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박집 30~40대 남성 4명 숨진 채 발견…’
‘1톤 트럭 짐 칸에 40대 차주 변사체로 발견…’
‘70대 남성 트랙터에 깔려 숨진 채 발견…’
인터넷 클릭 한 번에도 쏟아지는 뉴스 기사들.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마무리 하는 죽음과 타살, 그리고 이유를 알 수 없는 미스테리한 사건들 중
사람의 죽음이 악마와 연관되어 있다면? 악마의 장난이라면?
악마의 선택대로, 죽음의 재물로 악마가 선택한 사람이 ‘나’ 라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 작품에선 불가마, 드럼 세탁기, 냉동탑차, 배수로, 공실과 아파트라는 다양한 배경과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 모든 사건의 발단이라 할 수 있는 자칭 ‘악마’는 아줌마, 엄마, 아빠, 신입직원, 경찰 등 자신의 신분과 모습을
숨긴 채 사람이라는 메뉴를 선택하고 ‘살고 싶으면 다른 사람을 죽여야 해.’ 라는 달콤한 말로 싸움을 부추긴다.
보지 말아야 할 물건을 본 등장인물은 어느 누군가에 의해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의문사로 덮을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인 악마가 선택한 장소에서.
“그나저나 사람들은 참 바보 같단 말이야. 따지고 보면 우리를 원망해야 맞거든.
근데 무서워. 그러니까 눈치나 살피다가 만만한 다른 사람에게 설치는 거 아냐.”
아무리 두들기고 밀어 봐도 열리지 않는 죽음에서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인 문을 앞에 둔 채
서로를 욕하고 때리고 죽여야 하는 상황이 악마에 의해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원망과 분노를 악마가 아닌 타인을 향해 표출하고
그 과정이 악마에겐 더한 이득과 행복감을 준다는 모순된 결과에 아이러니하면서도 허탈감을 느꼈다.
자칭 악마의 모습이 왜 괘종시계와 장독이었는지, 악마와 계약을 한 보스는 누구일지 알 수 없으나
사람을 때리고 죽이는 과정에서의 묘사들이 매우 사실적으로 느껴져
다양한 공간에 있던 사람들 속에 함께 있었던 것처럼 숨을 ‘헉’ 참고 볼 만큼 묘한 매력에 빠져들었다.
괘종시계와 장독,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한 악마가 선택한 다음 장소는 어디일까.
사람을 더 잔혹하게 죽일 수 있고 극한 고통을 느낄 수 있는 공간,
자살, 타살이 아닌 의문사로 결론지을 수 있는 장소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어디에선가 기다리고 있진 않을까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