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오성과 한음 – 서리가 내리는 온천성

오성과 한음이 조선시대 말고 먼 미래에 태어났다면요?! (feat.외계인) 의뢰(비평) 브릿G추천

리뷰어: 이유이, 4월 29일, 조회 21

오성과 한음만큼 유명한 ‘죽마고우’가 또 있을까. 장난이 심하고 기지가 뛰어난 바 여러 일화를 남긴 두 실존 인물은 콘텐츠로도 꽤 많이 재탄생 됐다. 주로 콤비로 움직이는 형태였는데 이 소설 <칠오성과 한음>에서는 조금 달랐다. 지구인과 외계인 콤비라는 ‘새로운 설정’을 가미해서다. 바로 이 ‘설정’이 소설을 끝까지 읽게 하는 매력포인트가 됐다.

짧게 소개하자면, 한음은 ‘지구인’의 형상을 취할 순 있지만 ‘눈’만은 4개인 탈리인이자 사기꾼(일명 보이스피싱범)이고, 오성은 지구인 해결사다. 설정에 따르면 ‘해결사’란 일종의 탐정과 비슷한데 경찰을 부르기 애매한 일에 투입되어 ‘수사’하고 일을 해결하는 직업이다. 두 사람이 어떻게 한 팀이 되었는지 상세히 나오진 않지만, 모종의 ‘이유’로 한음은 오성의 조수 역할을 하며 두 사람은 휴가를 보내려다 예기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311호에 머물던 70대 여성 지구인 ‘미리’가 식칼에 의해 살해된 현장에서 범인을 찾는 것. 유력한 용의자는 305호에 머무르던 신형 안드로이드 ‘유달리’지만, 두 사람의 수사가 진행됨에 따라 사건은 더 복잡해진다. 용의자가 특정되었다가 수사를 통해 바뀌기를 반복하며 약간의 반전과 함께 결말을 향해 나아가는 것까지 이 소설은 ‘탐정, 추리물’의 서사를 잘 따라가고 있다. 이를 테면 셜록홈즈(왓슨-홈즈 콤비)나 명탐정 코난(코난-모리 탐정 콤비)이 떠오르는 전형적 전개다. 이 장르의 독자들은 ‘이 전개’를 선호하며 기대하는 만큼 ‘잘 따라가는 소설’은 읽기에 편안하다고 생각한다.

SF적인 배경을 잘 가져가면서 오성과 한음이라는 흥미로운 캐릭터를 설정하고 전개가 결말까지 잘 이어진다는 점은 이 소설을 읽으며 장점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이다. 다만, 캐릭터와 전개에 있어서 아쉬운 부분이 있어 리뷰에 담아본다. 

 

첫째,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이 다소 ‘설명적’이라는 게 아쉬웠다. 스포를 막기 위해 자세히는 쓰지 않겠지만, 최초의 ‘용의자’에서 추리를 거듭하며 다른 용의자를 찾았다가, 그게 한 번 더 ‘꼬아지는’ 과정이 ‘상황, 장면’으로 그려지기 보다 ‘서술적’으로 설명되었다.

이를 테면 나는 ‘명탐정 코난’을 참 좋아하는데, 기억나는 에피소드 중 하나는 ‘6월의 신부 살인사건’이다. 캔으로 된 레몬티에 들어 있던 독극물이 신부를 살해할 뻔한 이 이야기의 반전은 신부가 범인이 누구인지, 자신이 죽을 거란 걸 알면서도 레몬티를 마시고 ‘사경’을 헤맸다는 게 밝혀진 순간이다. 그 반전의 순간을 설명하기 보다 ‘장면화’하는 데 탁월했는데 특히나 에필로그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내 기억에 그 신부는 모든 사건이 지나간 뒤에 여전히 캔으로 된 레몬티를 자판기에서 뽑아 마신다. 자신을 죽일 뻔한 그 음료인데도 아무래도 이 음료가 맛있다며 마신 그 신부는 그 이후에도 자신을 죽일 뻔했던 범인이자, 첫사랑이자, 사랑하는 신랑이자, 자신의 아버지에게 복수하고자 했던 사람을 다시금 품어준다. 출소하고 나온 뒤에 결혼하는 결말인데, 에필로그에서 신부의 ‘마음’이 보여졌기에 그 결말도 놀랍지 않았다.

설명하지 않고도 감정, 반전이 전해지는 장면이란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덧붙여 본다.

 

둘째, 두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보여지기엔 분량이 짧았던 데 대한 아쉬움이 있다. 오성과 한음 캐릭터가 현재의 지구인이 아닌 SF 세계관 속에 머무르기 때문에 그들의 성격적 특징을 보여주기 보다 외양이나 특이점을 ‘설명’하는 데 더 많은 분량이 할애됐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살인사건의 범인을 쫓는다’라는 큰 이야기가 있다 보니 그 이야기를 따라가기도 급급했다.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났는지, 왜 같이 다니는지도 애매한 상황에서 ‘사건을 쫓는 게’ 나오니까 두 사람의 티키타카하는 모습에 딱 이입하기 어려웠다. 이를 테면 셜록과 왓슨 경우에도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나게 되는지, 어떤 계기로 함께 수사하게 되는지가 초반에 나오고 사건들이 이어졌기에 독자들은 모두 두 캐릭터에 애정을 가질 수 있었다 생각한다.

두 사람의 관계성, 성격적인 특이점이나 두 사람이 왜 함께 다니는지가 ‘조금 더 보인다’면 더 재밌었을 것 같다.

 

셋째, 설정이 다소 어렵게 느껴진다. 그리 길지 않은 분량에서 추리적인 ‘반전’도 있고, SF적인 세계관도 있다 보니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 정보를 따라가기에 급급한 느낌이다. 더구나 막판 반전에 해당하는 스토리(특정 인물에 대한 것)의 경우 또 다른 이야기로 꽤 분량이 긴 이야기를 만들어도 될 법한 ‘설정’이 투입되어 있어서 ‘반전’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반전이라는 것은 ‘앞의 내용’에서 내가 놓친 것을 뒤에서 깨닫게 되면서 ‘아!’하는 것인데, 이 소설의 경우 새로운 세계관과 설정이 계속 나오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설정을 중간 중간 보여주는 건 좋지만 이렇게 마지막에 한 방처럼 보여주는 건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하여 리뷰에 남겨 보았다.

 

이 3가지는 어디까지나 아쉬운 점으로, 앞서 이야기했던 바와 같이 오성과 한음의 SF적 재해석과 살인사건을 함께 수사하는 동료(지구인-외계인)라는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지금으로서는 어떠한 커다란 ‘이야기’의 한 페이지처럼 읽혀지는 만큼 조금 더 길이가 길어지고, 캐릭터 둘에 대한 이야기가 덧붙여진다면 더더욱 흥미로울 것이다. 더불어서 SF와 추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한 번쯤 읽어봄 직하다. 스포가 될까 우려되어 가려둔 이야기들이 참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