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잔혹하지만 아름다운 궁중 암투극,”하그리아 왕국” 의뢰(감상) 브릿G추천

리뷰어: 쥰노, 23년 8월, 조회 59

Q. 책 읽기 전 예상했던 내용과 실제 내용의 차이?

A. 분량이 방대하게 보여서 읽기 전부터 걱정했던 작품이었지만, 막상 읽기 시작한 “하그리아 왕국”은 저의 이런 생각들이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한 챕터, 한 챕터 이야기를 읽어갈수록 분량보다 방대하지만 또 탄탄히 세워진 세계관에 놀랐고, 인물 한 사람 한 사람의 시선으로 그 사람과 상황에 대해 조명되어가는 과정이 무척이나 흥미진진하게 느껴졌습니다. 어린 시절에 읽었던 신일숙 작가의 “아르미안의 네 딸들”이라든지, “리니지”와 같은 작품이 떠오르기도 했고요. 인물들이 많고 익숙하지 않은 이름들이었지만 친절한 언급과 구성덕분에 어렵지 않게 작품을 읽어나갈 수 있었던 점도 좋았습니다.

Q. 책을 읽으며 느꼈던 점?

A. 이 작품을 이끌어나가는 주요 인물은 강인한 여성입니다. 하지만 그 여성은 절대적으로 강하거나 선한 인물은 아닙니다. 작품 속 설정 자체가 여성의 권리가 굉장히 신장될 수 있는 사회였기에, 그만큼 작품에 나오는 여성들은 자신의 욕망을 구태여 감추려 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사랑에 대한 욕망이든, 정치적인 욕망이든 욕망을 쟁취하기 위해 가해자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피해자가 되기도 합니다.

다만 이 작품에는 다양한 인물들의 면면을 그들의 입장에서 재구성되고 있기 때문에 각자의 행동에는 각자의 사연만큼이나 그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기에 이 강인한 여성의 강한 외면의 뒷편에는 남들이 모르는 유약한 모습과 안타까운 과거, 비밀이 감추어져 있기도 하죠. 그런 점들이 이 작품 속 주인공들을 좀 더 입체적으로 그려내고, 또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기도 합니다. 심지어 하그리아 왕국의 인물들의 묘사는 너무나도 아름답습니다. 묘사된 인물들을 떠올리며 글을 읽다보면 이미 한 편의 만화, 혹은 영화까지도 머릿속에 그려지게 되지요. 그런 점이 처음에는 오히려 조금 너무 상투적이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에, 이야기 또한 조금 상투적이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저의 생각과 달리 이야기들은 때로는 반전까지 더해져 후반부로 갈수록 힘이 더 많이 느껴졌습니다.

인물들의 욕망의 구도에 따라 때로는 이야기가 잔혹하게 흘러가기도 하기에, 인물들의 매력에 빠져 그들에게 마음을 한참 주고 있다가도 상황에 따라 희생이 되는 모습에 저도 모르게 마음이 아프기도 했습니다. 작품 초반에 인물들의 사연을 읽어왔기 때문에 어쩐지 더 놀라거나 마음이 쓰였던 것 같기도 하고요. 그만큼 독자들이 인물 하나하나에 마음을 둘 수 있도록 잘 구현한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Q. 책의 미래 독자에게

A. 작품을 읽다보면, ‘이 작품이 한 사람의 머릿속에서 다 구현된 세계라고?’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특히 작품의 외전을 읽었을 때는 실제로 이 작품이 어떤 실제 역사적인 사건이나 배경 혹은 전설을 중심으로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상당히 구체적이고 사실적이기도 하지요. 흐름이 길고 배경이 방대해서 내가 과연 따라갈 수 있을까라는 저의 우려가 무색할 정도로 정말 재밌게 읽었던 작품이었습니다. 역사극이나 드라마, 판타지물같은 장르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고민하지 않고 추천드릴 수 있을 “하그리아 왕국” 이야기입니다. 아직 풀리지 않은 이야기,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들이 더 많이 기대가 되는 작품이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