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文武)

작가

잔잔하면서도 단단한 내공이 느껴지는 이야기 감상 브릿G추천

리뷰어: 주디, 18년 12월, 조회 165

시대적으로 ‘조선시대’의 이야기는 노출이 많이 된 반면 가야나 고구려, 백제, 신라의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많이 그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조선시대 왕들의 이야기나 정치, 외교, 한 번씩 일사분란하게 왕이 바뀔 때마다 벌어지는 일들을 우리는 세밀하게 알고 있지만, 어쩐지 7세기의 격변의 시기를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는 먼나라 이야기 같다. 그들이 입은 복식도 틀리고, 문화도 틀리며, 그들이 쌓아놓은 시간들의 이야기는 한 나라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고구려, 백제, 신라, 당나라까지의 이야기가 같이 스며들어 있다.

 

역사 시간에 배워 그들의 이야기를 알고 있지만 그것 마저도 시간이 지나 어스름 알뿐 누가, 누구이고, 어떤 활약상을 벌이지는 희미하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슬아희 작가의 <문무(文武)>는 잔잔하면서도 실존인물에 대한 색을 입혀 단단한 내공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입혀낸다. 삼국사기의 일부를 일갈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끌어내지만 그것이 하나도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나가는 점이 이 글의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하다.

 

어느 것이 진짜 역사이고, 어느 것이 작가가 만들어 내는 이야기인지 모를만큼 그녀가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하나의 역사서와 같다. 격변의 이야기이기에 그들이 성품 하나하나가 깎아놓은 돌만큼이나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야기 도입부에서부터 캐릭터의 색깔은 고스란히 드러난다. 대야성을 고스란히 뺏길 처지에 놓이면서도 장수라는 이는 항복하여 자신의 목숨만 생각할 뿐 다른 일에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를 받치고 있는 장수들과 성민들이 앞장서 대항하는 이들의 발길을 묵묵히 막을 뿐이다. 이렇듯 다양한 인물들이 포문을 열고, 다양한 죽음 속에서 적에게 포위되고 쓰러져 간다. 그 속에서 성주 부인으로 꼿꼿하게 자결한 이가 바로 김춘추의 첫 딸이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김춘추가 궁지에 몰리지만 그는 다른 일을 도모하기 위해 사지로 나간다. 김유신, 김춘추, 법민, 비담, 흠돌, 자희아가씨등 여러 인물이 묶여 같은 편이 되기도 하고, 서로 다른 일을 도모하기 위한 술수를 쓰기도 한다. 김춘추와 비담이 큰 주축으로 서로 나뉘며 보이지 않는 싸움을 건다면, 춘추의 아들 법민은 뚜렷한 색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영민하면서도 잔잔한게 자신의 색을 드러낸다. 앞으로 더 큰일을 도모하기 위해 더 으르렁 될 춘추공과 비담의 싸움이 더 정치적으로도 그 장외로도 커지겠지만 1부 12장에서 비담과 법민과의 대화는 팽팽한 줄다리기를 할만큼 이야기의 맛이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법민이라는 인물이 궁금해 실존인물이라는 작품소개에 힙입어 그에 대해 찾아보니 역시나! 대단한 인물로 입지를 다지는 인물이었다. 시작점도 알고, 끝이 나는 지점도 알고 있지만 작가님이 그려내는 진짜 같이 그려내는 다음 이야기가 더 궁금해졌다. 정치와 젊은 이들의 로맨스가 살짝 살짝 어우러져 더 큰 파동이 일어나기 전에 많은 천천히 이 이야기에 탑승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