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유전자를 가진 사람에게 감형을 해 주는 사회를 다룬 짧은 단편입니다. 재미있는 상상이지만,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감형해주는 실제 한국 사회를 생각해 보면 마냥 남일처럼 즐길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사실 제목만 보았을 때는 마이너리티 리포트처럼 잠재적 범죄자들을 범죄 전에 먼저 잡아넣는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오히려 반대의 내용이어서 신선했습니다.
유전자가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면, 그래서 우리가 하는 행동들이 유전자에 의해 나타난다면 결국 우리의 자유의지는 어디에 존재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자연스레 던져집니다. 사실 이 부분은 후성유전학의 발달로 인해, 유전자의 발현은 후천적으로 조절될 수 있다는 이론이 학계를 주도하면서 사장된 논쟁이긴 합니다. 그러나 인간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물을 때 개인이 어쩔 수 없는 선천적인 변수들을 어느 정도까지 참작해 줄것인가 하는 질문과도 연관지어 생각해 보면 분명 흥미로운 소재가 아닐 수 없죠. 그런 면에서 작품을 더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습니다.
이 글을 포함해 작가님의 작품들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유의 어투가 있는데, 예를 들면 아래와 같습니다.
사람들이 받은 충격은 엄청났다!
어조가 게임 같은 느낌을 줍니다. (야생의 피카츄가 나타났다! 이런 투죠) 좋게 말하면 발랄하고, 조금 안 좋게 말하면 경망스러워 보이기도 하구요. 작가님 특유의 트레이드마크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욕을 하는 부분에는 &@#%류의 특수문자들도 동원되어 채팅을 하는 듯한 느낌도 줍니다. 이런 필체는 다소 호불호가 갈릴 것 같습니다. 작가님의 선택은 존중합니다만, 이 작품의 경우엔 소재가 다소 어두운 만큼 좀 더 진중한 톤을 취했어도 좋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하반신 마비인 주인공은 자신의 아내를 강간한 범인이 범죄유전자를 이유로 고작 1년형을 선고받는 것을 보고 분노합니다. 그리고 나서, 범인의 출소에 맞추어 복수를 계획하게 됩니다. 가해자에 대한 사법 기관의 경미한 처벌에 화가 난 피해자가 직접 복수를 집행하는 이야기는 ‘시계태엽 오렌지’ 이래 여러 작품들에서 많이 사용되어 온 소재인데요, 이 작품에서는 그 복수가 한 차원 더 나아갑니다. 궁금하시면 작품을 읽어보시기 바라구요,
범죄유전자 비율에 따라 감형되는 것을 이용해서, 주인공은 범죄유전자 99%짜리 인물을 동원해 복수를 감행합니다. 그리고 2년에서 1년으로 감형받은 가해자 ‘그’처럼, 조력자 또한 20년 형에서 0.2년으로 감형을 받게 됩니다. 기가 막혀 하는 가해자 ‘그’의 표정을 보며 짜릿해 하는 카타르시스는 덤입니다.
여기서 한가지 궁금한 점은 주인공의 폭행교사 입건 여부입니다. 피해자가 폭행의 과정에서 주인공을 봤기 때문에 주인공이 빠져나올 길이 있을까 싶은데,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은 없네요. 사실 생각해보면, 주인공은 복수만 성공한다면 자기가 감방에 가든 말든 신경도 안쓸지도 모르겠군요.
범죄 유전자의 비율을 형량에 산술적으로 적용하는 부분은 현실성이 떨어지긴 하지만 (애초에 범죄 유전자 비율은 어떻게 계산할까요? 그리고 그 존재비가 인간 행동에 선형적으로 영향을 준다는 것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요?), 주인공의 복수에는 아주 찰지게 활용됩니다. 가해자를 씨익 웃게 만든 바로 그 무기가, 거꾸로 뒤집혀 가해자를 항해 날아드는 거죠. 참신한 결말이었습니다. 좋은 작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