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G 숏터뷰] 첫 번째 게스트: 유권조 작가 편!

2021.10.8

“제가 쓴 대부분의 이야기와 함께 「진정한 의미의 회귀 판타지」는 가벼운 장난에서 시작했습니다. 회귀 판타지인데 독자가 함께 회귀를 해도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지요.”

브릿G 오픈 초기와 같이 매거진을 좀 더 잘 활용하기 위한 방안으로, 브릿G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작가&리뷰어분들의 이야기를 전해보는 코너로 ‘브릿G 숏터뷰’라는 코너를 신설했습니다! 출간작에 참여한 작가님들의 인터뷰와 별개로 더욱 다양한 목소리와 이야기를 싣고,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월간(을 목표로 하는) 정례 매거진 ‘브릿G 숏터뷰’의 첫 번째 게스트로는 유권조 작가님을 모셨는데요.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황금도롱뇽문학상’부터 얼마 전 브릿G 서버를 터뜨릴 뻔했던 「진정한 의미의 회귀 판타지」에서 엿보이는 기가 막힌 웹의 활용과 아이디어까지, ‘천재 작가’의 면면에 대해 궁금한 점들이 참 많았기 때문입니다.

브릿G에 대한 꼼꼼한 애정으로 기능 개선에 대한 이야기도 두루 전해주셨는데요, 그사이 보완된 부분에 대해서는 코멘트를 덧붙이는 방식으로 인터뷰 전문을 공개하였습니다. 소개된 이야기 함께 읽고, 작가님께 응원의 댓글과 후원 보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wish:

 


 

Q. 얼마 전 실험 정신이 엿보였던 작가님의 작품 「진정한 의미의 회귀 판타지」가 엄청난 화제를 모았습니다. 덕분에 잠시 서버 용량도 증량해야 했을 정도로 많은 분들이 브릿G를 찾아주셨는데요(감사합니다 :oops: ), 여전한 인기로 브릿G 종합베스트 1위 자리를 단단히 지키고 있습니다. 작품 자체는 2019년 1월에 올려주셨는데 한 트위터 귀인 덕분에 최근에 많은 화제를 모으게 되었어요. 웹의 기능을 활용해 다양한 선택과 결과가 산출되는 ‘인터랙티브 소설’은 넷플릭스 같은 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에서나 볼 법한 형식인데, 어떻게 이 작품을 기획하고 브릿G에 올리게 되셨나요?

A. 안녕하세요,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는데 해파리처럼 둥실둥실 떠다녔던 유권조라고 합니다. 숏터뷰를 통해 소소하게나마 이야기를 전할 수 있어 기뻐요.

브릿G에서 인터랙티브 소설로 정의하는 방식의 이야기는 2018년 3월 「진정한 의미의 게임 판타지」로 시작했어요. 독자의 개입을 추구하는 이야기를 지을 때마다 저는 제목 앞에 ‘진정한 의미의~’ 라는 말을 붙이고 있답니다. 지금껏 브릿G에서는 다섯 편을 공개했는데요. 「진정한 의미의 회귀 판타지」는 그 가운데 세 번째로 공개한 이야기입니다.

회귀물 또는 루프물은 영화 「사랑의 블랙홀」이나 「하루」, 「엣지 오브 투모로우」와 같은 이야기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된 이야기 흐름이지요. 반복되는 사건을 벗어나기 위한 주인공의 고군분투는 일견 게임과 닮아 있기도 합니다. 많은 영화에서는 초반의 사건에 익숙해진 주인공이 여유롭게 위기를 벗어나는 모습을 그리기도 합니다. 주저하지 않고 달리는 슈퍼 마리오가 떠오르네요.

「진정한 의미의 회귀 판타지」는 독자에게 플레이어의 역할을 주었다는 것 외에 특별한 점은 없습니다. 몇 번 플레이를 해보거나, 결말을 보신 분이라면 이야기의 구조가 굉장히 얕고 단순하다는 걸 느끼셨을 겁니다. 게임으로 보자면, 관련 종사자가 점심시간으로도 만들어낼 수 있을 정도로 엉성한 수준이지요. 애를 쓴 점이라면, 테트리스처럼 약간의 불확실성을 주었다는 데 있습니다. 운이 필요할 때 우리는 꽤나 긴장하고 거기에서 즐거움을 찾기도 하지요.

 

Q. 총 103회나 되는 다양한 선택지와 결괏값을 만들고 회차 제목으로 전혀 드러나지 않게 해야 하다 보니 업로드 과정도 많이 번거롭고 힘들었을 것 같은데 제작 과정은 어떠셨나요? 당시의 작업 후기도 궁금합니다. :cool: 

A. 신나게 떠들고 보니 기획과 제작 과정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았네요. 제가 쓴 대부분의 이야기와 함께 「진정한 의미의 회귀 판타지」는 가벼운 장난에서 시작했습니다. 회귀 판타지인데 독자가 함께 회귀를 해도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지요.

작업 과정을 따지자면 「회귀 판타지」는 가장 어려운 편에 속했습니다. 설계 과정에서 스케치북을 여러 장 찢었던 것 같아요. 수백 개 하이퍼링크는 설계와 비교하며 하나씩 설정했고요. 멀리서 보자면 골드버그 장치와 비슷한 이야기였습니다. 아마 다시는 못할 거여요.

불확실성을 제거해 입지를 공고히 한 활자를 활용해 활자와 활자 사이의 연결고리에 불확실성을 더해 긴장과 즐거움을 주고자 했다… 하는 식의 거짓말을 잠깐 생각했는데 마음에 와닿지를 않네요. 덧붙여, 요정 에팀 페라의 이름은 타임리프의 철자를 애너그램으로 바꾸어 만들었답니다.

 

Q. 뿐만 아니라 2명이 1개의 기기를 사용해 읽어야 하는 「진정한 의미의 2인용 소설」, 주석 기능을 활용해 한 편의 중단편 작품 안에서 총 18가지의 결말을 제시했던 「진정한 의미의 게임 판타지」 등 다양한 사고 실험이 빛나는 작품들도 많습니다. 전부 콘셉트도 다르고 활용 방식도 다른데, 역시 어떻게 기획하고 집필하게 되었는지 대표적인 작품 하나를 꼽아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A. 시작점은 이나경 작가님의 「+20」과 「+10」입니다. 주석 기능은 물론이고 이야기 안팎의 소재를 모두 활용하여 독자의 참여를 이끌어 낸 작품들이죠. 제 기획들은 그 영향을 받아 뒤늦게 쫓아간 셈입니다.

그래도 제 목록에서 하나를 골라 소개하자면 「진정한 의미의 2인용 소설」을 고르고 싶어요. 사실 진정한 의미의 시리즈는 대부분 말장난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게임 판타지’는 보통 게임 속을 장소적 배경으로 다루는 이야기를 뜻하지만, 저는 게임 방식으로 읽는 판타지로 사용했지요. 회귀 판타지나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 SF까지 본래 쓰이던 의미와 다른 방식의 이야기를 만드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2인용 소설」은 제목이 솔직하다는 점에 개성이 있지요. 또 다른 이야기와 달리 그야말로 경우의 수가 무한하다는 데 즐거움이 있습니다. 무슨 의미인지 궁금하시다면, 함께 읽을 친구를 찾아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진정한 의미의 2인용 소설」은 후속편을 요구한 독자가 계신데요. ‘진정한 의미의~’ 시리즈는 같은 방식을 재활용하지 않으려는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어 여러모로 고민 중입니다. 후속편이라 부르기에는 민망하겠지만, 비슷하게 즐길 수 있는 이야기는 가능하리라 생각해요. 제목은 「진정한 의미의 3인용 소설」또는 「진정한 의미의 배틀물」이 되지 않을까요?

 

 :idea: ‘진정한 의미의’ 시리즈 모아 보기!

 

Q. 가장 최근에 올려주신 비슷한 형태의 작품 「판데믹」은 실제로 출판된 게임 북의 일부가 담긴 체험판인데요, 하이퍼링크를 통해 연결이 되는 웹과 달리 특정한 물성이 있는 종이책으로도 이러한 형태를 담을 수 있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게임 북은 원래도 즐겨 보셨던 편인지, 본격 게임 북 출판은 어떻게 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A. 게임 북은 꽤 오래전에 즐겨보았답니다. 읽었던 책을 보고 또 보았던 기억이 남네요. 무인도에 표류한 상황에서 밀가루와 살아있는 닭이 있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는 질문이 생각나요. 닭에게 밀가루를 먹여 길렀다가 잡아먹는다는 선택과 일단 닭을 잡아먹고 나중에 밀가루를 먹는다는 선택이 있었지요.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실 건가요? 저는 답을 이해하지 못해 한동안 마음이 답답했답니다.

게임 북은 2020년 말 정도에 처음 제안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해요. 출간 제안은 아니었고 일종의 컨설팅 의뢰였는데 고민이 꽤 많았습니다. 게임 북은 소설이나 영화보다는 VR 콘텐츠와 닮은 지점이 크거든요. 결국 독자 사이에 공유하는 정보가 상이하고, 또 엔딩이 다양할수록 각개 이야기의 밀도는 떨어지게 됩니다.

다만, 이번 기회가 아니면 게임 북 형태의 이야기를 오프라인으로 선보일 수 없겠다는 생각으로 작업에 참여했어요. 그러면서 평소 익힐 수 없었던 많은 흐름과 짜임을 배우게 됐습니다.

커다란 스케치북을 이야기 줄기로 채우는 방법에서부터 소소하게는 페이지를 배치하는 방법까지 다양한 작업에 의견을 더했습니다. 덕분에 원작자라는 거창한 자리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어요. 앞으로도 다른 작가님들의 참여로 계속 시리즈가 나올 예정이라 합니다.

판데믹 게임북 보러 가기→

 

Q. 브릿G가 오픈했을 때부터 어느덧 5년에 가까운 시간을 함께해주고 계세요(감사합니다 :oops: ). 그간 올려주신 많은 작품들을 보면 작가님 고유의 여러 가지 결이 느껴지더라고요. 귀엽고 아기자기한 감성이 빛나는 작품들도 있고, 기존의 용어나 캐릭터를 변주하는 데에서 새로운 재미와 의미를 찾을 수 있었던 작품들도 많아요. 지금도 연재 형태로 함께 열어 놓으신 여러 이야기들이 있는데요, 보통 어떤 과정으로 착상을 하고 어디에서 영감을 많이 얻으시나요? 작가님의 일상적인 착상 계기, 집필 방식이 늘 궁금했습니다.

A. 이야기의 시작은 주로 엉뚱한 곳에서 만날 때가 많아요. 출퇴근길, 식사, 쇼핑, 산책, 영화 감상, 멍 때리기 등등 일상적인 상황에서 찾아오지요. 보통은 문장 또는 그 이하 수준이랍니다. ‘오크인데 변호사? 오.’ 하는 문장은 홀로 설거지하다 떠올렸던 것 같네요.

다만 의도적으로 영감을 얻고자 할 때에는 텍스트가 아닌 곳을 찾고자 해요. 되도록 쓰고자 하는 이야기와 관계가 적다고 느끼는 지점을 선호해요. 2차 세계대전 이야기를 쓴다면 아마 조선 사극을 찾아보지 않을까요? 외양은 달라도 사람과 마음이 있는 곳이라면 공유할 수 있는 지점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참고로 제가 가장 아끼는 프로그램은 「걸어서 세계 속으로」입니다.

본문을 쓸 때에는 굵직한 사건만 대강 정해두는 편입니다. 따로 기록하는 일은 별로 없어요. 그래서 연재 주기가 길어지면 지난 이야기를 떠올리지 못해 곤란해요. 여하간 작업은 대강 이렇게 진행합니다. ‘멍탐정 김야옹’ 이라는 이야기를 쓴다면 이런 식이어요.

A. 멍탐정 김야옹이 첫 번째 사건을 받음.
B. 가벼운 사건, 잃어버린 물건 찾는 수준.
C. 물건을 찾아줬는데 눈앞에서 다시 도둑맞음.
D. 도둑이 성당으로 도망침. 뭔가 배후가 있음.
E. 성당에서 다른 이유로 도둑을 쫓던 묘탐정 김멍멍 만나서 동료됨.

대강 이런 식으로 정리해두고 쓴답니다. 가벼운 사건이면 뭐고 잃어버린 물건은 뭘까요? 키보드에 손을 올리고 있다 보면 생각날지도 모릅니다. 그전까지는 소소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쓰지요. 중요한 건 음악과 달달한 음식입니다.

사실 음악을 듣지 않으면 글을 잘 쓰지 못하겠어요. 따로 좋아하는 곡이나 가수가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노랫말이 없고 주변 소음을 막아주면 좋아요. 분위기도 어느 정도는 어울려야겠지요. 그리고 핫초코처럼 당도 충분한 음식이 있으면 준비 끝입니다. 지금껏 경험했던 중에는 스토리 프로덕션 안전가옥의 작업 공간이 가장 쾌적했어요. 살면서 그 정도 속도로 연재했던 건 그 시절이 유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Q. 문예 창작을 전공하셨다고 하는데, 전공을 통해 특별히 익히게 된 기술이나 태도, 스타일 같은 것도 있으신가요? 맨 처음 출간된 도서의 작가 프로필에는 ‘특별한 상황에 숨은 일상을 찾아내 이야기를 짓는다’고 적어주셨었는데, 이제 와서 보니 작가님의 스타일을 잘 정의한 문장인 것 같더라고요.

A. 뒤늦게 하는 이야기지만, 사실 처음에 제시했던 소개말은 ‘전주에서 태어나 중앙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가 전부였답니다. 문구가 지나치게 짧다는 피드백에 겨우겨우 한 문장을 추가했는데요. 어쩌면 급한 마음에 본심이 나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전공 과정을 통해 특별하게 익힌 기술은 아쉽게도 없습니다. 학구열이 부족한 학생이었거든요. 또한 학사 수준에서는 기술보다는 특정 환경을 경험하는 데에 보다 의미가 있지 않나 싶기도 해요. 어쩔 수 없이 프로그래밍보다는 문학을 보다 접하는 환경에 놓인 것이 도움이 되었다 생각합니다.

기억에 남는 지점을 꼽자면 단편 하나에 몇 개월을 고민할 수 있는 분위기, 쓴 사람이 아니면 읽을 수 없는 행간이 있다는 사실, 『에덴의 동쪽』, 『인생의 굴레에서』, 『허삼관 매혈기』,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백년의 고독』을 읽게끔 한 과제들, 1시간 동안 1장에 단편 1편을 쓰는 체험 등이 있어요. 시와 시나리오, 동화 등 자발적으로는 접하지 않았을 이야기를 접한 것도 소중한 자산입니다.

 

Q. 브릿G 오픈 후 처음 열린 ZA 문학 공모전에서 단편 「성모 좀비 요양원」이 선정되어 수상 작품집으로 한데 출판이 되었고, 이후에는 「오크 변호사」라는 장편 연재로 전자책 서비스를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두 작품의 출판 과정이 모두 달랐는데 각각 어떠셨나요?

A. 「성모 좀비 요양원」은 제게 의미가 큰 이야기입니다. 생애 첫 소설 공모전 도전이었고 처음이자 마지막 당선작이기도 하거든요. 그 후로 나름 여기저기 공모전에 기웃거리고 있으나 초심자의 운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었는지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오크 변호사」는 예상외로 출판이 성사되어 기억에 남는답니다. 본래 2부로 완결해서 투고를 했던 이야기인데요. 답이 없어 출판을 포기하고 3부를 연재한 끝에 출판을 하게 되었답니다. 그런 탓에 무료판으로 공개되어 있는 오크 변호사의 연재 페이지가 둘로 나뉘어 있게 됐지요.

완결까지 많은 독자분들의 관심을 받았으나, 사이사이 아쉬운 구석이 있어 계약 관련으로 출판사에 방문했을 때 몇 가지 의견을 구했는데요. 그 덕에 무료판과는 색다른 매력이 있는 유료판 오크 변호사를 쓸 수 있었답니다. 이름은 같으나 역할과 성향이 아예 다른 등장인물이 여럿 있지요. 처음 일부를 제외하면 이야기의 주된 줄기도 모두 다르답니다.

 

 

Q. 앞으로 브릿G와 함께 해보고 싶은 작품 방향이 있으신가요?

A. 단편 오프라인 출판과 장편 온라인 출판을 경험했으니, 다음 목표는 단편 온라인 출판과 장편 오프라인 출판 아닐까요? 마음 구석에 모셔 둔 야망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공모전에 탈락했던 단편들을 모은 단편집을 꿈꾸고 있어요. 제목은 「오답노트」나 「쓰이지 않은 소설」 정도가 어떨까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공모전에 떨어진 소설만 모아서는 출판이 어려울 테니 또 얄팍한 술수를 고민 중입니다.

작품 방향을 진지하게 생각한 적이 없어 곤란하네요. 개인적으로는 독자가 추리에 실패하면 살해된 등장인물과 함께 회차가 삭제되는 「진정한 의미의 추리소설」이나, 현실과 같은 시간을 공유하는 프로레슬링 소설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이 인터뷰를 보고 누군가 먼저 시도한다면 더 좋겠지만요.

 

Q. 2019년 6월 문의를 통해 처음 제안 주셨던 ‘황금도롱뇽문학상’은 정말 깜짝 놀랄만한 기획이었습니다. 어느덧 제5회까지 진행이 되었는데요, 사실은 한정된 인력 탓에 저희가 해야 할 일을 작가님이 너무 많이 대신해주고 계신 것 같아 늘 민망하고 송구스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희라면 절대 생각해 내지 못할 기획과 방식이었을 거예요. 이전부터 회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이벤트와 활동 기획을 많이 이끌어주셨는데 ‘황금도롱뇽문학상’은 어떻게 아이디어를 내게 되셨나요? 최근에는 심사 시 실제로 타이머를 재고 5분 안에 읽을 수 있는 소설을 모집했었고, 역시나 많은 분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어졌습니다. 브릿G에 이렇게 잘해주시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크흑… (눈물콧물)

A. 브릿G를 처음 알게 된 건 개인 블로그에 달린 댓글 덕분인데요. 제게는 여러 귀인 중 첫 번째 귀인이십니다. 처음으로 완성한 장편이자 브릿G에도 공개한 「시오레 : 용사의 모험」은 본래 개인 블로그에 쓰고 있었는데요. 한 분이 오셔서 브릿G를 소개해 주셨답니다. 이 자리를 통해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여러 가지로 브릿G에는 제 이야기를 소중하게 여겨주신 분들이 많이 계셔요. 아스가르드가 땅이 아니듯이, 제게도 브릿G는 사이트가 아닌 모양입니다.

그리고 황금도롱뇽 문학상은 사실 제 아이디어라고 하기에는 민망합니다. 이름은 황금드래곤 문학상에서 빌려온 것이고, 회원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이벤트는 소일장이란 이름으로 이전부터 있었으니까요.

시작은 2017년 6월 배명은 작가님이 시작해 주신 주제 글쓰기로 기억해요. 같은 해 10월에는 리체르카 작가님께서 올려주신 같은 소재 글쓰기가 있었지요. 장아미 작가님, 이나경 작가님, 이시우 작가님께서 함께 소재를 모아주셨는데요. 제각기 다른 분위기로 이야기를 올려주셨고, 또 다양한 후원 방법으로 참여하시기도 했지요.

황금도롱뇽 문학상은 여러모로 초기 소일장의 빈자리를 채우지 못해 허덕이는 중입니다. 그래도 이왕 시작했으니, 제멋대로 황금드래곤 문학상을 라이벌로 삼아 보다 멋진 트로피를 목표로 삼고 있어요.

 

역대 황금도롱뇽문학상 수상 트로피(사진출처: 자유게시판)

 

Q. 사담입니다만 「오크 변호사」를 계약하러 황금가지 편집부 사무실에 잠시 들러주신 적이 있는데, 이때 이영도 작가님의 굉장한 팬이라고 하셨고 실제로도 그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언제 어떤 작품으로 이영도 작가님과 처음 만나게 되셨나요? 수상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제1회 어반판타지 공모전에서 본심에 오른 「곤수탄진」이라는 작품은 당시 본심 심사위원이었던 이영도 작가님께서 검토하고 아주 짧은 한 줄 평을 전해주기도 하셨는데, 기분이 어떠셨나요.

A. 편집부 사무실에 들르던 날, 제 가방에는 『드래곤 라자』 1권이 있었답니다. 만에 하나, 혹시나, 어쩌면 하는 마음으로요. 사실 이영도 작가님의 사인회를 두고두고 기다렸는데요. 다른 일정과 겹치는 바람에… 가지… 못했거든요…

이영도 작가님을 처음 만난 건 『드래곤 라자』를 통해서였습니다. 세상에 이런 이야기가 있을 거라곤 생각도 하지 못했어요. 당시 저는 첫 12장도 이해하지 못한 나폴레옹 전집을 앞에 두고 읽는 시늉만 하던 꼬맹이였답니다.

「곤수탄진」에 대한 한 줄 평은 제게 의미가 커요. 사실 작가와 독자는 일반적인 생산자와 소비자와는 조금 다른 관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산물은 끝내 소비자에게로 소유권이 옮겨가지요. 그렇지만, 작가의 생산물은 독자에게 전해져도 작가를 떠나지 않습니다. 작가와 독자는 하나의 텍스트를 공유하는 관계를 형성하지요.

그런 점에서 저는 『드래곤 라자』를 통해 이영도 작가님과 처음으로 텍스트를 공유했고, 「곤수탄진」을 통해 이영도 작가님과 텍스트를 공유했답니다. 심지어, 그게 「콘스탄틴」의 패러디라는 사실도 알고 계실 테니 꽤나 많은 점을 공유하는 셈이지요.

나름 성덕 반열에 진입한 것 아닐까요?

제1회 어반 판타지 소설 공모전 심사위원 이영도 작가님 코멘트: “유명 영화를 패러디한, 작가의 기분전환용 소품으로 보입니다.”

 

Q. 작가님의 취향이 엿보일 것 같은 질문인데요. 작가님께서 브릿G에서 즐겨 보는 작가님이나, 재밌게 봤던 작품이 있나요?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간단한 이유와 함께 추천을 부탁드려봅니다.

A. 다섯 작품을 뽑았습니다. 답변을 준비하면서 예전에 재밌게 읽었던 작품들을 돌아보았는데, 사라진 작품이 많아 슬퍼지기도 하네요.

  • 첫 번째는 천가을 작가님의 「막대과자는 톡 하고 부러진다.」입니다. 그야말로 톡 하는 효과음이 어울리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천가을 작가님이 쓴 이야기에서는 솜사탕을 상상하곤 합니다.

  • 두 번째는 Oo 작가님의 「황금의 유전자」랍니다. Oo 작가님의 이야기에는 늘 긴장감이 있지요. 그러나 물러나 발을 돌리게 하는 긴장은 아닙니다. 궁금함에 고개를 조금씩 들이밀게끔 하는 긴장이 있거든요.

  • 세 번째는 장아미 작가님의 「왕의 이름은」입니다. 장아미 작가님의 글에서는 섬세함을 느껴요. 카메라로 곳곳을 가까이 담아내는 영상과는 다른 세심한 시선이 있답니다. 활자로만 담을 수 있는 관심이 있다고 생각해요.
  • 네 번째는 배명은 작가님의 「그날 밤 그 안에서」입니다. 배명은 작가님의 이야기에는 목소리가 담겨있다 생각해요. 때로 글자의 모음으로 끝나기 쉬운 게 글인데, 배명은 작가님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사람의 목소리를 담아내시거든요.
  • 다섯 번째는 노말시티 작가님의 「세계 맥주 네 개 만원」입니다. 노말시티 작가님의 이야기는 재미가 분명하다고 생각해요. 읽는 즐거움으로 향하는 최단 경로를 알고 쓰시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담지 못한 이야기가 많아요. 요즘에는 읽는 시간도 줄었지만, 읽었다는 사실을 잘 드러내지 못하고 있기도 합니다.

 

Q. 브릿G에 올려주신 다양한 이야기들 중, 이 인터뷰를 보시는 분들께 가장 추천하고 싶은 ‘나의 작품 BEST5’를 꼽아서 간단한 이유와 함께 리스트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작가님의 만족도와 취향대로 추천을 부탁드려 봅니다.

A. 공개한 순서로 따져 다섯 편을 소개합니다. 스스로를 홍보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니 무료인데다 짧은 이야기로 골라봤어요. 「짧은 판타지」, 「큰 뱀의 껍질」, 「봄비가 내려 : 4월 20일(곡우)」, 「진달래 선비」, 「녹차꽃」입니다.

  • 「짧은 판타지」는 열 줄로 짜인 이야기 열 편의 모음입니다. 본래 한 편씩 올리고 싶었지만, 당시 최소 분량을 채우지 못했거든요. 제게는 꽤 소중한 이야기입니다. 브릿G에 처음 올린 이야기이기도 하고, 짧지만 처음으로 웹에서 완결을 한 이야기이기도 하거든요.
  • 두 번째는 「큰 뱀의 껍질」입니다. 17년 6월 배명은 작가님이 주제 글쓰기를 시작해 주셔서 쓰게 됐지요. 늘 쓰고 싶었던 작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쓸 수 있었고, 소중한 팬 아트를 받은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팬아트는 핸드폰에 저장해 두고 가끔 이야기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질 때마다 보곤 해요.

그림: 번연

  • 세 번째는 「봄비가 내려 : 4월 20일(곡우)」입니다. 2017 달력 단편집의 한 회차로 들어간 이야기인데요. 스토리 프로덕션 안전가옥을 통해 낭독극으로 제작되기도 해 제게는 의미가 깊은 이야기입니다. 「시오레 : 용사의 모험」의 프리퀄로 쓰이기도 했고, 리부트도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도 썼습니다. 여러모로 마음을 누르는 이야기가 되었어요.
  • 네 번째는 진달래 선비입니다. 「짧은 판타지」에서 이루지 못한, 짧은 이야기를 회차로 묶어내겠단 욕심을 풀어낸 이야기입니다. 모든 회차를 201자로 맞추겠다는 얄팍한 목표도 두고 있지요. 무엇보다 글을 쓰는 데 들이는 시간이 부족해지면서, 출퇴근 중에도 쓸 수 있다는 마음으로 한 편 한 편 담았습니다. 요즘에는 뜸한데요. 아마 곧 마무리를 지을 수 있지 않을까 해요.
  • 다섯 번째는 「녹차꽃」입니다. 쓰는 과정이 제 마음에 소중했다고 생각해요. 차를 우리는 것처럼 이야기를 쓰는 마음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거든요.

어째 추천보다는 개인적으로 아끼는 이야기를 소개하는 시간이 되었네요. 다섯 이야기를 보고도 더 볼 마음이 드셨다면, 앞으로 제 이야기들과 친하게 지내주셨으면 합니다.

 

Q. 모든 인터뷰의 마지막 질문은 거의 고정적일 것 같습니다만, 앞으로의 계획과 브릿G에 바라는 점(진솔한 충고와 날카로운 비평 환영합니다! 그대로 싣겠습니다!)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계획은 연재 중인 「무명용사」를 완결까지 꾸준하게 쓰는 거랍니다. 지금껏 브릿G에서 활동하며 후회되는 지점이 참 많은데요. 먼저 떠오르는 건 유료화와 무료화를 제멋대로 오갔던 일과, 독자의 기대와 맞지 않는 시점에 이야기를 급히 마무리한 결정들입니다. 예전과 비교하자면 손도, 머리도 느려졌고 시간도 부족하지만 마음은 아직 굳지 않았으니까요. 「무명용사」를 끈기 있게 쓰고 싶어요.

브릿G에 바라는 점을 한마디로 정리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네요. 구구절절한 이야기는 재미가 없을 것 같아 가볍게 적어 보았습니다.

작가 이용자에 대한 세심한 배려는 브릿G의 큰 장점이지만, 고객으로서 방문하는 독자 이용자를 위한 이정표가 좀 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예를 들어, 읽음과 구독을 수치 대신 아이콘으로 표시하는 기능은 보다 많은 작가와 작품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독자들은 어떤 작품이 더 많은 선택을 받았는지 확인하기 어렵고, 이는 종합 베스트와 같은 인기지표에 의지한 유입을 촉진할 수 있다 생각해요.

전반적으로 브릿G는 독자가 고객으로서 기능할 수 있는 정보를 제한하는 성향을 보인다 생각합니다. 이는 작가를 보호하는 한편, 작가와 독자 사이의 다리를 허무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요. 거기에 이제 무료 작품도 로그인하지 않으면 열람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점차 플랫폼이 고립되지 않을까 하는 고민도 합니다.

📌 작가님의 답변을 받은 후 회의를 통해 전해주신 의견에 대해 두루 논의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최근 브릿G의 오랜 과제였던 데이터 누적 문제를 해결하고 조회수 집계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면서, 비로그인 시에는 공개된 작품의 절반을 열람할 수 있도록 변경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이후 여러 건의 문의와 제안이 제보된 터라, 이 부분은 다시 복구하여 무료 작품의 경우 로그인하지 않은 상태로 열람이 가능하도록 할 예정입니다. 다만 이전의 조회 시스템과 비교하며 다시 복구 작업을 해야 하여 다소 시간이 걸릴 예정인 점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이달 중 완료가 목표랍니다. 

읽음과 구독이 각각 잎사귀, 손가락으로 표시되어도 결국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반응을 얻은 작품은 선택을 받기가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읽음 잎사귀가 3개 이하인 작품은 로그인 없이 열람할 수 있고, 유료화는 읽음 잎사귀가 5개 이상인 때부터 할 수 있는 등의 구분을 두는 것도 나름의 효과가 있지 않을까요? (유료 작품은 몇 개의 회차가 유료인가와 관계없이 골드코인으로 표시되기 때문에 클릭부터 두려워요.)

📌 유료 작품을 클릭하기 두렵다는 의견에 따라, 작품 리스트에서 유료작임을 알리는 골드코인 아이콘 및 가격 정보를 제거하였답니다.

8점과 10점으로만 구성된 평점도 작가에게는 낮은 점수를 받는 위험을 줄여주는 기능을 하지만, 독자로 하여금 10점이 아닌 작품을 기피하게끔 하는 역효과를 내기도 하지요.

별점은 평균이 아닌 누적으로 표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구독과 공감은 작가에게 프로필이 노출되기 때문에 꺼려지는 부분이 있고, 별점은 구독, 공감과 달리 인기 지표에 영향을 끼치지 않으니까요. 구독, 공감은 유기명 추천, 별점은 무기명 추천의 기능을 해도 좋겠다 생각합니다.

📌 평점의 경우 인기 지표에 영향이 있답니다. 단, 평점을 허용하지 않은 경우는 이 평가 요소가 빠지는 것이지요. 주신 의견에 따라 평가를 허용한 작품에 한하여 사용자들이 별점을 1개부터 5개까지 줄 수 있도록 모두 열어두었습니다. 또한 명칭을 별점으로 바꾸고, 별점을 남긴 전체 사용자의 수치를 작품 리스트와 작품 정보 등에 추가함으로써 독자들의 선택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지표를 마련하기로 하였습니다! 

한 마디가 늘고 늘어 백 마디가 되겠습니다. 지금 브릿G에 불만이 많아 늘어놓는 얘기는 아니어요. 본래 수다쟁이지만 고양이와 견줄 정도로 겁이 많고 예민해서 떠들지 못했던 수다를 떨었을 뿐이랍니다.

숏터뷰를 통해 지난 작업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었습니다. 다시금 감사드리며, 찾아주신 분들 모두 마음에 닿는 이야기로 이어지는 다리를 만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작가님께선 좀 더 얌전한 사진이 필요하다면 알려 달라 하셨지만 만족스러웠기에(?!) 전체 사진을 그대로 싣습니다. :cool: 본 인터뷰를 재밌게 읽으셨다면, 유권조 작가에게 후원을 보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은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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