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 넷째 주 편집부 추천작

이(異)존재들이 모여 사는 만월장의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

뱀파이어, 늑대인간, 동자신, 좀비, 마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세상 모든 기묘한 존재들이 모여 사는 곳. 400년 넘게 살아 세상 오욕칠정을 전부 극복한 것 같았던(‘과거형’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우수어린 매력남 안드레아 델 꼬레아 영원 리 씨가 건물주로 있는 만월장의 이야기이다. 북촌 골목 굽이굽이 들어가면 나오는 오래된 3층짜리 벽돌 건물. 1층에는 1945년생 노(老) 바리스타가 카페를 운영하고 있고 인간들은 잘 찾아 들어오지도 못하는 이곳에 스무 살이 갓 넘은 늑대인간 아가씨가 400살 넘은 뱀파이어 신사와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이 둘의 로맨스로 처음 이야기의 포문을 여는데, 이(異)종족인 둘의 썸에는 액션에 가까울 만큼 역동적인 경쾌함이 흘러넘친다.

아무튼 등장인물들은 기묘하기 짝이 없지만, 『만월장연담』에는 신기하게도 사람 냄새가 난다. 세입자들의 면면이 점차 드러나는 이후의 에피소드들에서는 모성애와 우정 같은 인간의 희망적인 감정들이 퐁퐁 솟아난다. 밑바닥 인생을 구해내 사람으로 만들어 독립시켜 준 뱀파이어에게 돌아와 그를 돌봐주며 노년을 보내고 있는 바리스타 할아버지의 이야기, 동자신이 강림한 아들을 돌보는 어머니나 좀비로 변한 절친을 돌보는 청년의 이야기에서도 눈에 들어오는 것은 전부 생활고나 삶의 고통이 아니라 인물들 사이에 흐르는 따뜻한 감정들이다. 마치 이토록 기묘한 존재들도 사는 것은 다 똑같다는 듯이, 작가는 모든 이들을 위로하듯 다정하게 어루만져 준다. 현재까지 공개된 마녀 에피소드까지, 작가는 밝고 유쾌한 어조를 잃지 않은 채 이야기를 엮어나가고 있다. 다음 세입자의 이야기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늑대인간 아가씨와 뱀파이어 아저씨의 격한 로맨스 또한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궁금하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