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타에 정신병원

눈을 떠보니 어느 폐가.
귀신이 튀어나올 것 만 같았다.
나는 어느 의자에 묶여 있었다.
나는 묶여있는 줄을 풀고 일어났다.
탐험해보니 이곳은 정신병원이었다.
이곳 정신병원 이름은 그타에 정신병원 이었다.

 

“뭐야..?”
여기에 오기까지에 기억이 전혀 없다는 것이 이상했다. 병원 이름이 적혀있는 간판은 나무도 아닌 단단한 전광판이었는데 부러져서 바닥에 널브러져있다는 것이 무언가 이상했다. 일단 기억을 되짚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누군가가 나를 일부러 잠 재우고 이런 곳에 데려다 놓은 것이라면-.
의심되는 한 사람이 딱 떠올랐다.

 

그래, 분명 ‘그 자식’ 밖에는 없다. ‘그 자식’ 말고 누가 이런 짓을 벌이겠나? 그렇다면 어떻게? 오늘, 오늘이 확실한가? 이곳에서 눈을 뜨기 전까지 나는 내 단칸방 안에 틀어박혀서 꼼짝도 하지 않았는데. 나는 분명 침대를 뒹굴거리며 만화책을 읽다가, 커피를 끓이려고 부엌으로 갔다. 그리고……

방금 무슨 소리였지?

 

이런 일을 벌인 범인이 누구인지 짐작이 간다.
그타에 말고는 누가 있겠나?
그타에는 나와 ‘원수 지간’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나쁜 사이다.
‘덜그럭’
어? 아까 난 소리가 또 났다.
나는 그 소리가 난 곳에 갔다.
아무도 없는데…? 뭐지?
뒤를 돌아보니, 관리가 안 되어 보이는 교복을 입은 여자가 나타났다.

어…?

 

여자의 얼굴은 그림자에 가려져서 잘 보이지 않았다. 이상한 일이었다. 다 허물어진 병원에 전기가 들어오고 불이 켜진다는 것 자체도 이상한 일이었지만, 주변을 식별할 만큼 천장의 빛이 밝은데도 여자의 얼굴에만 그림자가 진다는 것이 이해할 수 없었다. 이 병원에 갇힌지 처음보는 사람이기에 처음엔 반가운 마음이 앞섰지만, 말을 걸기 전에 이러한 섬뜩한 생각이 들

 

어 발걸음을 멈추었다.
“여긴 어떻게 들어오셨어요?”
무엇보다 이 병원은, 정신을 차린 뒤 몇 번이고 둘러봤지만 출입구를 찾을 수 없었다. 나갈 수 있는 문은 가구로 막혀있었고 창문은 철판으로 막혀 못질을 해 도저히 부술 수도 없었다. 밖에서 들어오는 빛에 의지할 수 없어 낮과 밤을 분간하려면 손목시계 외엔 확인이 불가능했다.
그때 천장의 불이 깜빡이더니

 

한 번에 팍, 나가버렸다.
이상하게도, 이 방의 불만 말이다. 어두컴컴해지자 참을 수 없는 두려움이 목을 옥죄었다. 복도의 불빛만으로는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 여자, 아까 어디에 있었더라?

 

여자를 생각하니 갑자기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아까 여자가 있던 방향으로 짐작되는 쪽을 노려보며 뒷걸음질쳤다. 그때 종아리에 뭔가 부딪히며 덜커덩하는 요란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나는 기겁하며 펄쩍 뛰었다. 분명 내가 온 쪽 복도엔 별 물건이 없었는데?

 

혼비백산하며 옆으로 빠르게 물러선 내 등에 또 무언가가 부딪쳤다. 이번엔 요란한 소리가 나지 않았다. 이번에 부딪친 건 딱딱하지도 않고 부드러운 느낌이었다.
나는 내가 어디 부딪쳤는지 눈치채고 순간 온몸이 굳어버렸다. 나는 반대 방향으로 뒷걸음질치고 있었다.
내 등 뒤에 여자가 있었다.

 

사람이 너무 공포에 물드면 몸이 굳는다고 한다. 공포영화에서 답답하게 도망가지 않거나 차에 치일 것 같은 장면에서 주인공이 멈춰있는 건 주로 그러한 심리를 묘사하기 위해 존재한다. 나는 그것이 가상에서 나타나는 속한 말로 ‘고구마 전개’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이번에야 말로 사실이란 것을 느꼈다. 다리는 사시나무처럼 떨렸지만 발은 움직이지 않았다.

 

“언제 깨어나셨어요? 꽤 오랜만에 보네요.”
그때 여자가 말했다.
“예?”
나는 화들짝 놀라면서 대답했다.

 

“저 기억 안 나요?”
뜬금없이 이어지는 대화의 전개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다 문득, 여자가 처음으로 내게 건 질문이 떠올라 얼른 반문했다.
“제가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는지 아세요? 일어나보니 여기였어요.”
“당연히 알죠. 저는 언제나 여기에 있었는걸요?”
언제나 라니.
“그나저나 오랜만이에요.”
여자는 말을 이으며 손뼉을 마주쳤다.

 

벌떡!
나는 잠에서 깼다. 꿈이었던 것이다. 또한 그타에 정신병원이라는 것은 없다(내가 검색을 통해 알아앤 정보이다). 꿈이 사실적이었는지 내 몸은 땀으로 젖어 있었다. 초인종이 울렸다. 누구지? 그 여자였다.
“계세요?” 그녀가 말했다(귀신인지…).
일단 나가보자.
“네, 갑니다.”
나는 문을 열었고…
꿈에서 그대로 깨어났다. 이쯤되자 혼동되기

 

시작했다. 현실과 꿈을 구분하지 못하겠다. 뭐가 꿈이지… 나는 이런일로 정신병원에 있는 걸까? 모르겠다.

 

나는 침대에 앉았다.
밤이 되었다.
지금은 7시.
또 그 꿈을 꾸진 않겠지…
다행히 그 꿈을 꾸진 않았다.
그때까진.
어떤 남자가 나를 이끌었다.
나는 남자와 손을 잡았다.
나는 그 남자에게 물었다.
“나를 어디로 끌고 가는거요?”
그 남자는 웃었다.
나는 그 남자의 얼굴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그러자 그 남자의 얼굴은 서서히 저승사자로 바뀌었다.
그리고

 

나는 잠에서 깨었다.
잠에서 깨었더니 나의 방이었다.
나는 목이 말랐다.
너무 꿈에 몰입했던 탓일까.
나는 방문을 열었다.
그랬더니 그곳은 그타에 정신병원 이었다.

 

환하게 켜있는 조명과 바깥의 시간을 알수 없는 음산한 창문. 하지만 이번엔 문이 가구로 막혀있지 않았다.
누가 가구를 치운 걸까. 이 병원엔 그여자와 나말고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아마도, 사람은 없다. 여자는 신체적 능력이 강해보이지 않았다. 얼굴은 볼 수 없었지만, 아마도 교복으로 미루어보아 학생일거다. 학생 혼자서 치우기에 가구는 너무 많고 무거웠다.

 

그렇다면 그런 사람들이 여러 명 있다는 것일까…
그 순간, 똑같은 교복을 입고 있는 여고생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나를 덮쳤다.
“왜 이러세요~!”
그렇다.
그들은 좀비였다.

 

나는 겨우겨우 좀비의 늪에서 빠져나왔다.
다행히 물리진 않은 것 같다.
빨리 이 병원을 빠져나가야 한다.
몇 시간 후…
드디어 출구를 찾아냈다!
출구는 굳게 잠겨있었다.
그 출구를 부수려면 엄청난 힘이 필요하다.
얘를 들어 엄청 많은 사람들이 들이 박는다던지…
아!
좀비들을 이쪽으로 유인해서 이 문을 부수면 되겠다!

호스트 코멘트

참가자가 없어 이만 퇴고합니다…
글 달아주신 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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