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가 심한 두 딸을 위해서 부부는 귀촌을 결심한다. 하지만 정리해고 바람을 타고 희망퇴직을 한 후, 주인 없이 버려져 있던 고향의 집으로 돌아온 부부를 맞는 동네 사람들의 반응은 영 떨떠름하기만 하다. 지역 유지이자 군 의회 의원인 황태식은 집 근처의 고목을 가리키며 ‘저 나무는 신령이 깃든 당산 나무이니 나무 근처에 가지 말라’는 다소 뜬금없는 경고를 날린다. 당산나무를 잘라 땔감으로 썼다가 타 죽었다거나, 나무에 오르는 장난을 쳤던 철없던 아이가 갑자기 소아마비에 걸렸다거나, 당산 나무에 마귀가 씌었다며 나무를 도끼질했던 집이 수해 피해를 입어 일가족이 죽었다거나, 나무 옆 땅에 텃밭을 가꾸던 가족이 모두 암에 걸렸다는 증언들은 덤. 그러던 중 갑자기 아이들이 아토피가 심해지고 두통, 고열, 구토가 이어지는 괴질에 걸리자 아내는 영험한 무당에게 큰돈을 주고 굿을 하자고 나서는데……. 무당, 박수, 지역 유지, 말 많은 동네 사람들 등 온갖 전형적이면서도 개성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맡은 역할을 충실히 소화하는 노련한 연극배우들의 잘 짜인 공연을 보는 듯 꽉 찬 긴장감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반전은 다소 예측가능하나 결말은 충분한 재미와 만족감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