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이라면 – 거의 남성이라면 – 누구나 꿈꾸는 절대적 능력을 가진 슈퍼맨은 그렇게 어린시절 우리의 삶에
또 하나의 자아를 만들어줍니다.. 물론 절대 풀어지지 않는 봉인된 능력이기에 이 지구상에서는 결코
펼칠 수 없는 능력인 것이죠, 하지만 우린 어떤 식으로든 그 힘을 펼쳐볼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고
그래서 2층 옥상에서 천 보자기를 목에 매단 체 날아올라를 시도할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부러진 발목의 고통에 허우적되지만 않았어도 몇차례의 시도는 더 할 수 있었을텐데, 그날 이후 천 보자기를
몸에 두르기만해도 기함을 하던 엄마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봉인된 능력을 더 이상 풀 방법이 없었지만,
여전히 우리 몸속에는 슈퍼맨의 봉인된 기운이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적 이성과 적응적 학습으로 인해 우린 그런 능력을 어느순간 잃어버리고 슈퍼맨은 상상으로만 가능한
영화적 산물로만 기억되어버린 것이죠, 하지만 육체적 능력을 잃어버렸지만 정신을 그대로 슈퍼맨임을 기억하는
사람이 어딘가에는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좀비의 창궐이 이루어진 지옥같은 아포칼립스의 세상에서 힘잃은
한 남자가 자신이 슈퍼맨임을, 무엇보다 봉인된 능력이지만 인간속에 남겨진 단 하나의 슈퍼맨임을 기억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전반적으로 좀비적 세상속에 펼쳐진 현실의 모습은 말그대로 지옥같은 죽음의 냄새만 가득한 곳이라는 사실을
이 작품은 충분히 보여줍니다.. 정신병원이라는 배경을 중심으로 그 속에 내버려진 자신만의 세상에 갇힌 인간들이
결국 세상의 파멸속에서 인간애를 잃지 않는 이야기인거죠, 재미있는 상상이고 흥미로운 캐릭터적 입체감입니다..
하지만 자신이 슈퍼맨임에도 너무 부정적이 인간의 육체에 대한 고통이 가중되어 안타까웠습니다.. 정신이 육체를
지배하듯 영웅의 면모를 끝까지 지켜냈더라면 좋았을터인데, 슈퍼맨인 무능한 인간임을 너무 강조하셔서 후반부의
재미는 대단히 아쉬었구요, 언제나 초반의 상상과 독창성이 중후반으로 갈수록 신파로 이어지는 지, 많은 작가님들께서
이 점에 대해서 어쩔 수 없는 자기 검열을 하고 있는건 아닌 지, 조금은 더 과장되고, 조금은 더 비현실적으로 거침없이
좀비적 정서와 슈퍼맨적 감성을 유지하면서 이어나가셔도 좋았을 듯 한데, 결국 사람 이야기로 끝이 나서 아쉬었습니다..
허나 전반적인 좀비적 세상과 상황적 묘사는 충분히 즐거웠구요, 가벼우면서도 매력적인 정신병적 캐릭터들의 이미지
들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꾸준하게 보여지는 좀비와의 대치적 긴장감도 좋았습니다.. 좋은 작품 많이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