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그리아 왕국

작가

각각의 불행엔 이유가 있다 감상 브릿G추천

리뷰어: 선연, 23년 4월, 조회 84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기 마련입니다.”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이죠. ‘인상 깊은 첫 문장’하면 누구나 다 떠올리는 이 문장을 뜬금없이 인용한 이유는, 오늘 리뷰 할 《하그리아 왕국》이라는 작품을 이보다 더 잘 요약한 말도 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그리아 왕국》은 군상극의 형태를 띤 궁중암투물로, 하그리아 왕국 여왕 샤흐라자드와 그녀의 세 아들 아르샨, 이스카, 스피타만의 왕위쟁탈전을 주로 다루는 이야기입니다. 아들들끼린 서로 사이가 좋지만 외부인들은 통 이들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고, 특정 사건을 기점으로 경쟁은 급격하게 치열해지는데요.

결국 왕가도 가정의 일종이라는 점에서 이 가정은 무척 불행한 가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구보다 무거운 짐을 짊어져 자식들을 돌봐줄 겨를이 없는 어머니, 동생들에 비해 무능력한 장남, 능력은 출중하지만 왕위 따위엔 관심이 없고 자유를 원하는 차남, 야욕은 가득하지만 출신이 미천한 삼남까지. 인물들은 모두 각각의 불행을 안고 그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지만, 회차를 거듭할수록 어째 제 눈엔 폭주하는 열차처럼 쉽사리 피할 수 없는 비극이 다가오고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단순한 기우라면 다행이겠지만요.

과연 하그리아 왕국의 차기 왕은 누가 될까요? 이 치열한 다툼에서 또 누가 희생되고, 누가 피를 흘리게 될까요?

물론 결말은 작가님만이 알고 계실 겁니다. 하지만 한 가지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이 작품이 몹시 재미있다는 사실입니다.

《하그리아 왕국》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술술 읽히는 문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작품 내 모든 문장은 그리 복잡하지도 않고, 이해하기 어려운 복문도 없습니다. 가끔 보이는 비문이 흐름을 끊을 수는 있지만 그 정도는 감안할만하지요. 세상에 오타 없이 완벽한 글 같은 건 없으니까요. 《하그리아 왕국》은 독자에게 친절하고, 설명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설명해주는 작품입니다.

그 외에 독보적인 장점을 꼽아보라고 하면 탄탄한 설정인데요. 자랑은 아니지만, 저는 일단 글을 쓴 다음에 설정을 짜는 버릇을 가지고 있습니다. 설정에 맞춰서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글에 맞춰서 설정을 짜는 거죠. 그러다 보니 중반부부터 설정에 오류가 생기기도 하고, 내용이 뒤죽박죽 얽혀 이야기의 절정에서 힘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하그리아 왕국》은 그렇지 않습니다. 시간이 없어 전 회차를 다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몇 화만 읽어도 작가님께서 얼마나 이 세계를 사랑하고 계신지 알 것 같았습니다. 모든 묘사와 비유가 꼭 어린 소녀의 보물상자를 열어본 듯한 기분을 안겨다줍니다. ‘내가 정말 아끼는 이것들을 네게도 보여줄게’, 이 작품은 제게 그렇게 말하고 있었어요.

흡인력 있고 피 말리는 암투물을 선호하시는 분, 탄탄한 설정과 정성 가득한 세계를 좋아하시는 분께 《하그리아 왕국》을 추천 드립니다.

……자, 그럼 대략적인 작품 소개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지금부터는 그냥 이 작품의 독자로서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말을 떠들겠습니다. 애초에 저는 내키는 대로 쓰는 것만 잘 하는 인간이라서요. 《하그리아 왕국》이 어떤 작품인지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분은 이쯤에서 본문으로 이동해주시기 바랍니다.

 

 

 

 

아무래도 리뷰는 처음이라 부족한 점도 많고 내용도 중구난방이겠지만, 부디 《하그리아 왕국》의 감상에 이 리뷰가 도움이 되길 빕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