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ARI) 작가 & 김진영 디자이너를 만나다
브릿G 로맨스릴러 공모전 대상 수상작 『너는 누구니』 출간을 기념해, 표지 그림과 디자인 작업을 함께해주신 두 분과 함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 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장마가 물러가던 지난 월요일, 『너는 누구니』 표지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들을 돌아보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그 다채롭고 풍성한 이야기를 한데 모아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지금부터 함께 만나 보세요!
Q. 『너는 누구니』 표지 그림을 아리 작가님께 언제, 어떻게 처음 의뢰드리게 되셨나요?
[진영] 처음 메일을 드린 건 5월 말쯤이었어요. 『너는 누구니』 표지 담당을 맡고 나서 바로 아리 작가님이 떠올랐는데, 사실 작가님을 찾은 건 더 오래전이에요. 다른 책에 쓸 표지 그림을 발주하려고 찾다가 처음 작가님을 알게 되었는데, 그때는 아쉽게도 함께하지 못 했었거든요. 그래서 다음에는 꼭 의뢰를 드리고 싶다고 계속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의뢰를 드렸을 때 흔쾌히 수락해 주셨어요.
특별히 아리 작가님하고 같이 작업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요소들이 있어요. 일단 기본적으로 인물을 정말 잘 그리시고요. 이 작품 자체가 어떤 사건들을 중심으로 전개된다기보다는 분위기로 비중 있게 밀어붙이는 특성이 강해서, 담당 편집자님도 단순히 사람만 잘 그리는 게 아니라 이런 분위기를 잘 표현해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셨거든요. 작가님 포트폴리오를 보면 인물뿐 아니라 이런 분위기를 잘 표현했다고 느낀 그림들이 많아서 『너는 누구니』하고도 잘 어울릴 것 같았어요.
Q. 그럼, 아리 작가님께서는 처음 표지 그림 의뢰를 받으셨을 때는 어떠셨어요? 처음부터 작품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있진 않으셨을 것 같은데, 메일로 업무 제안을 받으셨을 때부터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셨던 건지 궁금해요.
[아리] 처음 제안 받았을 때부터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장르 느낌이 있는 책이었거든요.
[진영] 처음 의뢰드릴 땐 메일로 이 책의 장르하고 간단한 내용 정도만 소개해 드렸는데, 다행히 이야기가 잘 돼서 이후에 자세하게 미팅을 진행했어요.
[아리] 사실 이 그림이 작년 1월 1일에 그렸던 거예요. 무술년이라서 기념으로 그린 건데, 연초부터 저승사자 느낌이 너무 나는 거죠.( ) 워낙에 이런 분위기나 장르를 좋아합니다.
[진영] 저도 이 그림을 보고 장르적 표현이 정말 탁월하다고 느꼈는데 오히려 소설 작업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셔서 조금 놀랐었어요.
Q. 그러게요, 작가님 포트폴리오를 보면 분위기 묘사가 강렬한 것들이 많은데 소설 작업이 처음이시라는 게 다시금 놀랍게 느껴지네요. 기존에 하셨던 작업과 비교했을 때 『너는 누구니』 작업이 특별히 달랐던 점이 있을까요?
[아리] 일단 재밌었어요. 소설 작업이 처음이기는 했지만, 오히려 더 편안하게 작업했던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장르이기도 하고, 이런 분위기나 느낌이 나는 그림을 그리는 걸 좋아하거든요. 음침하고, 우울하고, 몽환적이고, 으스스한 것들요.( ) 지금 주로 하고 있는 일들하고는 많이 달라요.
그렇게 첫 미팅을 진행했는데, 담당 편집자님이 거의 책을 읽어주시듯 모든 사건이나 인물 설명을 자세하게 해주셔서 수월하게 진행되었어요. 주인공 외모 묘사도 그렇고, 남자 주인공인 서하의 경우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풍기고 굉장히 잘생겼다 하셨고( ), 여자 주인공인 예진은 게임 속 인물처럼 생겼고 귀엽고 아담한 느낌이라고 하셨던 기억이 선명히 남아요. 또 『너는 누구니』 작품에도 인물들 묘사가 상세하게 나와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됐어요.
“눈앞에 스치는 서하의 하얀 미소와 낮은 목소리, 연한 갈색 눈동자와 창백한 얼굴, 껑충한 키와 야윈 듯 마른 몸, 교복 셔츠 사이로 보이는, 툭 불거져 나온 쇄골과 펜을 쥔 긴 손가락 그리고 핏빛 입술…….”
“왜 5반에 얼굴모범생 있잖아. 최서하. 비주얼 브레인 합치고 줄여서 비비.”
“유일하게 변한 그를 알아보는 여자친구 이름은 유난데 곱슬거리는 머리와 동그란 외모가 흡사 볶은 완두콩을 닮았다 해서 이름 대신 시오마메란 별명으로 불렸다. 그러나 한국어 버전에서는 그냥 이름 자체가 완두가 되어 버렸다. (중략) 볼 때마다 저 완두라는 애 나랑 참 많이 닮았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아빠는 모든 것이 동그란 모습이었다. 크고 동그란 눈, 동그란 코, 도톰하고 동그란 입술. 영정 사진 속 아빠는, 나와 꽤나 닮아 있었다. 까맣고 곱슬곱슬한 머리까지.”
Q. 일단 표지 그림에서 단연코 눈에 띄는 게 그림의 구도예요. 여자 주인공, 남자 주인공 인물만 딱 있는데 마주 서 있으면서도 서로를 보지는 않고 뭔가 기묘한 느낌이 있는 게 바로 이런 구도의 효과인 것 같거든요. 여자 주인공이 상대적으로 작게 보이고 표정은 좀 불안해 보이고요, 남자 주인공은 무척 차가운 시선으로 압도하는 느낌이 있어서요. 이런 구도는 먼저 논의가 된 다음에 작업에 들어가신 건가요?
[진영] 네, 미팅 때 같이 이야기를 했어요. 작가님께 그림 발주를 할 때 백지 상태로 드리면 작품에 대한 해석을 새로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도 오래 걸려요. 그래서 디자이너로서 원하는 방향을 먼저 말씀드리고, 논의한 다음에 그림 작가님께서 별로다 싶으시면 다른 걸 시도할 수 있게 하는 편이거든요.
당시에 제가 영화 「캐롤」에 꽂혀 있었는데요.( ) 그 구도를 차용해서 이런 식의 표현은 어떻겠냐고 작가님 의견을 먼저 물어봤었어요. 미팅 끝나고 나서 참고 이미지를 찾아서 메일로 보내드렸고요.
[아리] 처음부터 이렇게 방향을 딱 잡아 주신 덕분에 정말 수월하게 했어요.
찾아 주신 이미지를 봤을 때 저도 마음에 들었거든요. 이런 구도를 제가 또 좋아합니다.( ) 아웃포커싱이 되고 이런 요소들이 있어서요.
[진영] 작가님 기존 작업에서도 이런 분위기나 느낌이 나는 그림들이 있어요. 중심이 되는 인물에 포커스가 집중돼 있는 구도들이 인상적이었어요. ‘너는 누구니’라는 제목이 주인공들에 대한 어떤 근본적인 질문을 품고 있는 건데, 작품 내용하고도 잘 어울릴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나중에 작가님이 보내주신 첫 시안을 보자마자 너무 딱 부합하는 느낌인 거예요!(감탄 ) 진짜 잘 의뢰 드렸다고 생각했죠.
“너는 누구니?”
흐릿한 얼굴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Q. 정말 멋있어요. 구도는 이런 과정을 통해 결정이 되었던 것인데, 중심이 되는 인물들을 그리실 때는 여러 설명을 들었어도 작가님께서 표현 방식을 고민하셨을 것 같아요. 인물들을 어떻게 표현해야겠다 하고 생각하셨던 지점들이 있나요?
[아리] 제가 귀여운 걸 잘 못 그려요. 보시다시피 제 그림들이 다 이렇다(?) 보니.( ) 그래서 인물들 그릴 때는 여자 주인공 표현이 좀 힘들긴 했어요. 귀여운 느낌을 표현해야 하는데, 고등학생 정도 되는 나이대의 인물들을 그리는 게 좀 익숙지가 않아요. 기존에 성인 남자 위주로 많이 그리기도 했었고요. 예진이를 그릴 때 상대적으로 조금 더 힘들긴 했는데, 딱히 다른 이미지를 참고해서 그린 건 아니에요.
(일동 감탄 )
하하, 그러다 보니 그림들이 비슷하게 느껴지지 않나 싶기도 해요.
[진영] 말씀하셔서 문득 생각이 났는데요. 우연히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속 김태리 배우를 그려주신 걸 봤는데 정말 사진 같이 잘 그리셨더라고요. 표현하는 느낌이 너무 좋았어요.
Q. 그림 기법을 몰라서 궁금한데요, 아리 작가님 그림들을 보면 수채화 같기도 하고 뭔가 촉촉하고 물기가 많이 묻어난다고 해야 하나요.
[진영] 디지털 작업 같지가 않고 파스텔 톤의 분위기가 나요.
[아리] 그런 느낌을 내려고 많이 노력하죠. 인위적인 느낌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자연스러운 느낌을 추구하는 편이에요.
[진영] 보통은 이렇게 그림 협업을 할 때 라인 스케치를 단도로 먼저 작업해서 보내주시거든요? 근데 면으로 스케치를 드릴 건데 너무 놀라지 말라고 이야기를 하셨어요.
[아리] 네, 그렇게 말씀드렸었어요. 보통은 선으로 스케치를 하는데 저는 그 단계를 거의 하지 않고 덩어리로 작업을 들어가는 타입이에요. 형태를 먼저 잡고 시작을 해요.
[진영] 아까 보여드린 그림이 제일 처음 받은 스케치였어요. 진짜 깜짝 놀랐어요.( )
[아리] 너무 초반부터 밀어붙인다고 생각하실까봐, 고치는 것에 대해서 부담 없이 말씀해 주시라는 의미에서 놀라지 마시라고 했던 거거든요. 저한테는 이게 스케치니까요. 수작업을 잘 못해서 다 디지털(포토샵)로 그리긴 해요. 저 자체도 장르를 딱히 설명하기가 어렵긴 한데, 이런 질감이나 창백한 색감 표현을 좋아합니다.
[진영] 얼굴에 푸른색과 붉은색을 같이 잘 섞어 쓰시는 특징도 있으신 것 같아요.
[아리] 첫 시안을 보내드리기 전에 남자 주인공을 그리는 과정을 녹화한 게 있어요. 저는 이런 식으로 작업을 하거든요.
Q. 그럼 처음부터 완성된 형태의 스케치가 이렇게 왔을 때, 디자이너로서 구상했던 느낌이 잘 나왔다고 생각했나요?
[진영] 네, 책에 대한 느낌이 딱 와서 이 건은 이렇게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도 디자인 작업도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했고요. 구도는 먼저 설명을 드리긴 했는데 인물이 중심이 되는 그림이니까요. 보통은 큰 오브젝트를 먼저 말씀드리고 배경 요청을 하거든요. 근데 이건 둘의 관계가 중요한 내용이니까 배경이 필요가 없잖아요. 이런 전반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정말 잘됐어요.
첫 번째 수정 방향이 여자 주인공 얼굴에 대한 거였어요. 조금 서구적인 느낌이 나서 한국 고등학생 느낌이 나는 얼굴이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의견을 드렸어요. 두 번째 수정도 디테일에 관련된 작은 부분들인데, 포커스가 여자 주인공에게 확 집중되는 구도다 보니까 얼굴 표현들이 좀 더 뚜렷하면 좋을 것 같았어요. 머리카락이나 면 분할 같은 것들이요.
[아리] 인물만 두 명인데 처음에 디테일한 묘사가 좀 부족했던 것 같아요.
[진영] 보통은 수정 단계가 되게 많아요. 단도 스케치가 와서 스케치 형태가 확정되면 채색을 들어가고, 채색 단계에서도 수정이 계속 있거든요.
[아리] 이게 모험이기도 한데, 만약 원하시는 방향이 아니었다면 큰일 날 뻔 했던 거죠.( ) 전체 수정을 하는 가능성도 염두하고 드리는데, 제 작업 스타일이라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Q. 사실 전 표지에서는 드러나지 않아서 여자 주인공의 이런 세부적인 모습까지 다 그려주신 줄은 미처 몰랐어요.
[아리] 여자 주인공은 허리 정도까지는 그렸어요. 최종 그림에서 이게 보일지 안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디자인 작업하시면서 레이어를 움직여 보실 것 같아서요. 그런 용이성을 감안해서 어느 정도까지는 그렸어요. 반면 남자 주인공은 너무 신경을 안 썼죠. 더 안 올라가겠지 하고요.( )
Q. 최종 표지에서는 인물 그림들 위에 흩날리는 꽃잎이 들어갔잖아요. 속커버에는 또 다른 느낌의 꽃잎이랑 깨진 유리가 있기도 하고요. 이런 건 디자인을 하시면서 결정이 된 거죠?
Q. 『내가 죽기 일주일 전』 때도 느꼈지만, 이중 커버만의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럼 그렇게 해서 시안 작업을 들어가셨어요?
[진영] 시안은 많이 뽑긴 했는데, 대개 비슷하다고 느끼시는지 최종적으로는 3개 정도로 압축이 됐던 것 같아요. 어떤 걸로 가도 다 좋다는 의견이었는데, 다들 그림은 진짜 좋다고 만족하셨고요. 표지는 일단 제목이 잘 보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이 강조된 시안 쪽으로 의견이 많이 모였었어요.
[아리] 이희영 작가님이 표지를 어떻게 보셨는지 정말 궁금하네요. 아무래도 작가님 책인데, 혹시나 누가 되면 안 되니까요.(웃음)
[브릿G팀] 아직 여쭤 보진 못 했는데, 이어서 또 이희영 작가님도 뵙고 인터뷰 나누기로 했거든요. 그때 꼭 여쭤 보도록 하겠습니다!
※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다음 매거진에서 공개됩니다! (두둥)
Q. 사실 작업하신 시안이 되게 많았죠. 시안마다 서체 느낌도 굉장히 다채롭거든요. 서체는 일단 여러 가지로 시도를 해 본 건가요?
[진영] 1부터 100까지 일단 다 해봐요.(웃음)
제목 자체가 기본적으로 물어보는 뉘앙스다 보니까 처음엔 명조 위주로 해봤어요. 비교군이 있어야 하니까 고딕 서체도 얹혀 보긴 했어요. 그림 자체의 아웃포커싱이나 블러 표현에 맞춰서 고딕 서체도 그런 느낌이 나게 조금 만져 가면서 작업하긴 했었어요.
책이 서정적인 분위기여서 명조 서체 쪽이 잘 어울렸어요. 산돌 ‘정체’를 사용했는데 깔끔하고 정갈한 느낌을 줘서 정식 출시 전에 『묵호의 꽃』 표지 곳곳에도 쓰였었거든요. 이 서체가 제목이 그림과 분리된 느낌이 들지 않아서 선택하게 되었어요.
Q. 장르가 다른데 책 만듦새를 보면 왜 자꾸 『내가 죽기 일주일 전』 생각이 나는지 모르겠는데요( ), 그 표지도 정갈한 손글씨 느낌이 나는 서체가 쓰였던 것 같아요.
[진영] 왜냐면 제가 작년에 담당했던 『내가 죽기 일주일 전』하고 사양을 완벽하게 맞췄거든요. 판형도 맞추고 종이도 똑같이 했으니까요. 세부적으로 서체 배치나 이런 건 다르지만 전반적으로는 그런 느낌에 맞추려고 했어요.
[아리] 『내가 죽기 일주일 전』 표지도 예뻤죠. 워낙에 책이 소개가 많이 되기도 했고, 삽화 작가님도 아시는 분이라 관심 있게 봤었거든요. 표기가 깨끗하게 딱 들어오더라고요.
[진영] 『내가 죽기 일주일 전』도 그렇고 『너는 누구니』도 그렇고, 양장이 재밌어요. 그림 발주할 때부터 양장으로 생각하고 진행했었어요. 반양장은 캐주얼한 옷을 입은 느낌이라면, 양장은 정장을 차려 입는 느낌이에요. 겉커버, 안커버, 띠지, 면지, 가름끈, 헤드밴드 같은 요소들을 다 갖춰서 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재밌게 느껴져요.
Q. 아리 작가님은 언제부터 전업으로 그림을 그리게 되셨어요?
[아리] 저는 원래 그림 전공은 아니에요. 그림을 그리는 친구가 있는데, 제가 취준생일 때 본인 회사를 소개시켜 줬었어요. 그림 그리는 회사였는데 도와달라고 해서 잠깐 한다는 게 이렇게 뿌리를 내려 버리고 말았네요.( ) 고등학교 친구인데 제가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한다는 걸 알거든요. 그때 취업해서 한 2년 정도 일을 하다가, 2014년부터 자연스럽게 프리랜서로 활동하게 되었어요.
사실 계획은 전혀 없었는데, 워낙에 이쪽 일을 좋아했었으니까요. 지금 생각해 보면 다른 일을 하다가도 결국은 지금처럼 그림을 전업으로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때부터 포트폴리오가 조금씩 늘었고,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부터 정리를 해나갔어요. 정작 하는 일이랑, 제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이랑 성향이나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취미로 다른 그림들을 그리면서 올렸던 거죠.
다만 이런 스타일의 그림을 그리고 나면 약간 진이 빠지는 게 있어요. 요즘에는 바쁘기도 하고 힘들어서 선 위주의 간단한 그림들을 많이 올리고 있어요. 그런데 또 그런 얘기들이 있잖아요. ‘그림쟁이들은 쉴 때도 그림을 그린다고요.’ 저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캐주얼한 그림들을 그리면서 풀기도 하거든요. 그런 개념인 것 같아요.
Q. 작가님 포트폴리오에서 책하고 잘 어울릴 것 같은 그림을 뽑아서 내부 컨펌을 진행하신 거죠?
[진영] 네, 잘 어울릴 것 같은 분위기가 나는 그림들을 좀 선별해서 편집부랑 상의하고 나서 사장님 컨펌을 받았어요. 회사에서 일할 때는 또래의 동료끼리 이런 자료들을 보여주면서 먼저 의견을 묻기도 하는데, 동료 분이 ‘Truth’라는 그림을 보시더니 ‘아, 이건 너는 누구니다.’라고 하셨거든요.( )
『너는 누구니』 속 주인공도 삶에 찌들어서 10대인데 거의 30~40대처럼 생각하는 느낌이 있잖아요. 이 지친 기색의 여고생 그림을 보면서도 잘 어울리겠다 생각했죠.
Q. 그라폴리오나 인스타그램에 소개된 그림들은 개인적으로 작업하신 걸 올려 주시는 거죠? 본업과 별도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나가시는 게 쉽지는 않으실 것 같아요.
[아리] 네 그렇죠. 소설도 그렇고, 다양한 장르의 그림을 그려보고 싶거든요. 이쪽 일을 많이 하고 싶긴 한데 어떤 프로젝트에 필요한 상업적인 그림을 많이 그리다 보니, 저 스스로도 고민이 많아지던 차에 이런 제안을 주셨던 거예요. 그래서 정말 재밌게 했어요. 지금 하는 일이 일정에 따라 장기적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다 보니, 저도 일부러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부분도 있어요. 그래도 이 작업만큼은 바빠도 하고 싶더라고요. 소설 쪽 작업은 처음이기도 하고, 좋아하는 장르였기 때문에요. 그렇다고 어떤 장르를 딱히 가리는 건 아닌데, 여러 가지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진영] 수정도 많이 없는 편이라 이번엔 정말 일찍 그림이 들어왔어요. 보통 수정하는 과정이 많기 때문에 그런 일정까지 고려해서 발주를 하는 편인데, 일정을 정말 매번 칼같이 지켜주셔서 그런 부분도 너무 놀랍고 존경스러웠어요. 오히려 제가 도서전 때문에 너무 바빠서 도서전이 끝나고 나서야 작업에 들어갔을 정도로 그림은 이미 완성되어 있었거든요. 소설 쪽 작업이 처음이라고 해서 놀랐지만, 회사에 논픽션팀도 있고 저도 그 일을 같이 하거든요. 앞으로도 다양하게 같이 작업해 보고 싶어요.
아리(ARI) 작가
프리랜서 삽화가로 활동 중. 주로 각종 교재와 교과서, 교양서, 단행본 등의 삽화 작업을 하고 있으며 과외(課外)로 인물화, 고양이 소년 등 여러 가지를 그리고 있습니다. https://www.grafolio.com/ariology_
김진영 디자이너
황금가지 책을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브릿G에서 굿즈 디자인, 웹에 게시되는 이미지 작업, 사진 촬영 등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다음번에는 『너는 누구니』 이희영 작가님과 나눈 인터뷰 매거진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계속해 많은 관심과 기대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