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전날 원정석 3층 여자 화장실에서 한 남자가 시체로 발견되었음에도 오늘도 야구 경기는 열린다. 살인 사건에 대한 호기심과 흥분 때문이었던 것인지 경기의 중요성 탓인지 야구장은 만석. ‘나’는 암표상에게서 구한 티켓을 들고 샤크스의 승리를 기원하며 관중석으로 들어선다. 커플석인 자리라 나머지 한 자리까지 팔렸을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는데 옆자리에 어떤 여자가 앉는다. 야구장 로맨스가 시작되려나 싶은 망상도 잠시, 여자는 예상치도 못한 얘기로 나에게 살인을 종용하는데…….
불꽃 클릭으로만 구할 수 있는 1루 프리미엄석 티켓, 플레이오프 진출 여부가 달린 결정적인 경기, 테이블에는 갓 튀긴 프라이드치킨과 1리터짜리 맥주. 야구팬을 위한 천국이 바로 여기 있다. 하지만 옆자리에 앉은 이가 깐족거리면서 야구 관람을 방해하고, 터무니없는 이야기로 자신을 죽이라며 살인을 권하는 데다 심지어 전날 살인 사건의 진범이라면? 응원하는 팀의 플레이가 영 갑갑하게 이어지는 가운데, 지치지도 않고 말을 붙이는 여자의 거침없는 입담에 고통받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다 보면 “아오, 좀!” 소리가 절로 나오게 된다. 야구 경기의 진행과 두 사람 사이 대화의 기승전결이 적절히 맞물려 있어, 야구 팬이라면 두 배로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