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나이와 성별, 직업에 관계 없이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게 된 그것, 지하철에서 이걸 보고 있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혹시 이상한 사람?’하고 불안한 마음이 들게 되는 바로 그 물건!
일월명 작가님의 ‘내 유튜브 알고리즘 좀 이상해’는 방금까지도 보다가 온 모바일 동영상 서비스에 대한 섬뜩한 이야기입니다.
완독에 5분도 안 걸리는 짧은 이야기지만, 그 임팩트는 매우 강해서 읽은 지 이틀이 지난 지금까지도 화면을 터치하는 제 손가락을 떨리게 하고 있군요. 아, 이건 리뷰를 위해 던지는 오버 액션이 절대 아닙니다.
물론 이 글에 나온 이야기와 비슷한 경험을 아직 안 겪어보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하루에 몇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되는 핸드폰과 그것이 보여주는 온라인 세상에서, 언젠가는 분명 경험할 만한 일이라 더욱 무섭습니다.
저도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뱀파이어에 대한 글을 써 보려고 유*브에서 뱀파이어 동영상을 며칠 찾아본 적이 있는데 2주 정도 되니 뱀파이어와 관련된 온갖 콘텐츠를 다 보게 되더군요. 그 중에는 정말 괴이한 것들도 있었습니다.
당연히 각본이겠지만, 살아있는 닭의 목을 쳐서 피를 먹는 동영상이라던가(짜증나게 지금은 찾아보려고 해도 안 나옵니다)남자의 팔에 상처를 낸 후 피를 마시는 동영상은 주작이라 확신하면서도 왠지 꺼림칙해서 괜시리 잠을 설치게 만드는 불길한 기운이 있었습니다. 제 경우엔 다른 밝고 귀여운 검색어들로 그것들을 다 덮어버리는 방법으로 빠져 나오긴 했습니다만, 사실 지금도 가끔 뜬금없이 피칠갑이 된 채널이 뜰 때가 있어 소스라치게 놀라게 됩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 또한 더위와 알바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틀어 본 공포 동영상 때문에 큰 곤경에 처한 것 같습니다. 별 생각없이 검색하다가 산더미처럼 쌓인 공포 동영상들을 모두 제거하고 나니 찾아온 미지의 채널 하나.아무 것도 보이지 않지만 상상은 하게 만드는 그 소리들.
인간에게 최대의 공포는 두 가지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우리의 상상 밖의 거대한 미지에 대한 공포와 우리가 상상 속에서 만들어내는 공포. 주인공은 자신이 이미 상상해버린 공포에서 벗어나 보려 하지만 이미 지옥의 문은 그를 향해 문고리를 내밀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은 이후로 유투브를 열어보기가 더 두려워졌습니다. 실제로 유투브를 보는 시간이 줄었는데 덕분에 손목 통증도 완화되는 것 같고 목도 덜 뻣뻣하니 작가님께 감사를 드려야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이 작품은 먼저 지하철이나 사람이 많은 곳에서 유투브 동영상을 30분 이상 시청한 후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5분도 안 걸리는 시간이 아주 오랜 기억으로 남을 수도 있습니다. 저처럼 겁이 많은 독자분의 경우 유튜브의 알 수 없는 추천 알고리즘에 놀라 귀한 핸드폰을 던지실 수도 있으니 가급적 혼자 있을 때는 읽지 마시길 바랍니다.
여담으로 이건 그냥 제 경험담인데 저는 최근 허리에 통증이 조금 있어서 고민이었습니다. 주변 지인들과 상담도 해 보고 운동도 하긴 했지만 핸드폰이나 컴퓨터로 허리 관련 검색을 한 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포털 사이트 광고에 허리 교정 관련 의료 기관이나 약에 대한 광고가 자꾸 보인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저는 검색을 잘 하지 않는 사람이고 특히 허리 관련해서는 검색을 한 적이 없는데도 말이죠. 그러다 지인들과 통화 중 허리 이야기를 자주 했던 것이 떠올랐습니다.
설마 유튜브나 포털 사이트에서 내 통화 내용을 검색하는 건 아니겠지?
믿거나 말거나요.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