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기가 되면 무의식적으로 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말이 있다.
어쩌면 나만 하는 말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한 것도 없는데 벌써 9월 말이네….”
“3개월 뒤면 2024년이야. 나이 먹는 게 가장 쉬운 일 인 것 같아.”
올해가 오기 전 세웠던 계획들과 버킷리스트는 없어진 지 오래고
하루하루 시간을 흘러둔 채 보냈던 내 눈에 한 제목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벌써 2024년 계획을 세울 때가 됐네.’
이 작품에선 한 해 동안 ‘마라톤’ 이라는 새해 목표를 두고
1월부터 12월까지의 마음가짐과 행동을 상상하며 독백체로 표현하고 있다.
제야의 종소리, 1월 북적대는 헬스장, 2월의 설날, 7월의 열대야, 맥주와 닭다리, 9월의 추석, 그리고 12월의 송년회.
글만 읽어도 그 달의 계절, 분위기, 생각과 느낌, 그리고 그 계절에 살고 있는 내 모습이 떠올라
무의식적으로 입꼬리가 올라가는 나를 발견한다.
처음 글을 읽었을 땐 마라톤이라는 목표를 두고 내년 ‘나’의 모습을 상상하며 쓴 글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하나의 문장을 보자마자 마음이 급속히 먹먹해지는 것을 느낀다.
‘소설 쓰지 마? 이게 왜 소설이야. 내년에 하면 되잖아. 그러니까 당신도 빨리 일어나.’
누군가에게는 지금 당장이라도 할 수 있는 수많은 버킷리스트 중 하나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다시는 함께 할 수 없는 마지막 소원, 희망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해진다.
내일 어떤 일이 발생할지, 심지어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중 한 명으로써
‘언젠가는 하겠지.’ 라는 마음으로 미루던 목표들을 하나씩 이뤄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목표를, 버킷리스트를 나 혼자가 아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한다면
목표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빛나고 값진 내 삶의 추억이 되어 남은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아련하고도 울먹거리는 목소리를 듣고 있던 그 사람이 웃으면서 일어나
“마라톤은 너무 힘든 목표 아니야? 우리 산책부터 시작해볼까?” 라고 말하며 그의 손을 잡아주길,
이 목표가 마지막이 아니길 간절히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