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라도 작품을 안 읽으셨다면 우선 읽으시길 바랍니다. 짧은 분량인 데다, 이건 리뷰를 통해 소개할 작품이 아니라, 무엇보다 직접 읽으며 느껴야 하는 작품이라서요.)
일단, 작품의 제목을 한번 보시죠. 야!
‘야!’라니. 밑도 끝도 없이 대뜸 반말로 ‘야!’라니. 독자에게 작품의 성격을 점잖게 설명해 줄 생각은 전혀 없어 보입니다. 예의 바르게 ‘저기요’ 라거나 이름을 부르는 것도 아니고, 건방지게 딱 한 글자 ‘야’에 방망이 한 개(!) 들고 시비부터 겁니다. 이 얼마나 폭력적인 제목입니까.
게다가 이 소설의 폭력엔 어떤 이유나 뚜렷한 맥락이 없습니다. 그냥 무자비함 그 자체입니다. 어떤 호러는 사람의 심리를 깊게 좀먹으며 파고들기도 하지만, 저는 이유 없고 불가항력적인, 이런 것이 진짜 호러라고 생각합니다.
이 호러는 평화로운 일상에 폭력이 아무 이유 없이 난입하고 침투한다는 점에서 특징이 있습니다. 하루 중 가장 고요해야 할 시간, 즉 모두가 자야 할 새벽 시간에 그 어떤 배려도 없이 정적을 깨뜨려버립니다. 그리고 이 내용은 고스란히 그에 걸맞은 형식으로 표현됩니다. 저는 이것이 다른 매체가 아닌 문학만이 할 수 있는 성취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반 서체 가운데에서 자기주장이 강한 볼드체로 난입해서 혼란을 일으키는 것은 폭력을 텍스트로 표현한 미디어 아트로 보이기까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