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목소리가 들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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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 적사각, 22년 12월, 조회 86

나는 ‘Boy meets girl’로 진행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Boy meets girl’은 주로 순정 만화나 청춘 드라마 같은 로맨스 창작물에서 볼 수 있는 클리셰로, 소년과 소녀가 우연히 만나 일어나는 이야기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내가 ‘Boy meets girl’을 좋아하는 이유는 아직 만개하지 못한 소년 혹은 소녀가 미지의 소년 혹은 소녀를 만나 그 아이가 가진 세계가 넓어지는 과정을 그리기 때문이다. 본작 ‘우리의 목소리가 들릴 거야’도 같은 결로 받아들였다. 굳이 고쳐 말한다면 ‘Girl meets girl’이라고 해야겠지만.

 

본작의 이야기를 간략하게 말하자면 아픔을 가진 현아가 룸메이트 수영을 만나 아픔을 치유받는 이야기다. 조금 더 줄거리를 풀면 읽는 재미가 떨어지기에 스포일러로 가려놓겠다.

 

 

 

본작은 두 소녀가 만나 서로의 세계가 확장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녀의 세계는 그리 넓지 않다. 어른조차도 자신이 아는 만큼 세계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상대적으로 살아온 시간이 짧은 소녀는 그보다 좁을 수밖에 없다. 자신이 품은 아픔이 세상 제일 아프고 내가 제일 괴롭다. 하지만 그 아픔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다. 누군가는 나보다 더 아픈 상처를 품고 살아가고 그것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아픔을 드러낸다 해도 세상이 바뀌지 않을 거라는 자포자기일수도 있지만 아픔에 좌절하지 않고 묵묵히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문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문은 희망찬 미래로 통하는 문일 수도 있고 현재보다 더 나쁜 상황으로 빠지는 지옥 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가만히 있을 순 없다. 꿈을 포기하기에는 소녀는 아직 어리다. 그리고 다행히도 현아에게는 수영이 있다. 또다시 절망에 빠지더라도 수영과 함께라면 현아는 일어설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수영도 마찬가지. 현아가 수영으로 하여금 새로운 세계와 만난 것처럼 수영도 현아로 하여금 새로운 세계와 만날 수 있게 되었다. 혼자만의 꿈으로 둔 밴드부 만들기에 한 걸음 나아갔으니 말이다. 만남은 서로에게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 받는다.

 

사실 본 이야기만으로 끝내기에는 아쉽다. 다 읽고 난 후, 실험 고등학교 전설의 밴드가 탄생하는 이야기의 프롤로그, 혹은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밴드의 해체를 그리는 아련한 회상씬을 상상했다. 조은별 작가님은 현아와 수영의 이야기를 더 이어가실지 또는 독자의 상상에 맡길 것인지도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