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개

불쾌한 끝맛이 남는 살인자 이야기 감상 브릿G추천

리뷰어: 이사금, 20년 9월, 조회 56

이 소설도 예전엔가 출간된 서적으로 한번 본 기억이 희미하게 났습니다. 근처 도서관에서 <한국공포문학단편선> 1권을 발견하고 빌려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굉장히 찝찝한 뒷맛이 남았던 소설이었습니다. 하지만 소설의 수위가 남달랐기 때문인지 다른 소설들은 좀 가물가물하게 기억했어도 이 소설은 제목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혹시 브릿G에 올라온 동명의 소설과 예전에 읽은 소설이 같은 작품이 맞나 확인을 하려고 봤더니 제가 기억하는 그 소설이 맞더라고요. 아마 소설의 제목이 의미하는 ‘들개’는 주인공이 학대받아 버려진 상황, 그리고 인간같지 않은 측면을 부각시키는 의미겠지요? 하지만 실제 유기견들은 가엾다는 생각이 드는데 반해 여기 주인공이 하는 짓은 전혀 동정이 가지 않는데 작중에서 주인공이 벌이는 짓도 문제고, 주인공의 폭력에 휩쓸리는 인간들도 하나같이 평범한 인간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작중 저지른 살인 사건이 드러난다면 이놈은 기본 사형감이에요. 특히 어린애들 살해하는 장면을 보면 감성팔이도 안 먹힐 수준. 그리고 은근 시골살이의 위험성을 알려주는 소설이랄까요. 셜록 홈즈였나 잘 기억은 안나는데 도시에서 비명을 지르면 그것을 듣고 신고를 할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시골은 사람이 없어서 비명을 질러도 들어줄 사람이 없다 대강 이런 대사가 떠오르더라고요.

주인공이 아버지한테서 겪은 학대도 상상초월한 수준이긴 하지만, 결국 주인공 역시 아버지와 똑같은 행보, 아니 아버지도 더 악독한 짓거리를 하고 있으니 딱히 그 학대받은 경험으로 죄를 덜지도 못하겠단 생각이. 거기다 시골에서 순박한 척 하면서 사는 놈이 살인을 저지르는 이야기는 현실에 있을 법한, 아닌 분명 어디에서는 일어난 사건이기도 하기 때문에 소설 속에서 묘사되는 고어 수위와 별개로 두려움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게다가 마지막 피해자인 춘희 같은 경우는 그저 친절을 약간 베풀었을 뿐인데 주인공 혼자 멋대로 착각하고 피해의식 때문에 여자를 끔살하는 게 너무 현실 범죄 같아서 소름이 끼친달까… 가끔 사람들이 아무에게나 친절을 베풀지 말라고 조언이나 충고를 하는 것이 이해가 가는 심정이에요.

어쩌면 주인공의 학대받은 과거가 앞에 길게 설명이 된 것은 주인공의 끔찍한 짓의 원인이 아니라 그런 과거를 갖고있든 말든, 주인공의 살인을 합리화할 수 없는 것임을 부각시키기 위한 장치가 아닐까 싶었고요.

남들에게 친절을 베풀거나 인사를 잘하면 주변 사람과 훈훈한 관계도 만들고 분위기가 좋아지니 좋은 거라고 생각들 하지만은 이런 관계가 유지되려면 친절을 베푸는 쪽도 받는 쪽도 정상이라는 전제가 있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한쪽의 친절을 받는 쪽이 반드시 멀쩡한 인간이리라 보장은 없으니… 사람들 중엔 어쩌다 한번 베푼 친절을 자신이 특별해서 받는 거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더라고요. 딱 소설 속 주인공이 그 수준인데 어처구니없는 건 이놈은 자기 처지가 어떤 건지 알면서 춘희는 자기를 좋아한다는 착각은 쉽게 하더라고요.

저런 놈에게까지 친절을 베풀고 다니다가 변을 당하느니 차라리 냉정한 인간 소리 듣고 안전을 취하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이. 소설을 읽으면서 생각난 게 범죄까지는 아니지만 학생 시절에 착한 척 한답시고 별로 친하진 않고 얼굴만 자주 마주치는 어른들한테 인사를 하고 다녔다가 딱 한번 인사를 까먹고 안했다는 이유로 왜 인사를 안 하냐며 발광하는 인간을 본 적이 있거든요.

겨우 인사 한번 못 받은 게 뭐 그리 억울한 일이라고 어른이 학생한테 화를 내는 일은 꽤 교훈이 되었습니다. 남이 베푼 친절이나 호의를 마치 자신이 맡겨놓은 것처럼 착각하는 인간들은 의외로 빈도가 많을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다만 우리들은 소설 속 춘희처럼 위험한 일을 당하지 않았을 뿐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