차 검토분에서는 두 편의 작품이 선정되었는데,「우주에서 돌아온 지옥견 라이카의 복수-세상에 나쁜 인간이 많다」는 통통 튀는 유쾌한 전개가 흥미로운 SF작품이었다. 「토우」는 도입부가 다소 급작스러우나 설화와 판타지가 결합한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반면 「강가 맥주 배달 주식회사」는 다양한 개의 특성을 잘 반영한 루럴 판타지로 밋밋한 전개가 아쉬웠고 「그러미」는 구성은 탄탄한 편이었으나 밀도가 낮아 아쉬웠다.
예상되던 총 5편의 작품 외에 3편의 작품을 추가로 선정하여 총 8편의 작품을 선정하였다. 편집부에서 논의하며 아쉬운 작품이 여럿 있었으나 이 작품들은 추후 출판 기회 등을 제공할 때 다시 한번 논의해 보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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