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과 물고기, 내가 본 그 사건(스포일러 有) 공모(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퍼즐 조각 (작가: 위드, 작품정보)
리뷰어: 양하쓰, 20년 2월, 조회 30

환상과 현실이 교차하는 지점

‘나’는 밤마다 찾아오는 ‘진실’과 어느 날 낮부터 찾아오는 ‘물고기’와 대화를 나눈다. 사실 이들은 진짜 사람이 아니라 주인공이 만들어낸 허상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셋이 교차하는 지점은 뚜렷하다. 바로 ‘그날’에 벌어진 사건이다. 그 사건이란 바로 주인공이 누명을 쓴 날로, 그녀가 죽은 날이기도 하다. ‘진실’도 ‘물고기’도 그녀와 그 사건에 대해 알고 있다. 주인공은 이를 신기하고 이상하게 여기면서도 구태여 캐묻지 않는다. 아니, 물어보지 못한다는 게 더 가까울 것이다. 그런데 주인공이 ‘진실’보다 ‘물고기’와 가까워지면서 점점 그 사건의 진상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믿기 싫고 부정하고 싶으니까

주인공은 자신이 그녀를 죽였다는 사실을 믿고 싶어 하지 않는다. 부정하고 싶어했고, 더러운 년으로 몰아가며 합리화하려 했다. 그러나 이 이유만으로 그가 죄를 범했다는 사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여기서 의문이 든다. 주인공이 바라본 그 사건이란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그저 독자는 그의 합리화 과정을 따라가야만 했던 것인지, 어떤 가치 판단을 내려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헛것을 보고 환청을 듣는다고 해서 이미 해한 생명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거니와, 그가 저지른 일도 없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작품의 메시지는 단순히 ‘진실’과 ‘물고기’로 형상화된 그 자신의 자아들과의 대화로밖에 보여지지 않는다. 물론 여기에도 나름 의의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진실’과 ‘물고기’로 반전을 주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면, 더 치밀하고 그럴듯하게 사건의 진상을 숨겼어야 했다. 정말로 주인공이 선인지 악인지 헷갈릴 만큼, 사건은 더 복잡했어야 했다. 작품의 말미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단순한 스토킹 사건으로 끝을 내니 김이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대다수의 독자들은 마지막에 이르기 훨씬 전에 이야기의 결말을 예측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영원히 미완성일 것 같은 퍼즐

중간부터 결말을 예측하기가 쉬워 김이 빠진다는 감상을 했지만, 좋았던 점이 몇 가지 있었다. 주인공이 ‘진실’과 ‘물고기’와 대면하는 장면의 묘사가 몽환적이면서도 매력적이었다. 환상소설을 보는 듯한 기이한 느낌을 주었다. 또 주인공의 엉망인 기억을 ‘물고기’가 맞추려 했던 퍼즐로 비유해 보여준 것도 좋았다. 계속 퍼즐을 맞추는 게 틀렸다며 아니라고 부정하는 ‘물고기’와 퍼즐을 제대로 맞추려는 주인공 사이의 간극은 묘하다. 왜냐하면 마지막까지도 ‘물고기’가 옳았는지, 주인공이 옳았는지 명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로가 틀렸다고 말하며 퍼즐은 마지막까지 완성되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아마도 그 퍼즐은 영원히 미완성으로 남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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