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품이 내린 저주

작가

정석적인 흐름 사이 빛나는 돌들 공모(비평) 브릿G추천 공모채택

리뷰어: 기다리는 종이, 23년 6월, 조회 31

이 소설을 한 단어로 평가해야 한다면, ‘정석적’ 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싶습니다.

그 정도로 이 소설은 예상 가는 전개를 가진 공포 소설입니다. 플롯이 특별하다고는 할 수 없다는 뜻이죠. 다만 이 소설이 별로였다는 말은 아닙니다. 오히려 꽤 괜찮은 소설이지요. 그렇다면 무엇이 이 소설이 정석적이라고 느껴지면서, 동시에 좋다고 느껴지게 만드는 것일까요? 어떻게 보면 어떤 전개가 재미있는 전개이며 무엇이 좋은 소설인지에 대한 질문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정확한 대답이 불가능한 질문인 것은 알고 있지만, 저 스스로가 이런 궁금증을 가지게 되어서 리뷰를 적게 되었습니다.

소설의 플롯은 아주 평이합니다. 귀신의 저주가 담긴 물건을 잘못 취하게 된 주인공이 그 물건을 돌려놓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국은 귀신에게 복수당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은 딱히 능동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며, 사건들은 우연에 의해 발생합니다. 저주받은 장난감을 얻게 된 것도, 그걸 친구에게 말했더니 수리점을 소개해 준 것도, 그 소개점이 아주 ‘특이한’ 소개점이었던 것도 전부 우연에 의해 발생하니까요. 수리점을 소개해 준 병선도 결국 죽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수리점에서 조력자들, 즉 백포건과 강두식을 만나는 것 자체가 완전히 우연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소설을 읽는 독자는 이야기를 따라가게 되면서 특별한 일이 일어나리라고 기대하지 않게 됩니다. 이미 정해진 플롯에서 주인공이 몇몇 행동을 하게 될 거고, 그 결과를 보게 될 것이라는 걸 미리 알고 있기 때문이죠. 특히, 이 소설이 ‘공포’ ‘단편’ 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예측은 더욱 강화되게 됩니다. 마치 우리가 로맨스 영화를 볼 때, 극 중 연인들이 나와서 서로 연애하는 이야기가 나올 거라는 사실, 조금 더 나아가자면 분명히 연인들 사이에 한 번은 위기가 올 것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왜 이미 다 아는 걸 굳이 찾아서 읽고 비평까지 쓰게 되었을까요? 더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사람들은 왜 소설을 읽고 이야기를 즐길까요? 그리고 이 소설은 왜 재미있었을까요? 그것은 소설이 단순히 플롯의 전달인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캐릭터와 묘사가 담긴 매체이기 때문입니다. 이 소설은 그 측면에서, 마치 원석처럼 빛나고 있습니다.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근처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우리의 모습이 투영되기 쉬운 인물이면서, 동시에 사회에 있는 어떤 문제들을 생각나게 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공무원 준비를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주식 투자나 하고 있으며, 그것조차도 자신이 노력해서 한다기보다는 친구의 정보에 휩쓸리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주인공에게 주식 관련 정보를 알려 주지만 떨어지기 전에는 자신 먼저 주식을 팔아 버리는 병선, 주인공이 단지 오래도록 고시 공부를 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아이 앞에서 주인공을 모욕하는 이웃, 그리고 그 아이조차도 그 모욕에 긍정하는 모습은 우리 사회에서 볼 법 하면서도, 입 안에 쓰린 맛을 남깁니다. 이러한 인물들이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빛나고 있기에, 설령 정석적인 플롯이더라도 이야기 속에 빠져들게 됩니다.

특히 아주 흥미로웠던 인물은 장난감을 팔러 가서 우연히 만나게 되는 ‘백포건’과 ‘강두식’으로, 각각 호랑이가 둔갑한 모습이라거나, 강감찬 장군의 후손이라는 아주 특이한 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결론적으로 이들은 조력자로서 기능하고 있고, 앞서 말한 것처럼 아주 우연적으로 등장합니다. 그렇기에 사실은 어떠한 인물이 나와서 주인공을 돕는다 하더라도 동일한 결과를 낳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측면이 있죠.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지고 있는 그 아주 특이한 배경이나 묘사가 이 소설을 한층 더 재미있게 만들어 주는 것은 분명합니다. 어쩌면 이러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확장하는 것도 아주 재미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들게 할 정도니까요.

결국 공포 단편은 장르 자체에 어떤 제한점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공포 이야기를 다뤄야 하는데, 그 분량도 짧아야 하니까요. 그런 제한을 당하고 있는 상태에서 어떻게 재미있는 글이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작가의 역량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렇다면 이 소설은 분명 작가의 역량이 돋보인, 좋은 소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