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 올라와 단칸짜리 고시원에 살며 준비했던 공채 결과를 확인하고 깊이 낙심한 주인공. 상심한 마음을 잊으려 취할 형편마저 되지 않았기에 터덜터덜 고시원으로 돌아가던 중, 안국역 부근에서 괴이한 현상을 목격하게 된다. 갑자기 안개가 부옇게 피어오르더니 운현궁 너머로 허공을 나는 가마의 형체가 모습을 드러냈는데, 그 가마에 탄 얼굴이 몹시 낯익게 느껴졌던 것. 교과서와 시험 교재에서 수도 없이 봐왔던 인물을 실제로 마주하게 된 주인공은 관련된 역사적 사건들이 머릿속에서 줄을 잇는 한편, 저도 모르게 홀린 듯 그 형체를 따라나서게 되는데…….
「할로인설전기(轄路因舌戰記)」는 유행하는 이국의 명절을 정식으로 받아들일 것인지 말 것인지를 두고 고국 귀신들의 아찔한 토론이 벌어지는 상황을 유쾌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이 자리를 주관하는 염라대왕뿐만 아니라, 역사책 속에서 부지런히 보고 배웠던 인물들이 차례대로 등장하며 핼러윈을 두고 각축전을 벌이는 상황 자체가 몹시 흥미롭고 유머러스하게 다가온다.(물론 인물들에 대한 단서가 참으로 세세하게 배치되어 있는 점은 덤.) 주인공은 유일한 생자(生者)로서 귀신들의 토의 자리에 얼떨결에 참여하게 되는데, 가산점이라도 얻어보고자 준비했던 한국사능력검정시험 덕에 이 난장판 같은 상황을 매끄럽게 받아들이는 절묘한 재미도 추가된다. 과연, 조상의 혼들은 핼러윈을 두고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입말 좋은 이야기꾼이 곁에 앉아 들려주는 것처럼 생생하고도 예스러운 문체와 현대의 상황이 조화롭게 어울리는 이색 단편. 참고로 본 작품은 지난달 핼러윈을 맞이해 진행되었던 소일장 참여작으로, 전체 참여작은 셀렉션 페이지(https://britg.kr/novel-selection/98061/)를 통해 모두 만나볼 수 있다.
*본작은 다음 분기 출판 지원작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