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마법세계의 일상 (완성) 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마법탐정-타니감각자 (작가: 이요람, 작품정보)
리뷰어: stelo, 17년 12월, 조회 163

안녕하세요. 군인 Stelo입니다. 오늘은 약속했던 마법탐정 리뷰를 들고 왔습니다.

 

[마법 탐정]은 재미있습니다. 이 말은 제게 좀 특별합니다.

 

저는 소설을 읽으면서 “재미있다”고 생각한 적이 별로 없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요네자와 호노부가 쓴 추리 소설들을 좋아합니다. 특히 [고전부 시리즈]를 좋아하죠. “호타로가 귀여웠어”라는 평을 받는 그 작품 말입니다.

그런데 이 청춘을 다룬 미스터리를 읽으면서 저는 장밋빛 청춘이니 풋풋함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항상 세상은 뭔가 씁쓸한 걸 숨기고 있고 그럼에도 살아간다고 할까요.

요즘 미스터리 소설이 다 그런 것 같습니다. 어찌되었든 잔인하게 시체를 들이밀면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죠. 다들 음울한 배경을 가지고 있고요. 적어도 주인공은 우울하기 마련입니다.

오히려 저는 행복한 이야기들이 뭔가 가짜같다는 생각도 합니다. 그래서 음울한 미스터리들을 읽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마법 탐정 1회를 보고 나서 저는 재미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제목에 ‘탐정’이 붙어있지만, 평범한 한국 청년 도진이 평범하게 사는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기이한 일들을 겪으면서 느끼는 반응은 한국인스럽습니다.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 시험 결과에 불안해하거나,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기도 합니다. 열정이나 목표가 있지도 않고요. 셜록 홈즈처럼 천재적인 능력이 있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갑자기 마법사회로 증발했는데 연락하는 지인조차 나오지 않는 걸 보면… 어지간히 고독한 모양입니다.

…하지만 우리 친구는 시니컬한 영웅이 아닙니다. 평범하거든요. 호기심도 많고 모든 걸 다 신기해하죠. 그게 중요합니다. 마법탐정에서 중요한 건 신기한 일상이거든요.

(제가 본 10화까지를 기준으로) 크게 잔혹한 사건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살인 사건도 간접적으로-신문- 묘사될 때가 많죠. 오히려 이야기는 평범한 한국 청년이 묘하게 신기하지만 익숙한 마법 사회에서 살아가는데 집중하고 있어요.

마법사도 세탁기를 쓴데요!

바늘이 세 개 있는 손목 시계가 있어요!

마법사들도 9급 마법사 시험이란 걸 본데요!

이런 시시콜콜한 묘사들은 잘못하면 지루해질 수 있습니다. 설정 놀음이 되는 거죠.

저는 오래전에 리뷰에서 ‘왓슨역’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걸핏하면 했습니다. 천재 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우면 독자들이 이해를 못하거든요. 뭔가 설정은 많으니까 설명을 해야겠는데, 그게 이야기 흐름에 안 맞아들어가는 겁니다.

왓슨은 평범한 사람입니다. 그러니 신기한 홈즈의 세계를 이해하려 하고, 설명도 해주죠. [마법탐정]은 이 왓슨 역을  잘 쓰고 있습니다. 주인공의 마음이 이해가 가죠. 평범한 우리에게는 이 모든 게 다 신기하지 않겠습니까!

 

예, 우리 주인공은 홈즈가 아니라 왓슨입니다.

 

홈즈 같은 사람은 따로 있죠. 바로 건우입니다. 초파리를 기르고 이상한 실험들을 하고, 도진과 룸메이트가 되는 것까지 홈즈와 비슷하죠. 타니와 살인사건을 비롯한 떡밥들이 수상한 냄새를 풍기면서 하나 둘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이제 본 궤도에 오르는듯 합니다.

우리는 왓슨인 도진과 함께 이 신기하고 어쩌면 위험할지도 모르는 세계로 들어갑니다. 물론 마법탐정의 설정은 정말 기상천외하진 않습니다. 하나 둘 씩 어디서 본 것들이죠. 당장 ‘서덜’은 어딘가 해리포터의 머글 출신 마법사들을 떠올리게 하지 않나요? (헤르미온느라던가)

하지만 이런 설정들은 낯설기도 합니다. 귀족적 순수혈통과 잡종 머글은… 아직도 여왕과 기사 작위가 있는 영국을 반영합니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세계죠.

마법탐정은 익숙하면서 낯선 설정들을 한국적인 풍경 속으로 가져다 놓습니다. 주인공인 도진이 9급 마법사 시험장에서 초딩들을 만난 장면을 예로 들어볼까요.

필기 시험장에 들어간 도진은 다시 밖으로 나와 이곳이 9급 마법사 시험장이 맞는 지 확인했다. 시험장이 아니라 초등학교 교실 같았다. 어른이라곤 도진과 나이 든 할머니 한 분, 학부모로 보이는 아주머니 한 분이 전부였다. 도진에겐 어려운 이 시험이 마법사들에겐 어린이나 보는 기초 중의 기초 시험인 듯 했다.

필자인 저는 예전에 수학 경시대회에 나간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저는 중학생이었는데, 옆 자리에는 초딩들이 가득하더라고요. 비싼 옷을 걸친 어머니가 함께 오셨고요. 저는 끙끙거리면서 문제를 푸는 동안, 조기교육을 받은 동생들은 척척 풀어내는 겁니다.

한국인이라면 다들 비슷한 경험이 있을 겁니다. 이 박탈감은 ‘입시’에 지친 한국 사람의 정서죠.

 

제가 예로 든 것들은 일부에 불과합니다. [마법탐정]은 이야기 전체가, 디테일 하나하나가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신기하거든요. 그래서 마법탐정은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도진은 이 세계를 어떻게 살아갈까요?

 

 

여기까지입니다. 지루한 해설자는 이쯤에서 물러나겠습니다. 긴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마법탐정]을 읽으시면서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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