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

일제강점기와 흡혈귀, 그리고 조선의 아이 공모(감상) 브릿G추천 공모채택

리뷰어: 0제야, 20년 7월, 조회 115

처음 이 작품을 완독하고 무엇으로 감상을 시작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했다. 어느 하나로 방향을 잡을 수 없을 만큼 소설이 전개되는 모든 부분이 마음에 들었고 그에 대해 전부 리뷰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여전히 이 작품에 대한 한 갈래 시선을 정할 수 없기에, 정말 하고 싶은 말을 전부 써보도록 하겠다.

우선, 이 소설은 새롭지 않은 것들이 엮여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작품이다. 일제강점기와 흡혈귀, 기계, 조선인과 일본인. 언뜻 보면 각각의 단어가 하나의 작품에서 이어지기란 쉽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조은별 작가의 소설 <아리>는 놀랍도록 자연스러운 전개로 이 모든 것을 하나의 축에 꿰어버린다.

일제강점기라는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명징하다. 보통, ‘일제강점기’는 독자의 머리에 그 시대를 드러내는 다양한 이미지를 생성해낸다. 칼과 총을 찬 순사, 무섭고 무거운 분위기처럼. 사실, 일제강점기를 통해 작가는 소설의 도입을 더 분명하게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소설 <아리>에는 시대적 배경보다 흡혈귀 주인공 아리가 먼저 등장한다. 이로써 소설은 덜 선명할지 몰라도 더 신비로워진다. 스스로 손목을 긋는 한 아이. 이름은 아리, 자기 손목에서 피를 빨아먹을 정도로 다정한 이 흡혈귀는 독자들에게 두려운 이질감보다는 호기심을 느끼게 한다. 아리는 도대체 누구인가. 소설의 시작에서 든 생각이었다.

<아리>의 20개 챕터가 맞물리는 이음매가 아주 단단했다. 그리고 각각의 이야기를 이루는 구성 요소들의 발전 가능성 또한 좋았다. 단편 자체로 충분히 흥미로운 이 이야기에 욕심이라고 말할 수 있는 애정이 생겨 감상 뒤의 이야기를 괜히 덧붙여 보았다. 리뷰를 쓰는 내내 아리라는 이름을 가진 특별한 친구와 조선 곳곳을 비밀스럽게 돌아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 감상은 좋은 작품을 만났다는 기쁨에 우주를 유영하고 있는 내 마음을 간신히 붙들어, 가장(假裝)한 진지함을 가지고 쓴 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