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1차 편집부 추천작

좀비가 가득한 땅으로 향하는 킬의 실감적인 항해 일지

핵으로도 좀비를 없애지 못한 미국 정부는 연구 끝에 ‘비활성 탄’이라 불리는 폭발물을 터뜨려 플로리다에 가상의 장벽이 생긴다. 그로 인해 좀비를 무력화시키는 안전한 ‘포함 구역’이 형성된 지 25년, 포함 구역 내에 물자는 항상 턱없이 부족할 뿐이다. 목숨을 걸고 좀비들이 득실거리는 ‘배드랜드’를 오가며 필수품을 구해 오던 ‘킬’은 다시는 항해하지 않기로 선언했으나 사랑하는 이를 지키기 위해 마지막으로 고독한 항해를 떠나고 위기에 처한다.

「회색 여우」는 일기 형식의 좀비 소설 『하루하루가 세상의 종말』 1, 2권의 주인공 ‘킬’이 등장하는 단편으로, 좀비 사태에도 30년 간 살아남게 한 군사 안보 관련 지식이 여전히 빛나는 것은 물론 이를 바탕으로 한 항해 묘사가 탁월해 실감이 넘친다. 외부의 수많은 위협에도 침착하게 목적 달성에만 힘쓰던 주인공이 위기에 빠져 마침내 마지막 항해의 비밀이 드러났을 때 애틋한 사랑이 가슴에 큰 울림을 주고, 뒤이은 반전은 감동과 감탄을 자아낸다. 『하루하루가 세상의 종말』 시리즈에서 이어지지만 또 하나의 독립된 세계관을 완성한 「회색 여우」는 이 시리즈를 아직 접하지 않은 이도 즐겁게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