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1차 편집부 추천작

오호라, 참을 인 세 번이면 살인도 면한다고요, 천만의 말씀!

서울 샤크스 홈구장 3층의 원정석 여자 화장실에서 베테랑 1루수의 등번호 39번을 단 유니폼을 입은 남자가 살해당한다. 공교롭게도 CCTV가 파울볼에 맞아 손상된 상태에 목격자도 없어서, 어떻게 그 남자가 살해당했는지는 오리무중.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구는 계속되어야 한다! 결국 살인 사건의 현장만 노란색 테이프로 막아둔 채 다시 개방된 야구장은 만석인데, 왜냐하면 오늘 경기가 샤크스로서는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느냐 마느냐가 결정되는 중요한 경기였던 것이다. 암표상에게서 1루측 프리미엄석 티켓을 손에 넣고 앞에는 갓 튀긴 프라이드치킨과 맥주를 펼쳐 놓은 주인공이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다고 생각한 순간, 커플석이라 공석으로 남을 줄 알았던 옆자리를 웬 낯선 여자가 차지한다. 자연스럽게 말을 붙여오는 여자와 주거니 받거니 시작된 대화는 상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하는데…….

주인공과 여자가 물 흐르듯 주고받는 티키타카가 흥미진진한데, 읽다가 아멜리 노통브의 『적의 화장법』이 떠올랐다면 작가 코멘트로 보건대 작가의 의도를 정확히 맞춘 셈이다. ‘참을 인 세 번이면 살인도 면한다’는 유명한 격언을 비틀어, 옆자리의 여자는 자신이 어제 벌어진 살인사건의 진범이라면서 이제 당신이 ‘살인으로 참고 있던 인내를 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자의 깐죽대는 말솜씨가 예사롭지 않은데, 덕분에 ‘제발 그저 야구에 집중하고 싶은’ 주인공이 느낄 깊은 빡침에 자연스럽게 공감대가 형성된다. 옆좌석 미친 여자를 전화로 신고하기는커녕 여자를 피했다가도 다시 야구 경기를 계속 보기 위해서 자기 좌석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야구팬의 고통이 웃프다.

*본작은 다음 분기 출판 지원작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