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고 상 3년 연속 수상 N. K. 제미신의 새로운 판타지 시리즈
◆ 로커스 상·영국SF협회상 수상 ◆
임계점을 눈앞에 두고 탄생과 멸망의 기로에 선 뉴욕,
평행세계의 ‘적’과 그로부터 도시를 수호하는 화신들의 결전
「부서진 대지」 3부작으로 가장 영예로운 SF상인 휴고 상을 3년 연속 수상하고, 《타임》과 《포린 폴리시》이 선정한 영향력 있는 인물 리스트에 오르며 사변소설의 거장으로 자리매김한 N. K. 제미신이 새로운 장편 시리즈로 돌아왔다. ‘위대한 도시들’이란 이름의 이 어반 판타지 2부작은 대도시에는 생명이 깃들어 있고 이를 수호하는 인간 화신(化神)들이 존재한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현대 뉴욕의 운명을 둘러싼 일생일대의 결전을 그린 작품이다. 작가는 단편집 『검은 미래의 달까지 얼마나 걸릴까?』의 서문에서 본인이 다루어 온 주제의 하나로 지니아이 로코룸(또는 지니어스 로사이), 즉 특정한 장소를 수호하는 혼을 언급한 바 있는데, 이러한 관심의 연장선에서 2016년 발표했던 단편 「위대한 도시의 탄생」을 프롤로그로서 그대로 활용해 다중우주로까지 세계관을 확장하며 공간과 인간의 관계를 깊이 있게 탐구한다. 전작 「부서진 대지」 시리즈의 진중함과는 상반되는 시끌벅적한 활기와 액션이 넘치는 시리즈 1편 『우리는 도시가 된다』는 작가의 폭넓은 작품 세계를 유감없이 드러내며 로커스 상과 영국SF협회상을 수상했고, 《타임》 선정 올해의 책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내 말은 결정만 영향을 끼치는 게 아니라는 거야. 이 도시가 간직한 모든 전설과 거짓말이 하나하나 다 새로운 세계가 돼. 그리고 그 모든 게 합쳐진 게 뉴욕인 거야. 그러다 마침내, 그 육중한 무게에 짓눌려 모든 게 무너지면…… 완전히 새로운 게 되지. 살아 있는 거._본문에서
다양성과 상상의 확장을 통해 생명을 얻는 도시,
그곳의 대리자로서 각성하는 평범한 시민들
다른 모든 생물과 마찬가지로, 도시는 사실 살아 있다. 특정 장소에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새로운 문화가 유입되며 축적된 생소함과 특이점은 점차 현실에 변화를 일으키고, 도시라는 공간을 비로소 자의식 있는 생명체로서 탄생시키는 것이다. 이때가 다가오면 도시는 구성원의 누군가를 이 탄생을 돕는 ‘산파’로 선택한다. 도시 그 자신을 대변하고 보호할 대리자로서 말이다.
그리고 뉴욕의 밤거리를 돌아다니며 노래를 부르고 벽화를 그리는 어느 홈리스가 있다. 보다 빨리 태어난 이국의 화신 상파울루에게서 화신의 의무를 배우기 시작한 이 이름 없는 청년은 도시가 호흡하는 소리를 듣게 된 것과 동시에, 거리 곳곳에서 수상한 존재를 목격한다. 보통의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기나긴 촉수와 팔다리를 지닌 괴생물체들은 막 눈을 뜬 뉴욕의 화신을 쫓기 시작한다. 위기 속에서 도시의 힘을 다룰 방법을 깨달은 청년은 ‘적’과의 전투에서 거의 승리를 거머쥘 뻔하지만, 부상을 당해 어딘가로 추락하고 만다.
도시는 새것을 받아들이고 통합하는 존재다. 그러나 어떤 새로운 것들이 도시의 일부가 되어 그것이 성장하고 강해지도록 돕는다면, 어떤 것들은 도시를 분열시키고 해를 끼친다._본문에서
도심 한복판에서 소동이 벌어진 그 순간, 대학원 진학을 위해 지하철을 타고 뉴욕으로 들어오던 중인 한 남자가 또 다른 화신으로 각성한다. 본인에 대한 기억을 깡그리 잊어버린 남자의 뇌리에 떠오르는 것은 ‘매니’라는 이름, 그리고 자기 자신과 맨해튼이라는 자치구가 동일시되는 감각뿐이다. 혼란한 와중에 도시를 누비던 중 현실에 있을 법하지 않은 괴생명체들과 맞닥뜨리게 된 매니는 곧 ‘구성개념’이라는 상상의 힘을 통해 이에 대항하는 방법을 깨닫는다. 마찬가지로 전직 래퍼 현역 시의원인 브루클린, 인도에서 온 수학 귀재 파드미니(퀸스), 미국 선주민 중 하나인 레나페족 출신의 미술관 관장 브롱카(브롱크스), 자치구 중에서도 외딴 섬인 스탠튼아일랜드에서 사서로 일하는 아이슬린도 화신으로서 각성하여 차례차례 ‘적’을 목격한다. 서로의 존재를 느끼기 시작한 이 하위 화신들은 이제 도시를 구하기 위해서 실종된 프라이머리, 즉 뉴욕의 중심 화신을 찾아 나서야만 한다.
혐오와 젠트리피케이션이란 형태로 닥쳐온 위협,
엉망진창인 도시를 구하는 것은 그곳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투쟁뿐
『우리는 도시가 된다』에서 화신들을 위협하는 ‘적’은 우리 현실에 존재하는 도시의 탄생을 저지한다는 목표를 띠고 움직이는 평행세계의 존재다. 이 ‘적’이 더욱 무서운 이유는 혐오와 젠트리피케이션이란 방식을 통해서 계획적으로 도시를 장악하려 하기 때문이다. 주로 ‘흰옷의 여자’라 불리는 인격체로 등장하지만 거미, 균사체, 그리고 H. P. 러브크래프트의 창작물을 연상시키는 촉수의 형태로 도시 곳곳에서 등장하는 이들은 접촉하는 것들을 “뭔가 근본적으로, 본질적으로, 감염되는 방식으로, 손상”시킨다.(작품에서 러브크래프트를 직접적으로 깊게 인용하기도 한다.) 이런 감염에 의한 공격 방식은 매우 구체적이고 생활에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비영리적으로 운영되는 미술관에 후원을 빙자하여 노골적인 혐오와 차별이 담긴 예술 작품을 전시하려 든다든가, 온라인상의 조직적인 공격이나 백인 남자들의 시위를 부추기고, 재단의 탈을 쓰고 오랫동안 살아온 집의 소유권을 빼앗으려 들기도 하며, 심지어는 어딜 가나 똑같은 스타벅스가 입점해 있는 건물이 돌연 촉수가 달린 괴물로 변해 공격하는 식이다. 슈퍼파워를 얻었어도 평범한 생활인인 화신들에게 시시각각 닥쳐오는 이런 위협은 몹시 치명적이다. 그러나 ‘떠난다’는 행위로 화신이란 지위를 버리면 된다는 가장 쉽고 확실한 해결책이 있음에도 이들이 그러지 않고 현실 세계를 지키기 위해 적에 맞서는 이유는, 결국 이곳이 아끼는 사람들과 함께 발을 붙이고 살아갈 공간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후기에서 다음과 같이 밝힌다. “나는 이 도시를 싫어한다. 나는 이 도시를 사랑한다. 나는 이 도시가 나를 거부할 때까지 기꺼이 이곳을 위해 투쟁할 것이다. 이 작품은 뉴욕에 바치는 내 경의의 표시다.” 독창적인 상상력을 발휘해 작금의 현실과 본인이 살아가는 공간을 녹여낸 작가가 후속작에서는 어떤 뉴욕을 그릴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프롤로그 무슨 일이 있었냐면 11
막간 38
1장 맨해튼의 시작과 FDR 드라이브에서의 전투 41
2장 최후의 숲에서 벌어진 결전 79
3장 레이디 (스태튼) 아이슬린 128
막간 157
4장 부기다운 브롱카와 죽음의 화장실 163
5장 퀸스를 찾아서 181
6장 차원 간 예술 평론가 화이트 박사 197
7장 옆집 유 할머니의 수영장에 있는 것 243
막간 291
8장 잠들지 못하는 브루클린(그리고 그 근처) 300
9장 더 나은 뉴욕의 등장 317
10장 스태튼아일랜드에 장벽을(상파울루를 막아라) 369
11장 그래, 그 팀워크라는 거 말인데 403
12장 그곳엔 도시가 없다 453
13장 보자르다, 멍청이들아 475
14장 2번 애비뉴의 건틀릿 514
15장 “그리고 야수는 미녀의 얼굴을 보았다” 537
16장 뉴욕은 ‘누구’인가 563
코다 587
감사의 말 595
폭발적인 성장을 겪으며 생명력을 얻은 도시는 어느 순간 탄생의 순간을 맞이한다. 뉴욕의 탄생이 다가오는 순간, 이를 좌절시키려는 평행세계의 ‘적’이 도시 곳곳에서 암약한다. 혐오와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형태로.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소동을 계기로 각성한 뉴욕 자치구의 하위 화신들은 수백만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프라이머리, 즉 중심 화신을 찾아서 뭉치기 시작하는데.
1972년 9월 19일 미국 아이오와에서 태어나 뉴욕과 앨러배마에서 성장했다. 툴레인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메릴랜드 컬리지 파크 대학원에서 상담학을 공부했다. 어린 시절부터 SF와 환상문학뿐 아니라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에 관심이 많았으며, 블로그와 소셜미디어 및 팬덤 행사 현장에서 성차별과 인종차별 및 여러 정치사회적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 왔다. 낮에는 상담 심리사로 일하고 틈틈이 글쓰기 워크숍과 비평 모임에서 활동하며 창작 활동을 이어 나가던 중, 웹진 《클라크스월드 매거진》에 실은 단편 「비제로 확률」로 휴고 상·네뷸러 상 최우수 단편상 후보에 올랐다. 장편 데뷔작인 『십만 왕국』(2010)으로 로커스 상, 《로맨틱 타임스》 리뷰어스 초이스 상, SOG상을 수상했다.
2016년 창작자를 위한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패트리언의 후원 프로젝트는 그때까지 일과 창작을 병행하던 제미신이 본격적으로 전업 작가의 길을 걷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같은 해 「부서진 대지」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인 『다섯 번째 계절』(2015)로 아프리카계 미국인 작가로서는 처음으로 휴고 상 최우수 장편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다음 해 『오벨리스크의 문』(2016)이 같은 상을 수상하는 데 이어, 이듬해 네뷸러 상과 로커스 상을 받은 마지막 작품 『석조 하늘』(2017)까지 수상에 성공하는데, 한 시리즈의 3년 연속 장편상 수상은 휴고 상 역사에서 전례가 없는 기록이다. 『다섯 번째 계절』은 《가디언》이 선정한 21세기 최고 도서 100선에 포함되었고, 『석조 하늘』과 함께 《타임》이 고른 역사상 최고의 판타지 소설 100선에 오르기도 했다. 대담한 내러티브와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로 사변소설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제미신은 외교지 《포린 폴리시》가 매년 발표하는 100인의 사상가와, 뛰어난 성과를 보인 각계각층의 명사에게 주어지는 맥아서 펠로에 선정되기도 하였다. 현재 제미신은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뉴욕 브루클린에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