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어스탐 경의 임사전언』 이영도 작가 근황 인터뷰

2025.11.6

“창작자는 창작물로 말하겠다고 나선 사람인데 왜 창작자한테 말을 시키는 건지 모르겠어요.”

―『어스탐 경의 임사전언』 본문 중에서

2017년 겨울, 브릿G 오픈 1주년을 맞이해 진행된 ‘만남의 밤’에서 발표되었던 이영도 작가님의 신작 출간 소식이 공개된 지도 어느덧 8년이 지났네요. 그 이듬해 출간된 신작 장편 『오버 더 초이스』 이후, 7년 만에 다시 전해 드리게 된 신작 장편 소식이 반값기 그지없습니다.

서두에 왜 저 인용을 꼽았냐 하면 도서 소개에도 나와 있듯 『어스탐 경의 임사전언』은 이영도 작가님이 3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쌓아 온 소설가로서의 통찰이 빛나는 작품이기 때문인데요. 이야기를 읽다 보면 작가와 독자의 관계, 창작자의 욕망과 재현의 윤리, 그리고 저작물의 검열에 이르기까지 문학 전반에 관한 묵직한 주제를 유머러스한 상상력과 흡인력 넘치는 전개로 풀어낸 어떤 집약체로서의 감동과 여운이 크게 남습니다.

그간 팸플릿이나 오디오북 브이로그 등을 통해 다양하게 예고 소식 전해 드렸던 『어스탐 경의 임사전언』이 드디어 11월 11일(화) 정식 출간될 예정인데요, 오랜만에 공개되는 신작 출간을 기념해 이영도 작가님의 근황을 서면 인터뷰로 담아 한데 전해 드립니다. 특히 이번에는 독자분들이 모아 주신 질문을 바탕으로 작가님께서 답변을 전해 주신 것이라 더 각별하기도 하고, 두루 모인 다양한 종류의 질문과 답변도 더없이 흥미롭게 느껴질 따름이네요.

매거진 하단에는 11월 11일 오전 11시부터 각 온라인서점과 브릿G에서 판매가 오픈되는 『어스탐 경의 임사전언』 친필 사인본 한정판 구매 이벤트와 구매처별 굿즈 특전을 한데 소개해 보았으니, 모쪼록 구매 계획에 참고하실 수 있었으면 합니다.

더불어 『어스탐 경의 임사전언』 전자책과 오디오북이 동시 출간되는 11/19(수)에는 브릿G와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도 동시에 오픈됩니다. 각 플랫폼별 구독 이벤트도 많이 기대해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sparkles:

 


 

Q. 최근에 가장 흥미롭게 즐기신 창작물이 있으시다면 하나만 소개해 주세요.

A. 사실대로 말하자면 최근에 하고 있는 건 「림월드」입니다. 몇 주 전부터 여기저기서 「림월드」 숏폼이 보이기에 뭔 일인가 했더니 DLC가 또 나왔던 모양이더군요. 그래서 지난 십여 년 동안 어쩌다 「림월드」 유행이 오면 받게 되는 고통, 그러니까 게임 스트리머들 방송 보면서 ‘왜 림월드를 스타크래프트 하듯이 하려고 드는 거냐고, 이 한국인들아! 왜 림월드 폰을 가지고 마린 허리 돌리기를 하려고 하는 건데!’ 하며 모니터를 보며 괜히 성질부리게 되는 고통을 받다가 못 참고 다시 하고 있지요.

얼리 액세스 시절에 구입해서 지금껏 하고 있으니 이젠 폰들 결혼식 시작하려는데 우주 해적들이 박격포로 축포 쏴 주겠다고 찾아와도 타이난 실베스터 씨 욕도 못 하겠습니다.

 

Q. 요즘도 커피와 불면과 공상을 제물로 바치고 세계관이나 설정 소환을 하시나요?

A. 음…… 요즘 같은 시대엔 가상 화폐 같은 제물도 받아 줄까요? 가상 제물이라니 뭔가 신성 모독적인 것 같은데 바꿔 생각하면 어차피 신격에게 있어 사람들의 물건이 뭐 절실히 필요한 것도 아닐 테고…… 사람들이 부여하는 가치가 중요한 것이라고 본다면 가상 화폐도 제물로서 충분히 기능할 것 같기도 하고…… 사유해 볼 만한 소재군요.

 

Q. 집필하신다고 담배 몆 갑 태워 죽이고 술 몆 궤짝 말려 죽이셨을 것 같은데, 타자님의 건강을 생각해서 둘 중 하나는 학살을 줄이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A. 염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귀하께서 절대로 납부하신 건강보험료 본전 뽑을 일이 없으시길 기원합니다.

 

Q. 주종 상관없이 좋아하시는 술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납품 드릴 건 아니고 따라 마셔 보려고요.

A. 전 그냥 저렴한 주정에 감미료와 물 탄 거 마시면서 자기 뇌세포를 학대하는 근본 없는 술꾼입니다.

 

Q. 하이텔 시절 연재분을 퍼 가려면 비평을 작가님께 공유해야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지금은 하이텔 시절과 비교하면 비평을 접하기 쉬운 환경인지 아니면 예전이 더 나았을지, 어떻게 체감되시는지 궁금합니다.

A. 글쎄요. 직접적으로 접하긴 어려워졌지만 반대로 요즘 사람들이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은 더 늘었죠. 그래서 예상치 못한 곳에서 제 잡문에 대한 감상을 발견하기도 해서 재미있습니다.

 

Q. 출간하신 글들이 여러 언어로 번역되어 출판되고 있는데, 다른 언어로 번역된 작가님의 글에 대한 더 많은 해외 독자들의 비평이 궁금하진 않으신지요.

A. 그게, 뭐랄까요. 번역은 숙명적으로 반역이죠. 일단 번역된 글이 한국인으로서의 제 정서를 정확히 담고 있을 거라 기대하긴 어렵고, 또 제가 외국인의 감상문을 볼 수 있다 해도 이번엔 제가 그분이 표현하고 싶어 하는 바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고 자신하기 어렵겠죠. 그런 걸 생각하면 찾아 읽고 싶은 마음이 좀 꺾이는 기분입니다.

언젠가 유튜브에서 본 어느 댓글이 떠오르는군요. 어떤 가수의 노래 클립에 한 외국인이 고음을 ‘so effortless’ 하게 낸다고 칭찬하는 댓글이 있더군요. 그런가 하고 넘어가려는데 그 아래에 어느 튀르키예인(굳이 국적을 말하는 이유는 잠시 후 설명하겠습니다.)이 왜 가수를 비난하냐고 따지는 댓글이 있더군요. 어리둥절해하다가 잠시 후 감탄했죠. 그 튀르키예분은 ‘effortless’를 ‘노력 없이’, 그러니까 ‘건성으로’라고 해석했던 모양입니다. 하긴 그렇죠. 우리도 ‘누가 어떤 일을 쉽게 하는 것 같으면 그 일이 쉬운 게 아니라 그 사람이 XX 잘하는 것’ 같은 말을 하긴 합니다만 근본적으로 우리는 노력하고 애쓰고 처절하게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걸 높이 치는, 그런 동양적 사고를 하죠.

저야 기계적으로 영어 외운 사람이라서 느끼지 못했지만 사실 ‘effortless’를 노력 없이라고 직역하면 우리 감각에선 상당히 이상한 표현이죠.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농담 따 먹기 하면서 나른하게 해치우는 것이 쿨하고 힙하다는 건 꽤 서구적인 감각이니까요. 그런 사실들을 한국인이 아닌 튀르키예분을 통해 깨닫는 것이, 그리고 유럽에 들어가려고 애쓰고 있지만 튀르키예는 역시 유럽에 비교하면 어느 정도 동양적 사고를 하는 건가 하는 생각들을 하게 되어서 재미있었습니다.

예. 잘 아시겠지만 언어가 다르다는 건 단지 어휘들이 다르다는 의미가 아니라 사고방식이 다르다는 이야기죠. 그런 사실들을 알기에 외국인의 감상을 꼭 보고 싶다는 생각은 덜 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때로 어떤 것들은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경계를 넘습니다. 제가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명쾌한 감상을 남겨 주시는 분들이 있을 수도 있고 그런 걸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합니다.

좌에서 순서대로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권, 러시아판

 

Q. 모든 캐릭터에 애정을 쏟으셨겠지만, 유독 집필 과정에서 작가님의 의도를 벗어나 스스로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졌던 캐릭터가 있었나요? 있었다면 어떤 점이 그러했는지 궁금합니다.

A. 예전엔 그런 느낌도 받곤 했는데 괜찮은 질문 하나를 찾아냈습니다. 스스로에게 이렇게 질문하는 거죠. ‘어이, 네가 지금 자기가 뭔 소릴 하고 있는 건지 모르는 거 아냐? 왜 캐릭터 탓?’

그렇게 한 번씩 질문해 주면 캐릭터한테 책임 전가하려는 욕구가 꽤 오랫동안 잠잠해지곤 합니다. 애석하게도 완전히 사라지진 않지만.

 

Q. AI 발전의 영향을 거세게 체감하게 되는 시기입니다. 머지않아 온라인 공간에서 AI와 인간을 구별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상대가 인간임을 확인하기 위해, 또 스스로가 인간임을 입증하기 위해서 이전보다 더한 노력이 필요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아헨라이즈와의 거래 자격을 갖추기 위해 고전 문학들을 학습했던 시하를 떠올리며 질문드려 봅니다. 온라인 공간에서 활동하는 우리가 인간다움―AI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향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요?

A. 어……. 누구에게 증명하는 거죠? 자기 자신에게 증명하는 거라면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테고 타인에게 증명하는 거라면 어떻게 하면 인간이라는 걸 믿어 줄 거냐고 그 타인에게 물어보면 될 것 같은데요.

 

Q. 습작이나 심심풀이로라도 본격 로맨스는 두드려 본 적 없으신지 궁금합니다.

A. 이 ‘본격’이라는 말이 갑자기 꽤 어렵게 느껴지는군요. 본격 로맨스가 뭘까요? 로맨스만 있는 글? 제가 그 장르에 해박하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정말 로맨스밖에 없는 글이 있을지 의심스럽군요. 어떤 로맨스든 그 안엔 추리도 들어갈 수도 있고 역사도 들어갈 수도 있고 정치도 들어갈 수 있을 텐데요. 특히 계급 이야기가 들어가면 정치는 거의 반드시 들어갈 것 같군요. 그렇죠. 북부 대공이 아무런 정치적인 공격을 당하지 않는다면 로맨스 애호가들도 황당해하지 않을까요?

최근에 애니메이션이 리메이크된 걸로 아는 『늑대와 향신료』 같은 경우엔 결국엔 ‘boy meets girl’이고 이건 완벽히 로맨스이긴 하지만 그 안엔 정말 온갖 것이 다 들어 있죠. 일단 인간 아닌 존재가 나오는 것부터 시작해서 신화, 로드, 버디, 경제, 정치 등등 열거하는 것이 버거울 정도로 많죠.

우리는 ‘원작이 뭘 알아!’라는 말을 쓰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 재미있는 표현엔 애호가들의 애정 표현 욕구 외에도 쓸모 있는 개념이 들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창작물이든 각자의 방식으로 즐기면 되는 것이고 더 나은 방식이나 더 나쁜 방식은 따질 필요가 그리 없다는 거죠. 어떤 것이든 로맨스로 보고 싶다면 로맨스로 볼 수 있을 테죠. 그러니 제 글을 로맨스로 이해하는 분이 계신다 해도 다른 독자에게 강요하지는 말아 달라고 요청 정도는 할지언정 제가 나서서 그건 로맨스가 아니라고 말하진 않을 겁니다.

 

Q. 작품을 쓰시기로 하셨을 때 가장 먼저 착수하시는 작업은 무엇인가요? 용지 설정은 빼고요. 그리고 작가님 사랑합니다.

A. 루틴 같은 걸 말씀하시는 거라면 그런 건 없습니다.

사격에서 그런 말이 있죠. 언제 당기는지 모르게 방아쇠를 당기라고. 비슷하지 않을까요? ‘언제부터 쓰고 있었는지 모르겠는데 어느샌가 두드리고 있었다.’ 같은 상태가 좋은 것 아닐까 막연하게 생각합니다.

 

Q. 하루 중 글이 가장 잘 써지는 시간대나, 글을 쓰기 위해 꼭 필요한 자신만의 루틴 같은 것이 있으신가요?

A. 어라, 위 질문에 답하고 보니 바로 루틴 이야기가 나오는군요.

그런 건 없습니다.

 

Q. 타자님의 인생에서 가장 큰 열기를 주었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A. 이건 어려운 질문이군요.

「대항해시대 2」를 하면서 ‘왜 여신상이 메뉴에 안 나와. 조선소 주인 양반! 뒤에 숨겨놓은 그거 꺼내 오라고!’라면서 으르렁거리던 저와 글을 두드리던 중 ‘이 표현이 아닌데. 정말 딱 들어맞는 표현 없어? 있을 텐데. 빨리 안 떠올릴 거야?’라고 스스로에게 윽박지르던 저, 둘 다 저였고 어느 쪽이 더 열기 높은 저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둘 다 한심한 협박질이라는 공통점은 있군요…….

 

Q. 조나단 다이빙스톤의 모험담과 같은 글을 또 연재할 계획은 없으신지요?

A. 그건 굳이 계획을 세울 일은 아닌 것 같은데요.

어, 음. 없습니다.

 

Q. 혹시라도 재미 삼아 한정 배포판으로도 각 세계관의 주둥아리술 전문가들을 모아 입 터는 단편 계획이 없으실까요. 한 페이지라도 좋으니…….

A. 바로 떠오르는 히오스 농담은 접어 두고, 음, 들으셨죠?

인심 좋은 어느 분께서 팬픽으로 좀 두드려 보시면 어떨까요. 저도 보고 싶군요.

 

Q. 본인의 작품으로 만들어진 오디오북들을 들어 보셨나요? 그렇다면 들었을 때의 감회를 들려주실 수 있나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성우의 연기가 있었을까요?

A. 예. 원작자 특전으로 공짜로 들었죠. 뛰어난 성우들의 연기를 대가 지불 없이 즐겨서 좀 켕겼습니다……. 동시에 이 좋은 목소리로 이 한심한 대사를 하게 해서 미안하다는 생각도 드문드문했던 것 같군요.

 

2018년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오버 더 초이스’ 오디오북을 듣는 이영도 작가님(사진: 오디오클립)

출시된 오디오북 목록 보러 가기→

 

Q. 이번 작품의 등장인물들 중에서 타자님에게 애착이 가는 인물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A. 짐작해 보시면 어떨까요. ‘이 인간. 이 캐릭터에 목을 매는군. 딱 보니 보이네.’ 같은 식으로.

물론 전 그 짐작이 맞는지 틀렸는지 말하지 않을 것이며 다른 분들의 다른 해석에 대해 보내는 것과 동일한 찬성을 보내겠습니다.

표지 그림에서 다양한 등장인물의 면면을 상상해 보세요.

 

Q. 신작 『어스탐 경의 임사전언』은 밀실 추리처럼 느껴지는 내용인데, 혹시 타자님께서 특별히 깊이 감명받거나 기억에 오래 남은 추리소설이 있으실까요?

A. 추리소설을 누군가에게 소개할 때 생기곤 하는 문제가 있지요. 중요한 트릭을 말하지 않으면서 왜 재미있는지 말하려면 혀가 꼬인다는 것. 잘 아시겠지만 기막힌 트릭이 있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이미 고약한 스포일러죠. 그래서 이런 경우 개인적인 이야기로 돌리는 것이 좋을 것 같군요.

애거서 크리스티의 『구름 속의 죽음』이 떠오릅니다. 제가 서점에서 산 첫 추리소설이라서 기억합니다. 예전엔 출판사의 영업 사원들이 집집을 돌아다니면서 책을 팔곤 했다는 것 아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전집류 같은 걸 그런 식으로 팔았고 그런 식으로 구입한 책들 중에도 추리물들이 있었으니까 그게 제가 본 첫 번째 추리물은 아닙니다만 서점에서 직접 골라서 산 것으로는 그게 첫 번째였던 것 같습니다. 말해놓고 보니 이것도 밀실……. 정확하게 말하면 클로즈드 서클형이군요.

사실 합쳐서 밀실이라고 말하는 경향이 있긴 합니다만 밀실과 클로즈드 서클은 다릅니다. 밀실은 ‘아무도 못 드나드는데 어떻게 들어가서 사건을 저지르고 나온 거냐?’라는 것이고 클로즈드 서클은 ‘분명히 이 안에 범인이 있다. 다른 사람들은 못 오는 곳이니. 이 중에 누가 범인이지?’라는 식이죠.

그러니까……(이하 추리물 애호가의 TMI 생략).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완전판 『구름 속의 죽음』

 

Q. 이번 작품은 연극의 형식을 채택해서 적은 부분들이 있는데, 혹시 그 부분을 쓸 때 참고했던 대본이나 연극, 영화 등이 있으신지요? 대학 시절에 희곡을 꽤 애정하고 집필하셨다는 소문이 있어 여쭙습니다.

A. 희곡은 쓴 적 없습니다.

국어국문과를 다니면 예비 소설가나 예비 시인을 만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예비 각본가도 만날 수 있죠. 제가 다닌 곳에선 그렇게 시나리오 라이터를 꿈꾸는 학생이 쓴 작품으로 학생들이 연기하면서 창작극을 상연하는 전통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저학년 시절에 선배들의 작품으로 끔찍한 연기 몇 번 했고(분명히 말해 두겠습니다. 전부 그렇진 않겠지만 제가 다닌 곳의 경우 국어국문학과 학생 중에 남자가 턱없이 적었고 그 얼마 안 되는 남학생 중 상당수는 또 문학이 아닌 어학 쪽인지라 남자 배우의 경우 연기력을 따질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끌려간 거죠.) 그 업보 때문에 학년이 오른 다음엔 연출도 했었지만 시나리오 라이터가 되려는 꿈은 없었기에 직접 쓰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경험들 덕분에 희곡이 익숙한 편이긴 합니다. 그래서 두드리면서 특별히 뭘 참고하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참고하면 지나치게 희곡이 될까 봐 일부러 가지고 있는 희곡들도 보지 않고 두드렸습니다. 희곡의 언어는 소설의 그것과 다르거든요. 희곡은 실제 배우들이 발음하고 실제 관객들에게 들릴 것을 염두에 두고 써야 합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소설이라면 정신 나간 짓을 하는 캐릭터를 보며 다른 캐릭터가 ‘돈 놈’ 같은 표현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희곡이라면 이 대사는 ‘미친놈’ 같은 식으로 바꾸는 편이 좋습니다. 정말 뻔하고 그래서 쓰기 싫은 표현이지만 그쪽이 배우가 발음했을 때 정확하게 관객에게 전달되거든요. 반대로 ‘돈 놈’은 발음하기가 참 어렵지요. 아, 희곡적으로 어렵다는 말입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면……(이하 어설픈 연극 경험자의 TMI 생략).

 

Q. 요즘 독서가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문화가 교환 독서라고 합니다. 마치 댓글 달듯이 책 페이지에 직접 자신의 감상을 적어 주변인과 교환하고, 주변인 역시 책을 읽고 자신의 감상을 직접 적어 돌려주는 문화라고 하네요, 혹시 교환 독서를 하게 된다면 실존 인물, 가상 인물을 아울러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요? 그 이유와 함께요.

A. 그런 문화가 있나요? 흥미롭군요. 생경해서 그런 건지 당장 관심이 가지는 않는데…….

음. 실존 인물, 가상 인물 포함이라고요? 아서 코난 도일 경께 ‘라이헨바흐 폭포 이야기 좀 꺼내도 될까요?’라고 물어보면 재미있을까요? 빅토리아 여왕 시절 영국 신사의 욕설을 알 수 있을 좋은 기회일 것 같은데.

 

Q. 본인의 임사전언을 쓸 수 있다면 무엇을 남기고 싶은지 적어 주실 수 있을까요?

A. 과거에도 몇 번 생각해 봤는데 그때마다 달랐던 것 같습니다.

지금 말해도 아마 이후에 또 달라질 것 같으니 관두는 것이 좋을 것 같군요.

 

Q. 마지막으로 2025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나온 신작을 만나는 독자분들께 인사를 부탁드립니다.

A. 여러분의 2026년이 양서와의 무분별하고 무절제한 만남으로 점철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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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스탐 경의 임사전언’ 오디오북 녹음 스케치

11월 19일(수) 『어스탐 경의 임사전언』 전자책과 오디오북, 그리고 연재 서비스가 동시 공개됩니다.

  • 연재 브릿G/카카오페이지
  • 전자책 교보문고/예스24/알라딘/리디/밀리의서재
  • 오디오북 교보문고/예스24/알라딘/밀리의서재/오디오클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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