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꿈, 혹은 환상이었다. 세상을 재패한 제국의 평민원 의원, 그러나 실상은 속국의 볼모일 뿐인 에메르는 연설 중 쇠뇌의 피습으로 잠시 정신을 잃는다. 환상 속에서 만난 아들란드의 왕 로란은 그에게 “왕이 돼라”면서 우선은 ‘살아남으라’고 당부한다. 환상에서 깨어난 뒤, 여전히 날아드는 쇠뇌 공격에 여전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 로란의 당부처럼 그는 살아남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
당나귀 아론을 타고 메르시아의 단라스를 향하는 마법사 아리엔, 그녀는 머릿속에 무수한 상상의 나래를 펴며 ‘마법이 들지 않는 땅’ 메르시아에 대한 수상하고 불길한 소문을 떨치려 한다. 그러나 아론의 이상 행동과 함께 갑작스레 닥친 위압적인 기운에 억눌리듯 쓰러지고 만다.
오록스들을 이끄는 목동들의 행렬에 갑자기 검은 왕의 괴물이 공격을 가해온다. 이로 인해 어린 목동 제드가 죽임을 당하고, 검은 왕이 제드의 시신을 이용해 목동들의 우두머리인 유마에게 말을 건네온다. 아직까지 공물을 바치지 않은 데 대한 징벌이었다. 그러나 유마는 겁없이 검은 왕의 공물 요구를 거절하고, 검은 왕은 그 대신 다른 요구를 하는데…
이미 출판된 적이 있는 판타지 소설 『메르시아의 별』(현재 브릿G에도 부분 유료로 올라와 있다)의 후속작인 『메르시아의 마법사』는 전작처럼 3인의 시점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펼친다. 『메르시아의 마법사』는 여느 판타지 소설의 장황함 대신 간결하게 서술되는 사건 위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때문에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도 쉽게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으며, 스피디한 사건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서서히 드러나는 장대한 세계관은 이 작품의 크나큰 매력이라 하겠다. 아무래도 전작과 이어지는 부분이 많다 보니 본작을 읽기 전에 『메르시아의 별』을 먼저 읽는 것을 추천하나, 그러지 않더라도 충분히 이야기를 즐길 수 있는 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