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년 뒤 2124년 미래, A 여행사에서 여행 패키지 상품을 구매해 시간 여행을
떠난 관광객 176명은 장치의 갑작스런 고장으로 2020년 한국 서울시청 앞에
갑자기 출현합니다. 한국 정부는 갑작스런 시간 표류자들의 등장에 당황하지요.
행여나 그들의 존재가 현재 세계에 악역향을 주지 않을까 고심하며 혹시라도
생길지 모르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표류자들에게 몇 가지 제안을 하면서
임시 거처를 마련해주었습니다. 다행히 점잖고 지적인 그들은 매우 협조적으로
두 달여간 잘 지내다가 미래에서 데리러 온 사람들을 통해 2124년으로 무사히
돌아가고요. 대외적으론 조금 요란스러웠던 해프닝으로 끝납니다.
사랑을 믿지 않는 현수씨의 이마가 하루아침에 아메리카 대륙만큼 넓어진 것과
외모 아닌 부분에서 큰 변화가 일어난 것만 빼고요.
대학 졸업을 한 학기만 남긴 이십 대 중반 현수씨가 한창 취업 활동을 해야 할
시기에 거대 탈모가 생겨버린 이유는 표류자 거주 관리자로 잠시 일했다는 것과
운 나쁜 시기에 신의 눈에 띄었다는 것 같습니다.
아니 아무리 급했어도 176명의 2달간 빠진 머리카락을 한 사람에게 다 가져간
건 너무 했어요. 사람이 생활하면서 빠지는 건 머리카락만이 아니라 몸에 나는 모든
털들과 피부 각질 등등일텐데 그것도 질량 보존의 법칙으로 가버린 건 아닌지..
에너지 보존의 법칙을 지키기 위해 감정까지 미래와 교환될지 몰랐습니다.
신이 인간적이다 못해 실수투성이 로맨티스트였어요.
탈모는 일시적인 거겠지요? 이마와 머리 대부분에 영구적으로 머리카락이
없어졌는데 사랑을 믿게 됐다는 건 완전 손해보는 장사가 아닌가요.
마음이 따뜻해지려다가 현수씨의 취업과 연애 전선에 펼쳐질 애러사항이 걱정
되어 신에게 살짝 불만스러웠던 이야기였습니다.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