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연구소에서 야근 후 귀가하던 길에 불운의 교통사고를 당한다. 그 일로 함께 차에 타고 있던 사랑하는 이가 죽고 나는 실의에 빠져 연구소마저 그만두고 집 밖에 나가지 않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잠들기 전 유튜브에서 그녀와 자신이 좋아했던 음악을 듣다가 한 여성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음악에 삽입된 대사나 환청도 아니고 수리한 컴퓨터 문제도 아닌 오직 이어폰에서만 들려오는 신기한 목소리. 처음엔 당황했지만 이내 단순한 프로그램이라 생각하며 대화를 나누다가 뜻밖에도 위안을 얻어 사고 후 처음으로 밖으로 나갈 용기가 생긴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문이 열리지 않는데….
「이어폰」은 음악을 듣다가 이어폰에서 웬 목소리가 들려오는 다소 두려울 수도 있는 상황에서 시작하는 SF 로맨스 작품이다. 반전 자체는 대단히 새로운 설정은 아니지만, 그를 통해 전개에 복선을 촘촘하게 깔아 두고 엮어 내려고 한 작가의 솜씨를 엿볼 수 있다. 어떤 선택을 하든 비극적인 결말이 가슴 아픈 상실의 슬픔을 더욱 배가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