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 기대를 품에 안고 방문한 타지에서,
예상치 못했던 커다란 두려움을 마주했을 때 우리는 어떻게 행동할 수 있을까.
한 편의 재난 영화를 보는 듯 하면서도 그 안에서 마주칠 법한 공포를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1. 현영이 꺼낸 영구동토층의 이야기
2. 현경의 꿈
3. 벌레가 또다른 벌레를 잡아먹는 열차에서의 광경 / 서로의 기력을 빼앗는 나무들
4. 관광지임에도 거리에 드문 사람들
5. 애써 긍정하지만 불안해하는 두 사람의 감정 변화
6. 상대를 물어뜯는 개들과 피
7. 안면이 있던 타인의 갑작스러운 변질
이와 같은 요소들이 작품 곳곳에서 등장하며 공포감을 조성하기 시작하고, 점층되어가며 두 자매를 옭아맨다.
이곳이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먼 타지이며 의지할 곳은 서로밖에 없다는 상황은 독자의 몰입을 이끈다.
특히, 강아지의 짖는 소리가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행동이 아닌, 현경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경계의 목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질 때엔, 공포심이 최고조에 달하며 언니인 현경이 처한 상황이 이미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는 것 또한 무의식적으로 인지하게 된다.
기이한 분위기에 능숙하지 않은 외국어로라도 행인에게 지금의 상황에 대해 의문을 표하지 않는 것에 조금의 의아함이 느껴질 순 있지만, 만약 내 자신이 저런 상황에 처해있다면 애써 모른 척 하고 싶었을 것이기에 납득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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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동토층이 녹으면 바이러스가 새어나온다는 대화로부터 시작된 공포는 결코 소설 속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녹아내릴 영구동토층에서 발견될 수 있는 고대 바이러스의 유출 가능성은 지금의 상황에서도 제기되기 시작한 문제다. 아마 이 점이 본작에서 가장 공포스러운 점일 것이다.
동식물들의 변화에 대한 원인이 소설 내에서 정확히 언급되지는 않지만, 두 자매의 대화에서 짐작할 수 있듯 현경이 감염된 원인은 아마 바이러스일 것이다. 코로나가 완전히 종식된 상황 속 떠난 여행에서 또다시 바이러스에 잠식당하게 되는 사람들이라니, 아이러니하다.
주인공들의 앞에 강아지가 나타났던 이유는 무엇일까.
강아지를 데려가고자 했던 건 동생 현영이다. 어쩌면 가장 가까울 언니의 변화를 짐작했을지 모른다. 현경 또한 그랬기에 반대하지 않았던 것이라 생각한다.
갑작스러운 재앙의 번짐으로 인해 혼란에 휩싸이지 않도록, 다가올 기후위기에 대비하라는 예고편이자 경고가 바로 본작의 메시지가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