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노동력을 로봇이 대체한 근미래. 치열한 취업 경쟁을 뚫고 입사한 회사에서 마찬가지의 이유로 일자리를 잃게 된 김지현 씨는 눈물겨운 시도 끝에 대형마트 캐셔로 재취업에 성공한다. 마트의 자동화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한 소수의 고객들을 위해 아직은 ‘인간 계산대’가 필요했던 것. 기술 혁명으로 고용 유연화가 극에 달한 사회에서 얼마든지 대체 가능한 인간의 노동권은 끝도 없이 추락했고, 대형마트에서 인간이 담당할 수 있는 일이란 온통 지리멸렬한 서비스뿐이었다.
기술혁명을 통한 인간의 노동 해방은 진정 실현이 가능할까? 내세울 것 하나 없는 평범한 인문학도 여성이 살아가는 미래 세대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혁명기 액받이 무녀」는 지극히 익숙한 주제를 다루지만, 숱하게 상상해 온 미래상 속에서 서사의 주체를 새롭게 발굴해 내는 데 의미가 있다. 특히 만연한 권력형 갑질과 각종 취업 비리가 불거지는 요즘, 기술혁명이 가져올 한국사회의 특수한 미래상은 더욱더 날카롭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