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 가시는 어디를 향하는가

  • 장르: SF | 태그: #SF
  • 평점×9 | 분량: 93매
  • 소개: 피폐해진 지구를 떠나는 인류. ‘철’도 떠나야 하지만 왜인지 그는 망설이고 있다. 그에게는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과거는 돌이킬 수도 없고 미래는 그에 대한 결과이다. 더보기
작가

고슴도치 가시가 향하는 곳 공모(감상) 브릿G추천 공모채택

리뷰어: DALI, 21년 3월, 조회 83

우주를 동경하는 노년의 한국인 남성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이름은 ‘철’이고, 우주로의 확장 이민을 추진하는 기업 ‘TRAST’의 환경 관리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철이 그곳에서 구체적으로 하는 일은 건물 청소인데, 확장 이민으로 인구가 줄어가는 지구에는 이전만큼 청소할 거리가 많지 않죠. 회장조차 떠나버린 꼭대기 층의 드넓은 회장실을 주인공이 혼자 말없이 청소하는 장면은, 무의미로 가득한 우주 속에서 한 가닥 의미를 찾아 헤매는 외로운 우주선을 연상시킵니다.

 

사람들은 확장 이민 우주선을 발사하는 센터를 ‘고슴도치’라고 부릅니다. 고슴도치 가시처럼 빽빽하게 줄지어 선 우주선들의 모습이 고슴도치의 등을 닮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죠. 세계 각지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우주선을 발사할 정도로 확장 이민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이유는 지구가 황폐해졌기 때문입니다. 인류는 모성을 떠나 운명을 새로이 개척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지구를 떠날 수 있는 건 물론 아니죠. 이 세계에서도 이민선 탑승권은 우리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분배된 듯합니다. 다행히도 수용 인원은 좀 넉넉했던 것 같고요. 중요한 건 이 탑승권에 대한 주인공의 결정입니다.

 

 

다음 세대가 살아갈 우주 어느 한 자락에 대한 희망을 품은 채로 꺼져가는 지구에 남기를 택한 노인의 모습에서, 릴리 브룩스 돌턴의 『굿모닝 미드나이트』가 떠오르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