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첫째 주 편집부 추천작

SF 세계에 빠진 마이크 해머, 로봇 살인 사건을 추적하다!

셜록 홈즈와 마이크 해머가 시시하고 오래된 농담의 소재가 된 시대. 로봇이 모든 편의를 제공함으로써, 인간은 연금 수령자로 전락하고 로봇을 제공하는 기업은 국가보다 강력한 힘을 휘두른다. 그리고 자신은 ‘탐정이 아니’라고 말하는 이가 정부쪽 관리자의 의뢰를 받고 살인사건을 조사한다. 작중 표현을 빌린다면 ‘사지가 참혹하게 찢겨져 나가, 마치 성난 고릴라가 온 도시를 끌고 다닌 것처럼 보이는’ 살해 현장을 만든 건, 다름아닌 ‘자의식’을 가진 로봇이었다. 이러니 로봇의 생산자인 기업에겐 큰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으며, 그들을 견제하려는 정부에겐 좋은 건수를 잡을 기회인 것이다. 그리하여 화성 출신 여조수를 ‘왓슨’이라 부르는 등 시시껄렁한 농담을 즐기는 탐정 아닌 탐정은 이 미스터리한 사건에 첫 발을 내디딘다.

이 작품은 제목 <미래에서>가 주는 다소 부드러운 느낌과 달리, SF 하드보일드의 전형성을 두루 갖고 있다. 작중 화자가 되어 시종일관 시니컬한 서술을 읊는 주인공,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는 이상적 사회지만 오히려 인류는 삶의 의욕을 잃은 다소 디스토피아적 세계관, 정부보다 더 강력해진 기업의 폭정, 로봇에 의해 일어난 살인사건 등 대부분의 이야기가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바로 이러한 장르적 특성 때문이리라. 그래서 배경은 <블레이드 러너>를 연상케 하지만, 사건의 특성이나 소재는 <아이로봇>을, 주인공의 모습에선 <얼터드 카본>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이러한 낯익음이 작품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요소는 아니다. 오히려 이 작품에서 가장 칭찬해 주어야 할 만한 부분은, 이러한 익숙한 도구를 소재로 촘촘하게 쌓아올린 플롯이다. ‘나는 탐정이 아니다’라는 제목에서부터 6화까지 이르른 사건의 전개까지 쓸데없는 이야기는 가급적 덜어내면서도 독자에게 몰입할 수 있는 구성과 매력적인 캐릭터를 잘 배치했다. 특히 도입부에서 냉동인간에 대한 가짜 기사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독자가 SF 세계관에 녹아들게 한 부분이나, 핵심 인물을 뒤쫓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스릴감은 이 작품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이라 하겠다. 앞으로의 연재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