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것은 절대 사소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공모(비평)

대상작품: 스페이스 Z : 사소한 문제 (작가: 슬픈거북이, 작품정보)
리뷰어: cosy, 1시간 전, 조회 10

[SF풍 스페이스 호러]

이 소설은 엄밀히 따지면 SF라기보다는 SF풍 스페이스 호러에 가깝습니다. 화성 거주구, 벌레형 나노머신 하이브리드 군체, 안드로이드 같은 SF적 장치들은 세계관을 구성하는 배경으로 기능하지만, 줄거리는 과학적 탐구나 우주 개척보다는 폐쇄된 공간에서 사소하다고 무시했던 것들이 점점 조여오는 공포를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개미들이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것보다 그것들이 어떻게 느껴지는지를 전달하는 데 훨씬 더 많은 공을 들이는 소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잘된 부분]

캐릭터의 역할 분배는 단순하지만 완전히 전형적으로만 보이지 않도록 잘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렉은 숫자와 정확성에 집착하는 리더로, 오차를 계속 지적하면서도 결국 넘어가는 인물입니다. 그의 지적이 독자들에게 ‘이 오차들이 문제가 될 것’이라는 신호를 줍니다(떨어질때 죽은 줄 알았거든요).
테드는 유머로 긴장을 해소하는 역할이면서 가장 결정적인 위기 순간(폭풍 때 신경 접속으로 패널을 살려내는 장면)에 희생을 감수하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제니는 개미에 대한 혐오 표현을 통해 독자에게 직접적으로 그 공포 느낌을 전달합니다.

아무래도 결국 ‘주인공’인 개미군체들의 묘사가 이 작품에서 가장 공들이신 부분이 아닐까 싶은데요. ‘기계라기엔 너무 살아 있었고, 벌레라기엔 너무 정교했다’는 표현처럼 나노머신과 생체의 경계를 흐릿하게 유지하면서, 개미들이 끝까지 무심하게 그저 ‘작업’하는 모습은 정말로 징그럽고 섬뜩합니다.

마지막 부분의 노든 에피소드의 삽입이 이 모든 사건을 단번에 설명해줍니다. ‘사소한’ 시스템 오류 이야기를 ‘묵살된 경고’의 이야기로 격상시키고 SF적 재앙의 원인이 어떤 알 수 없는 것의 거대한 악의가 아니라, ‘해고’라는 지극히 인간중심의 사건에서 비롯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아쉬운 부분]

전체적인 메시지와 흐름은 굉장히 명확한데, 이 소설의 제목처럼 말 그대로 ‘사소한’ 부분들에서 자꾸 눈이 걸렸습니다…

초반부의 공간 설명이 조금 부족합니다. 소설은 화성 지표면 장면으로 시작하면서 카메라, 앵커, 크레인 같은 장비들을 곧바로 등장시키는데, 이것들이 어디에 어떻게 배치되어 있고 무엇을 위한 것인지 설명 없이 곧바로 대화 속에만 나옵니다.
물론 이 장비들은 소설을 읽는데에 사실 정말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정말로 사소합니다. 하지만 입구 앞 지표면의 풍경을 한두 문장으로 정리해주었다면 이후 장면들이 훨씬 선명하게 읽히고 좀 더 쉽게 몰입할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배양실의 성격? 존재시점?이 불분명합니다. 배양실이 96년 전부터 거주구 설계에 포함되어 있던 공간인지, 아니면 대원들이 도착 후 임시로 작물을 심어 운용하기 시작한 공간인지 약간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처음에 “배양실 설계까지는 어렵고 간단하게 토질 변화 확인까지만 할께요”라고 했는데, 그러면 아직 배양실은 없었다는 의미로 읽었는데 곧바로 배양실 이야기가 나와서…
개미들이 그 배양실의 작물과 폐기물을 가져가는 장면이 후반부 공포의 핵심으로 이어지는 만큼, 배양실의 설정이 흐릿한 것이 좀 걸립니다. 대원들이 직접 심고 만들었다면 개미 입장에서 새로 투입된 유기 자원에 반응한 것이고, 원래 있던 공간이라면 그간 배양실이 멀쩡히 아무 문제가 없다가 왜 갑자기 행동이 달라졌는지가 설명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96년간 개미들의 오작동이 포착되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큰 개연성 문제기도 합니다. 개미들이 유기물 전체를 건축 자재로 흡수한다는 치명적 결함이 외부(지구)에 전혀 드러나지 않으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물론 노든이 제일 중요한 부분의 주석을 달지 못한 채로 포스트잇만 붙여놨고, 그게 전달이 안 되었다는 것은 나오지만, 그것만으로는 좀 부족하다고 여겨졌습니다. 그 사이에 단 한번도 이상함이 관측되지 않았다는 건…
아무도 더 이상 명령을 하거나 조작할 수 없는데 알아서 움직이면서 지속적으로 집을 만들고 있었다는 점이나, 나노머신과 생체의 하이브리드라는 설정상 자체 진화나 변이의 가능성은 충분히 상상할 수 있고, 지구에서는 금지된 기술이라는 언급도 있어 격리된 환경이었다는 맥락은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제시하고 싶은 해결책은 노든이 해고되고 거의 직후에 스페이스 Z 자체가 문을 닫았다는 설정을 명시하면 어떨까 하는 것입니다. 회사가 통째로 사라졌다면 96년간 아무도 그 코드를 들여다보지 않았고, 개미들이 이상작동을 하는 것도 아무도 몰랐고, 이후 인수한 조직이 기존 인프라만 넘겨받고 개발 문서는 누락되었다는 흐름도 훨씬 납득하기 쉽지 않을까…

12장에서 13장으로 넘어가면서 세 대원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채 발견되는 장면도, 장르를 호러로 생각한다면 아쉬워집니다. 곧바로 다음장으로 넘어가서 모든 게 멀쩡한데 사람만 없는 상태를 보여주면 공포를 배가시키는 효과는 있지만, 어떤 경로와 속도로 일이 벌어졌는지 구체적인 단서를 받을 수가 없습니다. 개미들이 유기체만 가져다 집을 짓는 재료로 쓴다면, 그래서 대원들이 ‘재료’로 쓰인 것이라면, 결과적으로 누군가 문을 열었고 그 문을 통해 개미들이 침입했다는 의미인데, 그 순간에 대한 묘사가 완전히 생략되어 있거든요. 예컨대 누군가 화장실이 급해 문을 열었더니 코앞에 개미떼가 있었고, “어…?” 한마디를 남긴 채 장면이 전환되는 식으로만 처리했어도 공포가 훨씬 달라졌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일부러 그런 구체적인 장면을 아예 안 보여주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사소한 문제’라고 여겨진 것들이 실제로는 사소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읽기 쉽고 긴장감 넘치게 전달합니다.
짧은 문장들을 통해 분위기와 인물들 사이의 긴장감을 표현했고, ‘사소한 문제’ 라는 말을 대화 중에 반복하면서 점점 그게 사소하다는 말로 넘기기 힘들도록 점진적으로 커지는 것도 효과적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좌표 오차, 면적 오차, 96년과 100년, 화장실, 그리고…
포스트잇이 바람에 날려 떨어지는 마지막 이미지는 소설 전체에서 가장 ‘시네마틱’하게 전달되는 장면입니다.

또한 이 소설은 실무자의 경고가 권한과 비용, 조직의 논리로 결국 시스템 바깥에 머물 수 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현실의 수많은 안전문제나 기술윤리문제를 일으킨다는 내용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소한 것은 절대 사소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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