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 1차 편집부 추천작

천년 묵은 구미호가 꼬리를 잃은 서글픈 사연

가문의 몰락과 초라한 제 인생에 절망하여 산속에서 자살하기로 결심한 한 선비가 있다. 산속의 구미호는 문득 측은함을 느끼고 그를 구해 자신의 거처로 데려오나, 구미호의 정체를 파악한 선비는 매몰찬 태도로 돌아가 버린다. 이대로 연이 끊어지나 싶었지만, 연달아 선비의 목숨을 구하는 일이 생기고 고달픈 처지가 안타까워 도움의 손길을 건네며 구미호는 선비의 삶에 관여하게 된다. 이윽고 마음을 연 둘은 부부의 연을 맺는다. 그러나 행복한 시간도 잠시, 왜군의 침략으로 전란이 발발하며 파국이 닥친다.

인간과 인간 아닌 존재의 비극적인 사랑은 드문 소재는 아니다. 그럼에도 「꼬리가 없는 하얀 요호(妖狐) 설화」는 임진왜란, 구미호, 논개 등 역사와 민담, 설화가 어우러진 전개가 무척 이색적이고, ‘나’와 ‘그대’의 인연을 회상하는 구미호의 목소리는 더욱 쓸쓸하고 서글픈 감정을 자극하며 강한 인상을 남긴다. 어리석은 선택임을 알면서도 되풀이해야만 하는 복잡한 감정과 못다 이룬 연모를 잇고 싶다는 기원이 아름답고 아련하게 그려지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