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 한 잔에 최소 오만 원은 지불해야 하는 세계. 하루 최소 커피 세 잔은 마셔야 일상이 유지되는 내게는, 상상만 해도 너무나 무시무시한 세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증오에서는 쓴맛이 난다’ 작품 속 한국이 딱 그렇다. 이유는 브라질 커피카르텔이 전 세계 커피 유통망을 장악하여 커피콩의 가격을 어마어마하게 올려놓았기 때문.
어떻게 마약도 아닌 커피랑 카르텔을 연결할 생각을 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실제로 그렇다는 식의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는 것도 같긴 하다. 하지만 적어도 이를 본격적인 소재로 삼은 소설은 처음 읽어봤다. 게다가 재밌다. 간결하고 건조한 문체도 딱 내 스타일이다. 작가님이 어떤 분이신지 궁금해져서 찾아보니, 이미 책을 발간한 적이 있으신 분이셨다.
소재도 참신하고 줄거리도 재밌을 뿐 아니라, 또 한 번 날 놀라게 만든 건 이렇게 짧은 분량으로도 범죄조직이 활약하는 제법 큰 스케일의 이야기를 충분히 다룰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결코 구구절절하고 복잡하게 사연을 설명하지 않는데도, 필요한 정보를 독자들에게 빠짐없이 전달하는 동시에 로맨스도 매끄럽고 확실하게 진행된다. 작가님의 역량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태그에 ‘커피스릴러’라고 되어 있는데, 소설을 읽으면서 소재가 참신하긴 한데 전혀 황당무계한 설정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오늘날 전 세계가 카페인에 중독되어 있기 때문이다. 알코올이나 마약류만큼 치명적이진 않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만연하게 일상 속에 깊이 침투되어 있다. ‘정말로 이런 일이 현실에서도 일어날 수도 있겠다’라는 상상만큼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설은 없을 것이다.
주말 저녁 흥미로운 제목이 눈에 띄어 우연히 클릭한 단편소설에 짧은 시간이나마 픽션을 탐독하는 즐거움을 충분히 만끽했다. 돌아보니 오늘 하루 동안 또 세 잔의 커피를 마셨다. 내가 마음만 먹는다면 원 없이 커피를 마실 수 있는 현실에 감사하며, ‘증오에서는 쓴맛이 난다’의 리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