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G 오픈 첫 달에 추천되었던 작품 중 「우주를 표류한 어느 누군가의 기록」이 2월 베스트 추천작으로 다시 선정되었다. 브릿G에선 그간 인공지능을 소재로 한 작품이 세 편이나 추천되었는데, 「어느 우주인의 소원」과 「하이드」가 다른 두 작품이다. 납자루 작가는 그간 25편의 중단편을 올렸으며, 주로 SF이지만 장르를 넘나들며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다양하게 집필해 오고 있으니 그의 작품을 이번에 훑어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리라.
다시 보는 베스트 추천작
우주에 홀로 버려진 한 우주인의 극적인 생존 일기
2017년 2월 넷째 주 편집부 추천작
우주의 미아가 된 남자, 그리고 그녀(Her).
2037년, 화성으로 향하던 우주선이 갑자기 불어닥친 우주폭풍으로 난파된다. 선장을 비롯한 승조원은 모두 사망하고, 운 좋게 살아남은 ‘준’은 소행성에 불시착한 우주선에서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단지 이 우주선의 프로그래밍을 맡았다는 이유로 탑승했기에, 준은 우주경험조차 전무했다. 하지만 그는 영민한 두뇌로 살아남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을 착착 실행해 나간다. 생존을 위해 포집기를 복구시키고, 태양열 발전판을 손본 후, 유리온실을 만들어 자급자족 식량 재배를 한다. 이쯤 되면 독자는 앤디 위어의 소설 <마션>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의 재미는 이러한 ‘생존’에 맞춰진 게 아니다. 오히려 생존은 허무할 정도로 너무 쉽게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 즈음, 또 다른 주인공이 작품에 등장한다. 바로 프로그래머 준이 만들어낸 인공지능 ‘채시’다.
‘채시’는 여러 영화의 인공지능을 떠올리게 한다. 초반 무감정한 대화를 주고받을 땐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HAL 9000을 연상케 하고, 자아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는 인격체로 성장하는 부분에선 <채피>의 철부지 로봇을 떠올리게 한다. 물론 가장 근접한 건 역시 영화 <그녀(Her)> 다. 그리고 이 모든 영화들에서 얻을 수 있던 재미를 고스란히 이 짧은 작품 속에 녹여낸다.
우주에서 홀로 남겨진 사내가 자신이 만들어낸 인공지능의 사랑을 받게 되는 과정은 그야말로 흥미진진한데, 어떻게 보면 이 작품은 SF가 아니라 ‘우주적 로맨스’로 분류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짧게 일기 형식으로 풀어내기 때문에 가독성도 높고, 저자가 작품 속에서 벌어지는 여러 상황과 사건을 풀어내기 위해 충분한 개연성을 뒷받침하는 부분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