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쓰기에 앞서 평범한 리뷰어인 저에게 의뢰해주신 난네코님께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비평과 분석은 다른 뛰어난 리뷰어님들이 많이 적어주셨으므로, 저는 제 감상 위주로 작성해보려 합니다. <최신화 51-1 : 소흐랍>까지 읽고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소설, 영화, 만화와 같은 각종 창작물은 SF, 판타지, 일상, 호러, 역사, 로맨스, 드라마 등의 다양한 장르를 선보입니다. 사람들은 자기 취향에 맞게, 선호하는 장르를 고려하여 작품을 골라 감상합니다. 저는 판타지, 호러, 사극을 선호하는데 그런 저에게 <하그리아 왕국>은 꽤나 구미가 당기는 작품이었습니다.
하그리아 왕국은 여러 사람들의 욕망이 소용돌이치는 하그리아 왕국 내의 권력싸움을 다루는 군상극입니다. 군상극이라는 특징에 걸맞게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등장하는데, 그들은 각자의 욕망을 내보이며 원하는 목표를 향해 거침없이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권력을 두고 다투는 1왕자 파벌과 3왕자 파벌의 사람들, 그리고 권력의 정점에 서있는 샤흐라자드는 솔직히 저에게 별 의미가 없었습니다. 권력투쟁에 뛰어든, 권력에 미친 평범한 사람들로 보였으니까요(권력에 미친 사람들을 평범하다고 해야할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만). 오히려 자신밖에 모르는 샤흐라자드나 살레굽 제국까지 끌어들여 왕위를 계승하겠다는 야망을 지닌 소흐랍과 스피타만은 저에게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더군요.
그러나 그 중에서 저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등장인물이 있습니다. 2왕자 이스카의 아버지, 타흐마탄입니다. 타흐마탄은 귀계가 난무하는 왕실에서 유일하게 권력욕이 없는 사람입니다. 아니, 아들인 2왕자 이스카가 있으니 유일하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겠군요. 낳기만 했지 양육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은 샤흐라자드를 대신해 이스카를 키운 타흐마탄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일까요. 타흐마탄-이스카 부자는 샤흐라자드의 뒤를 잇는 것에 별다른 관심이 없습니다. 그러나 샤흐라자드의 욕심으로 이스카의 행복과 바람은 무참히 짓밟혀버립니다. 왕자로 태어나 평범한 필부의 삶을 살고 싶다는 꿈을 꾼 것이 죄라면 죄겠으나, 사실 그게 진짜 죄는 아닐 것입니다. 어머니의 욕심에 짓밟힌 이스카는 왕실에서 도망치고-이마저도 샤흐라자드의 계략이었지만-타흐마탄은 모든 부귀와 영예를 버리고 아들을 찾아 나섭니다. 아들이 원하는 삶을 살게 해주려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타흐마탄의 모습은 그야말로 이상적인 아버지라 할 수 있어보입니다. 어린 이스카가 방황할 때도 제일 중요한 것은 권력도, 누구의 욕망도 아닌 네가 원하는 삶이라 일러주는 타흐마탄은 왕궁에서 찾아보기 힘든 인물이 아닐까요. 현재 초원에서 이스카, 이사야와 함께 고난에 맞닥뜨린 타흐마탄이 무사히 역경을 극복하기를 바랍니다.
<하그리아 왕국>은 권력을 두고 다투는 궁중암투를 그린 작품인만큼, 몰입도가 좋은 작품입니다. 그러나 가끔 이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보였습니다. 바로 맞춤법입니다. 조사가 잘못 사용된 경우나 오탈자를 발견할 때마다 하그리아 왕실에 있다가 현실로 끌려나오는 느낌이라 좀 아쉬웠습니다.
현재 <하그리아 왕국>은 기승전결로 따졌을 때 전의 위치에 와있는 걸로 보입니다. 그만큼 각종 사건사고들이 정신없이 휘몰아치고 있기에 독자들은 작품에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권력을 포기한 2왕자파와 야심을 드러낸 3왕자파에 비해 아직 1왕자파는 제대로 무언가를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야심 넘치는 1왕자비 파리사티스의 성격으로 보아 가만히 있지는 않을 듯 하니, 둘째를 출산한 이후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기대됩니다. 개인적으로는 파리사티스와 샤흐라자드가 피튀기며 싸우는 와중에 타흐마탄이 깽판(…)을 쳐줬으면 하네요. 타흐마탄과 이스카가 제일 눈에 밟혀서 그런가봅니다
등장인물이 많으면 많을수록 작가가 캐릭터에 휘둘리기 쉬운데, <하그리아 왕국>은 작가님이 뚝심있게 밀고나가셔서 편히 읽을 수 있었습니다. 흥미로운 궁중암투물을 감상하고 싶으시다면 한번 읽어보기를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