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라는 것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글의 초반부를 이루고 있다 보니 처음엔 과연 이 소설이 어떻게 흘러갈지 잘 예측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소설을 다 읽고 나니 초반에 나온 그 ‘글에 대한 토론’까지 괜히 애틋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이렇게 이야기가 흘러갈 줄은 몰랐는데 참 인상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저 역시 글에 대해 관심이 많기 때문에 소설 속에 나오는 토론도 흥미롭게 따라갔습니다. 사실 그 토론의 주제들이 교수가 말하듯 답이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모두의 주장이 다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더라고요. 작가님께서 평소에 글에 대해 진지한 고민과 생각을 많이 하시는 분이구나 싶었습니다. 더욱이 그 고민의 결과물을 소설이라는 형태로 녹여낸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일 거라 생각하는데 그걸 해주셨으니까요.
“누군가는 춤으로, 누군가는 노래로, 누군가는 몸짓으로, 그리고 이곳의 학생들은 글과 언어로. 표현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의견을 나누어야 하니, 공통된 단어를 쓰긴 해야겠지만 그 설득력은 아름다움에서 나온다. 호소력 짙지 못한 표현은 사장될 뿐이다.”
글에 대한 진중한 이야기가 바탕에 깔리다 보니 다래에 대한 솔이의 사랑도 그와 결부되어 더 부각되어 보였습니다. 솔이의 그 사랑이 때로는 집착처럼 무섭게 느껴질 정도로 솔이는 굉장히 다래를 좋아했는데 다래가 그걸 전혀 못 느낄 정도였다니, 다래를 지키기 위한(어쩌면 다래에게 자신이 어떤 존재일지 확신하지 못해 다가가기 두려웠던) 솔이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저는 이 후속작도 나오면 흥미롭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짙게 표현된 솔이의 마음을 보았으니, 다래의 시선으로 이들의 관계를 풀어나간 작품도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작가님께서 마음이 있으시다면 그 이면의 이야기도 풀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에서 새로웠던 특징 중 하나가 문장들을 묶은 문단 없이 모든 문장이 다 하나의 문단처럼 나누어진 형태였습니다. 사실 다른 작품에서 이렇게 분리가 되어있을 때 저는 읽기가 힘들게 느껴졌는데, 이 작품에서는 작가님께서 의도하신 것인지 솔이의 뻗어나가는 생각이 그 형태로도 표현되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마치 의식의 흐름이 연달아 이어지는 듯한 이미지가 글의 형태에서도 보여 그 부분도 흥미로웠습니다. 대신 이런 효과를 주지 않아도 되는 글에서는 어느 정도의 문단이 있으면 가독성이 더 높아질 것 같습니다. (이렇게 보니 작품 속 토론 내용 중에서 저는 ‘글은 독자가 편한 쪽에 맞춰져 있어야 한다’는 의견에 가까운 것 같네요.)
작가님의 평소 고민과 생각이 담긴 글이라는 게 확연히 느껴져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작가님의 생각이 두텁게 묻어 있는 글을 쭉 써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