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계단』, 『제노사이드』 작가의 11년 만의 귀환!
일본 사회파 미스터리의 거장 다카노 가즈아키의 최신작
**제169회 나오키상 후보작**
란포상 수상작 『13계단』과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야마다후타로상을 석권하고 각종 미스터리 랭킹 1위에 올랐던 『제노사이드』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다카노 가즈아키가 긴 공백을 깨고 11년 만에 장편소설 『건널목의 유령』으로 돌아왔다. 그것도 진짜 유령이 등장하는 본격 심령 서스펜스로. 올해 나오키상 후보에 오른 이 작품은 1994년 말의 도쿄를 배경으로 심령 특집 기획을 맡게 된 월간지 계약기자가 열차 건널목을 촬영한 사진에 찍힌 유령의 신원을 추리해 나가는 과정을 촘촘한 필치로 그린다. 버블 붕괴 이후 불안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아이러니하게도 공포심이나 위기감을 자극하는 이야기에 대한 욕구가 치솟던 시대, 인터넷도 휴대폰도 없이 오로지 끈기와 인력에 의지해 발로 뛰어야 하는 기자의 취재 현장을 통해 당대의 사회상과 매스컴 환경이 피부에 와닿도록 실감 나게 전달된다. 별다른 단서 하나 없을 것 같은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하여 여성을 착취하는 유흥가와 조직 폭력단의 실상, 부패 정치인과 건설사의 유착 관계를 한 꺼풀씩 드러내며 집요하게 파고드는 묘사에서 사회파 미스터리 거장의 솜씨를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오직 디테일의 힘과 이야기의 재미로 독자를 초자연적인 존재에 자연스럽게 다가가도록 이끄는 『건널목의 유령』은 다카노 가즈아키만이 선보일 수 있는 심령소설의 결정판이다.
열차 정지 사고가 거듭되는 대도시의 건널목,
그곳을 포착한 한 장의 사진에 찍힌 유령의 정체는
한때는 전국 일간지 사회부 기자였던 마쓰다 노리오는 2년 전 가장 사랑하던 아내가 세상을 뜨자 상심하여 직장을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생활하다 현재는 계약직으로 여성 월간지에 몸담고 있다. 그러나 특유의 스타일을 요구하는 잡지 기사를 쓰는 일은 좀처럼 손에 익지 않고, 아내에 대한 그리움 역시 퇴색되지 않은 채 불시에 그를 덮치곤 한다. 계약 만료를 두 달 남짓 앞둔 어느 날, 다친 동료를 대신해 심령 특집 기획을 맡으라는 지시가 떨어진다. 기삿거리를 검토하던 중 도쿄 시모키타자와역의 건널목 허공에 아스라이 찍힌 여성이 찍힌 투고 사진이 대두되는데, 카메라맨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의 기술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사진이었다. 그리하여 본격적으로 취재에 나서서 목격자와 경찰을 하나하나 탐문하던 마쓰다는 1년 전 벌어진 살인사건에서 여성의 정체를 파악할 실마리를 얻는다. 2년간 간절하게 갈망했던 아내의 영혼과 마주할 일이 없었기에 유령의 존재를 불신하던 그였지만, 취재의 양상과 심야 1시 3분마다 걸려 오는 의문의 전화는 납득하지 않을 수 없는 진실을 가리키고 있다.
치열한 취재 속에서 이루어지는
죽은 자와 산 자의 교감
왜 1994년인가? 작가는 디지털 기술로 개인이 쉽게 사진을 날조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려 윈도95가 등장하기 이전인 시대를 설정하여 완성도 높은 서사를 구축했다. 유령을 다루는 만큼 그 외의 부분에서는 최대한 현실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들인 공도 만만치 않다. “이 소설에서 그려지는 조사 방식은, 주인공이 신문기자를 하던 1970년대부터 90년대까지의 자료와 당시의 기자 활동을 아는 분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썼습니다.”(웹진 소설마루 인터뷰) 흔히 유령이 등장하는 이야기는 강렬한 감정을 자극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지만, 『건널목의 유령』은 뛰어난 디테일로 마치 르포처럼 현실적인 시점에서 초자연적인 현상에 접근하며 독자 역시 점차 선입견과 편견을 버려 가는 주인공에게 이입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하지만 상세한 취재 못지않게 회의를 믿음으로 바꾸는 힘은 인물의 심리 묘사다. 『건널목의 유령』에 영감을 준 원천의 하나는 160명의 사망자 중 단 한 명의 신원이 현재까지도 밝혀지지 않고 있는 ‘미카와시마 열차 사고’(1962)인데, 가족을 상실했기에 죽은 이에게 닿고 싶어 하는 인물의 감정과 신원미상의 희생자를 알고 싶다는 집념이 소설의 전개와 함께 점차 고조되며 섬세하게 어우러진다. 슬픔이나 공포를 자극하지 않고서 담담하게 죽은 자와 산 자가 맞닿는 애도의 과정이 여느 유령 이야기에서 느껴 볼 수 없었던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1994년 겨울, 도쿄․ 한때 잘나가는 전국 일간지 사회부 기자였던 마쓰다는 2년 전 아내가 세상을 떠난 후 프리랜서를 거쳐 한 월간지 계약기자로 근무하고 있다. 아내에 대한 그리움과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일로 고뇌하던 그에게 심령 특집 기획이 맡겨진다. 건널목에서 찍힌 유령의 사진을 바탕으로 취재를 이어 가던 그는 이윽고 어떤 죽음의 진상에 다가가는데.
프롤로그 – 7
1장 – 24
2장 – 47
3장 – 74
4장 – 103
5장 – 122
6장 – 156
7장 – 210
8장 – 230
9장 – 254
10장 – 281
11장 – 296
12장 – 302
13장 – 338
에필로그 – 345
감사의 말 – 354
1964년 도쿄 출생. 어린 시절부터 영화감독을 지망하여 독립영화를 제작하고는 하였으며, 고등학교 시절 2학년 때부터 쓰기 시작하여 대학 재수 시절 완성한 각본이 일본 영화 제작자 연맹에서 주관하는 기도상 최종 후보에 오른 인연으로 영화감독 오카모토 기하치의 문하에 들어갔다. 1984년부터 영화와 텔레비전 촬영 현장에서 경험을 쌓았고, 1989년 미국으로 건너가 로스앤젤레스 시티 컬리지에서 영화 연출과 촬영, 편집을 공부했다. 1991년 귀국한 뒤에는 영화 및 텔레비전 각본가로 활동하다가, 2001년 『13계단』으로 제47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심사위원의 만장일치로 수상하며 소설가로 데뷔했다. 란포상 심사위원이었던 미야베 미유키는 “도저히 신인 작가라고 믿을 수 없다. 주도면밀한 구성과 탄탄하고 이지적인 문장에 읽을 때마다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며 극찬했다. 이후 단편집인 『6시간 후 너는 죽는다』가 드라마로 제작되었을 때는 직접 각본을 담당했으며, 그중 한 에피소드인「3시간 후 나는 죽는다」의 연출을 맡기도 했다. 2011년 출간된 대작 『제노사이드』로 야마다 후타로상과 일본 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하고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10’ 랭킹 1위와 일본 전역의 서점 직원이 직접 가장 추천하고 싶은 책을 선정하는 ‘일본 서점 대상’에서 2위에 오르는 영예를 누렸다. 2022년, 『제노사이드』 이후 11년 만에 출간한 장편 소설 『건널목의 유령』으로 이듬해 제169회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