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1차 편집부 추천작

스스로를 사냥꾼이라 하는 여인의 기이한 여정이 맥동하는 동양풍 판타지

어릴 적부터 활을 잡아 다루는 데 영민했던 ‘비’는 빈곤한 시절 사냥으로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산길을 빗겨 오르내리는 특기를 지닌 비는 마을에서 수렵길에 나설 때마다 산 능선을 가로지르며 사냥감의 길을 끊는 일을 도맡는다. 제아무리 매서운 상대라 해도 담대하게 마주보고 기세를 겨룰 줄 아는 것, 그것이 바로 눈길잡이인 비의 역할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사냥을 일찍이 끝내고 마을로 돌아가려던 때, 비는 날렵한 몸체로 기묘하게 움직이는 짐승과 맞닥뜨린다. 사냥꾼의 감각에만 의지해 맨몸으로 짐승을 쫓아 나서지만 포획에 실패하고 돌아오는데 마을 분위기가 영 어수선하다. 초야의 마을에 적잖은 군병들이 와 있었기 때문인데, 그들을 통솔하는 젊은 군관 ‘서룡’은 비에게 유난스러운 질문들을 연달아 던지더니 비가 쫓다 놓친 영물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서룡은 비에게 거액을 선금으로 제시하며 영물을 잡아 오라는 청을 전하고, 비는 양껏 짐을 꾸려 부유한 사냥길에 다시 오르는데…

여인이 사냥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로 여겨지던 험준한 시절, 『이름 없는 겨울』은 타고난 본능과 감각으로 오롯한 사냥꾼으로 바로 선 여인 ‘비’의 역동적인 활극이 펼쳐지는 이야기다. 양민과 천민 사이에서 태어나 식견과 재주가 뛰어난데도 그를 펼칠 신분과 형편이 부족했던 비였지만, 출중한 능력을 앞세운 자신감과 기상만은 꼿꼿하게 펼쳐 보인다. 호쾌한 서룡을 비롯해, 의뭉스러운 월영, 아직 정체가 다 드러나지 않은 영물들의 존재까지 앞으로의 이야기가 다분히 많이 남아 있지만, 세공의 흔적이 깊이 묻어나는 고풍스러운 묘사와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처럼 잔뜩 힘이 들어간 대화들이 날카롭게 오가는 장면들은 단연 이 작품의 백미로 꼽힌다. 앞으로 펼쳐질 사냥꾼 여인 비의 여정을 고대하며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