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요즘 세상이 각박하긴 해요, 저부터 우선 옆집에 누가 살고 있는 지 정확하게 알지를 못합니다.. 몇 번을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고도 옆집 사람인지도 모른 경우가 있습니다.. 제대로 얼굴을 쳐다보고 인지를 하지 않은 체 아무렇게나 인사하고 헤어지기 때문에 그럴 지도 모르겠습니다.. 막상 같이 내려서 등을 돌리고서야 미안한 마음에 다신 돌아보고 인사를 제대로 인사를 하려면 옆집도 어색한 지 어서 들어가버리더라구요, 뒤늦게 닫히는 문에 대고 인사를 해봐야 늦었죠, 두어차례 민망한 후에야 이제는 그냥저냥 한번씩 마주치면 웃으면서 알은 체 정도만 합니다.. 아이가 있어도 막 친근하게 다가서기가 쉽진 않더군요, 하지만 예전에 골목생활이 주를 이루던 저의 어린시절에는 모든 동네의 아이들은 아무렇게나 이웃의 집에서 또래의 친구들과 놀곤 했습니다.. 저 역시 맞벌이하는 부모님이 없어도 국민학교(저희때는 그랬습니다)가기 전에 이웃집에 형이나 누나를 놀다가 자곤 했습니다.. 서로가 서로의 울타리가 되어주던 그런 시절이었던 것 같습니다..
요즘은 그렇지 않죠, 쉽게 이웃의 사생활을 침범하기가 어려운 세상입니다.. 심지어 함께 있어도 친근함이 오히려 부담스러워지는 그런 시대에서 살아가고 있죠, 누군가가 자신의 아이들과 가족에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쉽게 다가서기가 어렵습니다.. 흔히 말하는 제노비스 신드롬이 남의 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나 아니라도 누군가는 그들에게 관심을 가져 주겠지라며 일종의 사회적 책임을 회피할 수도 있으니까요, 저 역시도 말이죠, 과거가 어떠했던 현재의 세상은 쉽게 이웃이라고 불리우지만 타인인 그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서지 못하는 그런 세상인 듯 싶어서 조금 안타깝네요, 저부터 이제부터 혹여라도 옆집사람들과 마주칠때면 민망해도 조금은 더 살갑게 다가서야겠습니다.. 그냥 그런 느낌이 들어요, 조금은 그들에 대해서 아는게 있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에게 또는 그들에게 절대 벌어져서는 안될 문제가 생긴다면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좋을테니까 말이죠,
이 작품의 시작 첫 문장은 개인적으로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영우라는 아이에 대한 문장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영우는 학대당하지는 않았다. 방치됐다라고 서두를 드러낸 이야기는 아주 평범하지만 삶의 비애가 많은 결손가정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영우의 아빠는 나쁜 사람이 아닙니다.. 그 역시 삶의 틈바구니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이 시대의 서민입죠, 하지만 그에게 있어 중심은 아이보다는 자신의 삶인가 봅니다.. 영우 아빠는 늘 일을 나갈때면 어린 영우를 어디 맡길때가 없어 반지하의 월세방에 밖에서 잠궈둔 체 일을 나섭니다.. 하지만 집에 들어오지 않은 날들이 허다합니다.. 자신의 삶과 생활로 인해 아이는 점점 피폐해져가고 주인집 어른도 아이가 안쓰럽고 마음이 가지만 쉽게 아이에게 정을 주고 도움을 주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아이를 내버려두는 아빠의 행동이 더 심해지거나 심지어 그대로 도망을 가버릴지도 모를 일이니까요, 영우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더 몸과 마음이 피폐해지고 정신에 생채기가 생겨갑니다.. 주인 아저씨는 보다못해 자신의 딸인 대학 졸업반인 소희에게 영우를 위해 시간을 할애하라고 하죠, 소희는 어린 영우가 이쁘고 귀엽습니다.. 어린 영우는 시간이 지날수록 소희에게 자신의 열고 조금씩 예전의 활기찬 아이로 다시 돌아오기 시작하죠, 그러던 어느날 아빠와 함께 있던 영우를 보지못한 소희는 어느날 영우가 실종되었다는 이야기를 경찰에게서 듣게 되죠, 단서도 없고 영우는 여전히 실종상태로 몇 개월이 흘러 영우아빠는 집을 떠나버립니다.. 그렇게 영우는 소희에게서 사라져버린 것이죠, 그리고 시간은 흐릅니다.. 소희는 대학을 졸업하고 쉽게 직장을 구하지 못하다가 지인의 소개로 간단하게 취업이 가능한 학습지 교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조금씩 자신의 삶을 찾아갈때쯔음 뛰어난 머리를 가진 어린 현수라는 아이를 만나게 됩니다.. 일반적이지 않은 가정에서 세상 부러울 것 없이 자라난 현수는 대단히 독선적인 성향의 거부감이 느껴지는 아이였습니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여러모로 이 작품의 설정과 인물적 개연성은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습니다.. 일단 일반적이진 않지만 영우의 삶과 그의 아버지의 행동 역시 이 시대의 철없는 부모의 모습들과 딱히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아이를 방치하지만 나름의 부모로서의 역할은 아이와 있는 동안에는 자신을 꾹 누르고 참아내는 모양새가 참 짜증스럽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분노가 일기도 합니다.. 뉴스를 보나, 주변을 돌아보나, 이런 부모들은 어디에는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경중의 차이가 있을진 몰라도 여전히 아이보다는 자신이 더 중요한 부모들은 널리고 널렸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 짜증스러운 공감이 묻어나요, 그리고 저를 비롯해서 아이를 둔 학부모의 입장에서 학습지 교사의 입장과 시선과 관점으로 보여지는 이야기의 중반부 이후의 감성은 매우 현실적이면서도 공감 백배가 이루어지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후반부의 충격적인 흐름과 반전과 임팩트도 자극적이고 인간의 파괴적 본성과 사이코적 감성의 극단적 방법론으로 이어지긴하지만 그 거부감조차도 공감이 갈 정도였습니다.. 이 또한 경중의 차이는 있지만 저 역시 그런 부모중 하나가 아니라고 말 못하겠습니다.. 작가님이 보여주시는 상황적 현실감은 무척이나 뛰어난 이 단편의 장점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 작가님의 작품을 거의 다 읽고 있지만 대다수의 작품들이 대단히 부정적이고 염세적이고 불쾌한 감성이 전반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처음 작품을 대할때에는 개인적으로 이 불편한 거부적 감성에 대한 부정적 독후감을 쏟아내었던 기억도 나구요, 하지만 이후 다른 작품들에게서 느꼈던 장르적 감성과 인간의 근원적인 파괴적 본성과 잔인한 감성적 심리가 상당히 흥미로워지기 시작하더군요, 그리고 오랜만에 다시 접한 이 작품 “눈 오는 날”은 그런 인물적 심리와 설정의 장르적 느낌이 아주 좋았다고 느껴집니다.. 물론 제일 처음 읽었던 “언니, 그냥 죽어”라는 작품에서 극단적으로 와닿았던 거부적 감성은 여전히 머릿속에서 맴돌긴 하지만 이후의 작품들에게서 느껴지는 장르적 감성은 상당히 좋았던 것 같아요, 이 작품도 이러한 매력이 십분 살아있는 좋은 호러소설이 아닌가 싶습니다.. 독자적 공감도 잘 이루어지고 사회적 문제와 인간의 근원적인 차별적 존재감에 대한 관계적 불평등을 매우 매력적으로 그려내고 있으니까요,
물론 이야기의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후반부에 이끌어내는 우연적 방법과 상황적 임팩트는 조금 뜬금없어 보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의 후반부에서 몰아닥치는 충격은 매우 자극적이고 파괴적입니다.. 대강 짐작을 하고 반전이 예상이 되긴 하지만 그 짐작보다 더한 인물적 거부감과 사회속의 계층적 상위자와 그들에게 의지할 수 밖에 없는 힘없는 일반인의 사회적 불평등의 계층으로 존재하는 낙인당한 인물이 당하는 아픔은 매우 극단적인 거부감속에 어쩔 수 없는 공감과 분노를 이끌어냅니다. 이게 뭔말인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읽어보시고 결말을 느껴보신 분들이시라면 저의 병신같은 이해가 안되는 독후감이라도 충분히 감응하시리라 여겨집니다.. 그리고 이 작품은 무척 재미집니다.. 현실적 이야기에 담아낸 장르적 자극성이 오히려 대중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 같아요, 사실 보통은 어떤 단편을 읽어도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 존재하기 마련인데 이 작품은 적당하게 마무리가 잘된 느낌입니다.. 마지막의 끝맺음조차도 적당하게 독자들의 감성을 흔들어주는 임팩트로 잘 갈무리가 된 것 같아서 좋았구요, 오히려 초반의 영우의 이야기와 후반의 소희의 이야기의 소소한 주변의 이야기들을 조금 더 줄여서 이끌어갔다면 간결하면서도 상당한 임팩트를 가진 충격이 배가되었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런 이야기도 사족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빼고 더하고도 없이 전반적으로는 즐거운 작품이었다고 여기구요, 초반을 읽어내려가면서 어이쿠,하는 감성적 감탄사가 마지막 마무리하고 나서도 어이쿠,하는 안타까움으로 토해내더군요, 좀 더 좋은 작품 많이 선보여주시면 좋겠습니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응원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