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디듀우: 비릿하지만 깔끔한 맛

대상작품: <별들 사이에서 보내는 물음> 외 6개 작품
큐레이터: 창궁, 7시간 전, 조회 19

디듀우 작가님의 “엘라단이라는 도시”를 읽고 리뷰하면서, 작가님의 작품 세계가 조금 궁금해졌습니다.

무던한 듯하면서도 클리셰를 비트는 솜씨가 “단순히 비틀고 싶어서 비틀었다”기 보다는, “본래의 결론이 그러하다는 듯”이 나왔다는 인상이 조금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인상을 확인하고자 엘라단+2025년에 쓰신 작품들을 전부 읽어본 결과, 제 예상이 크게 빗나가지 않은 듯해 기쁘면서도 여러분께 한 번 소개하는 것이 좋겠다 싶어졌습니다.

그게 바로 이 큐레이션의 작성 동기입니다.

 

디듀우 작가님의 모든 작품을 읽어보진 않았으나, 적어도 엘라단 이후로 2025년에 집필하고 브릿G에 발표된 작품들을 전부 읽어본 바로는, “어딘가 어긋난 무언가”를 가장 큰 특징으로 꼽을 수 있을 듯합니다. 여기서 보통 어긋내는 것은 흔히 예상할 수 있는 인식과 예측, 곧 클리셰나 정석으로 대표되는 것들을 가리킵니다.

하지만 동시에 어긋난 무언가는 ‘뒤집기를 위한 뒤집기’ ‘반대를 위한 반대’ ‘비틀기를 위한 비틀기’ 같은 걸로 설명할 건 또 아닙니다. 앞서 언급했듯, 오히려 방향성을 따지자면 디듀우 작가님만의 독특한 관(觀)이 착실하게 작품에 반영됐다고 봐야겠죠. 그게 독자의 입장에선 클리셰 비틀기처럼 다가올 수 있는 것뿐입니다.

 

그런 점에서 디듀우 작가님이 제일 온건하게(?) 쓴 “별들 사이에서 보내는 물음”이 첫 소개로 적절한 듯합니다. 골든 레코드를 소재로 다뤘습니다. 골든 레코드는 보이저 1호와 2호에 실린 외계 생명체에게 전하는 지구의 메시지를 담은 디스크입니다.

 

가장 최근에 쓰신 작품인 “망望” 역시 뒤집은 축과 결말로 따지면 제법 온건한 편에 속합니다.(이제 슬슬 ‘온건하지 않은’ 축이 무엇인지 기대하시면 좋습니다) 우주엘리베이터와 기후위기라는 태그에서 알 수 있듯, 두 가지 문제는 독립적으로 보이다가 어느 순간 한 축으로 엮이게 됩니다.

물론 이 작품을 ‘뒤집었다’라고 하기엔 다소 무리수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제가 굳이 ‘뒤집은’ 작품으로 꼽은 이유는, 이 작품 역시 중반까지 진행하던 방향을 천천히 꺾기 시작해 종국에는 제목을 배반하는(어쩌면 충실하게 충족하는) 형태로 가기 때문입니다.

 

분량으로는 정말 짧아 이걸 먼저 소개할까 싶다가도, 두 작품 모두 씁쓸함 내지는 비릿함이 위의 두 작품보다 농도가 진하기에 순서를 미뤘습니다. “순수이성 전기傳記”는 이성과 감성에 관한 디듀우 작가님의 고찰이 담겼고, “안경과 눈”은 사이버펑크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 있는 인간 소외의 한 형태를 다뤘습니다.

분량이 짧은 만큼 클리셰를 뒤집었녜, 마녜 할 얘기는 아니긴 합니다. 다만 이런 짧은 작품에서도 디듀우 작가님이 보이는 관觀은 결코 낙관적이거나 낭만적인 형태가 아님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결말의 비릿함으로는 두 단편이 정말 잘 담아내지 않았나 싶습니다. 디듀우 작가님의 프로필 사진이 그렇게 잘 와 닿는 단편이 아니랄까요. “침몰”은 이미 편집부 추천작에 뽑힌 만큼 더한 소개가 필요할까 싶습니다만, ‘인간적인 인공지능’에 대해 디듀우 작가님의 고찰은 이전까지 작품에서 접할 수 있는 특유의 관觀과 합쳐졌습니다.

챗GPT가 익숙해진 시대에 침몰에서 다루는 인공지능은 오히려 조소를 품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말입니다.

“약속된 종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두 작품에서 디듀우 작가님이 보내는 ‘시선’은 다소 염세적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염세의 방향은 종말론자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그 내용이 바로 “약속된 종말”입니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저는 디듀우 작가님이 가진 특유의 관觀이 마냥 비릿하기만 한 게 아님을 포착할 수 있었습니다.

 

https://britg.kr/review-single/221453/

“엘라단이라는 도시”에 대한 소개는 일전에 쓴 리뷰로 대신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디듀우 작가님의 스타일이 “정말 그럴싸하게 잘 포장된” 형태가 바로 이 작품이라는 생각입니다. 얼핏 보면 착각하기 쉬우나, 그 내막을 살피고 살필수록 디듀우 작가님이 숨겨놓은 비릿함을 맛볼 수 있는……

 

디듀우 작가님이 가지신 스타일의 기원까지 파헤치려면 더 많은 작품을 읽어야겠고, 제가 읽은 건 브릿G에 올라온 것의 1/3~1/4밖에 되지 않습니다. 물론 2025년에 업로드한 것들 위주로 읽었으니 “지금 현재 디듀우 작가님의 스타일”이라고 부를 만한 것일지도 모르고요.

시간 순서대로 정리해서 보면 오히려 디듀우 작가님이 가지신 비릿함이 “별들 사이의 물음”과 “망望”을 통해 옅어지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다음 작품은 자기 스타일을 역전하는 작품을 들고오실지도 모르겠네요. 어디까지나 작품만 두고 말하는 것인 만큼 진실은 작가님 마음 속에 있습니다ㅎㅎ

 

모든 작품을 흥미와 재미로 읽었기에 큐레이션으로 정리해봐야겠단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습니다. 브릿G에 이러한 흥미로운 세계관을 내재한 작가님들이 얼마나 더 있을지 좀 더 파헤치고 싶단 생각도 드네요.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좋은 작품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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