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 쉼터를 운영하는 시민단체와 쉼터 땅을 노리는 부동산 투기업자, 그리고 이들 사이에서 한몫 챙기려는 이들이 뒤엉켜 군상극 스릴러의 정점을 선보이는 신원섭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요란한 아침의 나라』가 황금가지에서 출간되었다. 여섯 인물이 하나의 사건을 각자의 시선에서 풀어가는 군상극에 스릴러라는 장르를 접목시킨 데뷔작 『짐승』으로 큰 화제를 모은 저자는, 이번 신작을 위해 3년 가까운 구상과 집필 기간을 거쳤다.
한때 시민운동에 헌신했으나 이제는 자신의 잇속을 위해 미디어의 포장된 활동에만 전념하는 시민단체의 대표, 소외되고 약한 이들 편에 서서 변호한다면서도 명품 쇼핑에 중독되어 거대 이권이 걸린 사업의 얼굴마담으로 나선 젊은 변호사, 아내의 일을 도와 미혼모 시설을 관리한다지만 실상 어린 미혼모와 불륜 관계에 이른 시인, 지역 유지들과 권력 카르텔을 만들고 사소한 트러블에 전전긍긍하는 현직 시장까지, 한국 사회의 이면에 감춰진 현대인의 음울한 자화상을 절묘하게 담아낸다. 여기에 시민단체간의 파워 게임과 미디어를 활용한 두뇌 싸움, 그리고 재계와 정치계를 주무르는 흑막의 인물과 전직 형사로 이젠 해결사 노릇을 하는 용역 깡패의 대결 구도 등 스릴러적 요소를 부여하여 재미를 배가시킨다. 특히 사건의 주요 키를 쥐고 경쟁 구도를 형성하는 인물들이 대부분 여성인 점은 그간 한국 추리 스릴러와의 차별점이라 할 수 있다.
“가장 여성 누아르답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요란한 아침의 나라』는 범죄로 물든 밤의 나라를 떠나 어머니의 품처럼 따듯한 아침의 나라에서 경기를 개최하고, 조용히 숨죽이고 있던 여성성에 요란한 목소리를 부여하며 그에 대한 답을 찾아갔다.” -김시인(문학평론가)
부동산 개발업자 한 사장은, 자신이 구입한 1만 평 가량의 토지가 실상 맹지나 다름없음을 알게 되고 분노한다. 진입로를 막아선 것은 복지법인 ‘사랑의 집’. 미혼모 쉼터로 운영되는 곳이고 매스컴에서 주목받는 시민운동가 오유라가 운영하고 있었다. 한 사장은 전직 형사 출신인 청부용역 이진수에게 의뢰하여 사랑의 집에 관한 비리를 파헤치는 한편, 오유라와 대적할 수 있는 젊은 변호사 하나연을 영입하여 시민단체간의 파워 게임으로 쉼터를 뺏을 계략을 세운다. 한 사장의 계획대로 모든 일이 척척 진행되는 듯하지만, 오유라와 막역지기인 가양시장과 그 후원자들이 개입하며 일은 꼬여간다.
요란한 아침의 나라 7
거울 앞에 선 누아르 -김시인(문학평론가) 382
범죄소설 쓰는 엔지니어. 2018년 장편 스릴러 소설 『짐승』을 출간했고 현재 영상화가 진행 중이다. 『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5』와 『출근은 했는데, 퇴근을 안 했대』를 비롯하여, 『어위크』, 『카페 홈즈에 가면?』, 『카페 홈즈의 마지막 사랑』, 『모두가 사라질 때』, 『밀지 마세요, 사람 탑니다』, 『괴이, 도시』, 『기기묘묘』 등 다양한 앤솔로지를 통해 단편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