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좋은 대학을 졸업하지도, 그렇다고 학점이 아주 뛰어나지도 않다보니 안전빵으로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더랬죠, 당시만해도 9급 공무원하는게 그렇게 어렵지 않다는 판단이 들었기도 하지만, 대기업에
취직한다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던 시절이었기에 그냥 내 노력으로 가능하겠다고 판단되었던 공무원 시험
을 준비했지만 아주 큰 착각이었던거죠, 그렇게 몇년을 허비하고선 우연찮게 보게된 모집공고에 맞춰 처음으로 회사에
취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그렇게 시작된 사회생활에서 주변에 알음알음 찾아 직장을 검토하고 옮기고 삶을 살며
현재까지 오게 된걸 가만히 되짚어보니 신입사원으로서 한 회사에 들어가서 멋모르고 이것저것 열정적으로 날 보여주
고자 했던 시간이 가장 중요한 사회 초년생으로서의 일이었던 것 같아요, 무작정 열심히만 하면 될 줄 알았던 공무원
시험에 대한 허망한 배신적 결과를 너무 늦게 알아버렸다는거죠,
하지만 보통은 자신의 전공이나 하고자하는 취향에 맞는 직장이 아니다보니 어떻게 입사한 회사가 사회 첫 직장이라면
그로 인해 향후의 인생은 대체적으로 그런 영역 주변에서 찾게 되는 것 같더군요, 하지만 모든게 초반에 처음 원하는만
큼의 고임금과 복지와 여유가 있는 직장을 구하는건 말그대로 하늘의 별따기입죠,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그렇다고 말씀드린대로 처음 접하는 직장이 평생을 좌우할 경향이 짙은데 아무렇게나 직장을 선택할 수도 없구요,
그렇다보니 40만 청년백수가 생겨날 수 밖에요, 여러가지 근원적인 문제가 있겠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의 구직현실은
답이 없는 닫혀버린 화생방 교육장같습니다..
이런 사회 현실적 문제를 소재로 한 멋진 환상소설이네요, 뭔지 딱 집어서 알수 있게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초반부에
보여주고자하는 상황적 묘미가 아주 잘 살아있어서 상편에서 보여지는 이야기의 흐름은 무척 설레였습니다..
힘든 환경에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 찌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도저히 직장이라고 볼 수
없는 곳에서 처음 신입사원이 된 주인공은 울며 겨자먹기로 입사를 하고 도저히 납득하기 힘든 업무의 수습기간을
거치게 되죠, 하지만 성과라고는 할 수 없는 업무임데도 고소득의 월급 통지서를 받아 든 주인공은 나름 업무의 중
대성을 조금씩 깨우치게 되는데 그와 동시에 그동안 수십년동안 업무를 지켜온 선임자들의 행동은 비틀어지기 시작
합니다.. 그리고 그가 경험하는 진실의 끝은 과연,,,,
뭐랄까요, 대단히 현실적이고 일상 그대로의 우리네 인생을 소재로 하고 있음에도 이 소설은 환상소설이라고 봐야될
듯 싶습니다.. 이 나라의 현실인 청년백수의 구직활동은 일반인이 감당하기 힘든 무엇인가 세상을 지켜내는 업무로
그를 인도하니 말입니다.. 그 업무가 뭔지는 이 소설에서 정확하게 기술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 업무가 단순한
환상과 상상의 차원이 아니라는 의도만 드러내고 있죠, 대단히 환상적이지만 철학적인 의도를 깔고도 있습니다..
인류가 누리고 있는 문명의 근원이 꿈꾸는 자의 파생물이라는 뭐 그런 문장들도 나오구요, 이 문명이 원숭이들의 문명
이니 꿈꾸는 자들의 꿈은 어느순간 깨어나게 된다는 말도 나옵니다.. 그럼 문명도 사라진다는 뭐 대단히 철학적 환상이
담긴 작가의 의도가 느껴집니다.. 단지 작가님께서 코멘트에서 남겨주신 말씀처럼 초중반의 호기심과 흥미로움이 막상
뒤로 가면서 망해버렸다는 말씀에 동의를 합니다.. 조금 더 결말부에 다가서는 내용들을 담아주셨더라면 하는 아쉬움
이 들었구요, 조금만 더 이어주셨으면하는 안타까움과 너무 재미있는데 마지막 순간 턱, 미끄러져버리는 느낌?.. ㅋㅋ
아마도 이런 감상은 초중반부까지 이어지는 현실과 비현실의 환상의 경계에 대한 모호함과 상황이 주는 긴장감이 무척
뛰어났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상당히 매력적이고 재미진 소설이라고 전 생각하고 앞으로도 좋은 작품 많이 부탁
드립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