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신년운세의 계절이다. 어릴 때는 신년운세를 볼 때 합격운이나 재물운처럼 좋은 운이 들어왔는지가 궁금했는데, 가족들의 건강이 예전 같지 않고 나도 나이를 먹은 요즘은 부정한 운이 들어오지는 않았는지 혹은 부정한 운이 있더라도 무탈하게 지나갈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가 궁금하다. 그러다 우연히 읽은 이 소설에서 액운을 피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는데, 궁금하면 끝까지 읽어보시길.
소설은 평범한 물류창고처럼 보이는 공간에서 시작된다. 인물들의 대화에 상자니 컨베이어 벨트니 반송률이니 하는 단어들이 나오는 걸 보면 택배회사의 물류창고 같다. 그런데 ‘저승사자’와 ‘액운배달’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순간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택배회사의 물류창고가 아닌 듯한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그렇다. 이곳은 저승사자들이 인간들에게 액운을 배송하는 액운택배회사인 것이다.
덕출은 액운택배회사 ‘(주)액운통운’에서 일한 지 한 달 된 초보 택배기사다. 반송률이 높아서 상사에게 혼나기 일쑤인 덕출은 업무 개시 전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다 갖다 주고 오라는 말을 듣고 잔뜩 긴장한다. 그런데 이날따라 고객을 만나기가 너무 어렵고, 겨우 만나도 좀처럼 택배 상자를 건네주지 못할 ‘사정’이 생긴다. 이러다 불지옥으로 좌천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 X줄이 타는 덕출. 과연 덕출은 할당된 택배 상자를 전부 배송하고 상사의 불호령을 피할 수 있을까.
언뜻 보면 이 소설은 초보 액운 택배기사 덕철이 어리숙하고 마음이 여린 탓에 주어진 업무를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우당탕탕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그린 코믹한 이야기로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덕철이 좀처럼 고객에게 택배 상자를 전하지 못하는 것은 그가 상사만큼 노련하지 못해서도 아니고 쓸데없이 착해빠져서도 아니다. 그가 전하는 ‘액운’에 맞서는 고객들의 ‘액땜’ 행위가 그만큼 강력해서다.
도움을 준 사람에게는 은혜를 갚아야 직성이 풀리는 할머니, 위급한 상황에 놓인 사람을 나 몰라라 하지 못하는 젊은 여자, 초심을 잃지 않고 매일 성실하게 살아가는 검도 사범 등 덕철의 고객들은 하나 같이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선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었다. 운에 연연하거나 횡재를 바라지 않고 겸손한 자세로 자신의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아마도 그런 고객들과 덕출의 모습을 멀리서 지켜봤을 덕출의 상사 원우는 오늘도 일을 잘 해내지 못했다며 의기소침해 있는 덕출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 인간들도 나름대로 액땜을 한 것 같으니까.” 그러니 이번 주에도 로또 당첨은 물 건너가고 잘 풀리는 일 하나 없다고 실망하지 마시길. 착하게 살고 성실하게 살고 별 일 없이 살았으면 그게 다 액땜한 거고 그게 최곱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