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의 실수로 만들어진, 주로 우울한 시기를 겪는 사람들에게 옮겨 다니는 존재다. 숙주(?)들이 행복을 되찾을 때쯤이면 다른 몸으로의 이주가 반복되었기에, 정신을 차려 보면 나는 또 다른 누군가가 되어 있었다. 그렇게 택견 사범, 배우, 뷰티미용과 학생 등을 거쳐 새로 이주한 몸은 ‘신나라’라는 이름의 여중생 소녀. 그러나 발랄한 이름과는 달리 학교에서 따돌림을 받는 처지였는데, 머잖아 나는 과거에 이주했던 몸과 신나라 사이의 연결고리를 알게 된다. 모종의 책임감을 느끼게 된 나는 모처럼 이 학생을 위해 제대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는데…
「신나는 나라 이야기」는 짧은 호흡으로 구성된 51개의 챕터와 각 장의 소제목이 반복되며 단편으로서는 이례적인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형체 없이 이 몸 저 몸을 이주하며 떠도는 감정의 존재를 상정해 여중생의 일상을 유쾌하고 발랄하게 펼쳐 보이는데, 흩뿌린 듯 무심하게 널려 있던 소재들이 점차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세심한 완결성이 인상적이다. 시종일관 입가에 미소가 머금어지는 것을 보면 4컷 개그 만화의 형식을 실험적으로 차용해 개그를 중요 요소로 생각했다던 작가의 의도는 다분히 성공한 듯싶다. 소심했던 여중생의 눈부신 활약이 펼쳐지는 본격 학원 택견 액션 개그 소설을 만나 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