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통신 시절 ‘나’는 당시 유행하던 퀴즈방을 전전하다 우연히 ‘스무고개’라는 방제를 가진 대화방에 입장한다. 인원은 나를 포함해 단 네 명. 리더인 ‘여고’ 형을 비롯해 커플사이인 ‘로매’와 ‘민영’이 전부다. 퀴즈 하나를 출제한 것으로 발목을 붙잡혀 미스터리 동호회 총무 자리까지 덜컥 떠맡게 된 ‘나’는 나름의 훈련 원칙과 추리 기법을 지닌 모임에 흥미를 느끼고 참여하지만, 리더 격인 여고 형이 갑작스레 실종되면서 ‘스무고개’ 모임은 디지털 시대에서 명맥을 잇지 못한 채 결국 해체되고 만다. 그로부터 10년 후, 자잘한 알바로 생계를 충당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나’에게 낯선 전화가 한 통 걸려온다. 발신자는 당시 스무고개 모임에서 로케이션 매니저를 담당했던 ‘로매’. 그는 대뜸 부탁할 일이 있다며, 스무고개 모임을 다시 해 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전하는데…….
「스무고개」는 예민하고 밝은 감각을 지닌 청춘들을 사로잡았던 미스터리 동호회를 둘러싼 각종 사건담을 다룬다. 10년 전 유야무야 해체됐던 스무고개 모임의 재결성 여부를 놓고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두 가지 굵직한 사건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특정 묘사만으로 생동감 있게 살아나는 몇몇 인물들에 비해 거의 존재감이 없다시피 한 캐릭터간의 불균등함이 다소 아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인생의 어느 한때 낭만을 모조리 바쳤던 일에 걸림돌처럼 남아 있던 마지막 미스터리를 풀기 위한 이들의 여정은 짜릿하기 그지 없다. 구글맵 대신 네이버지도를, 아이메시지 대신 2G폰 문자메시지를, 유캐스트 채팅 대신 카페 쪽지를 활용하며 단서에 접근해 나가는 이들의 오래된 낭만은 다시 부활할 수 있을까? 서로 엮고 엮이는 이들의 미스터리한 날들을 직접 만나 보시길. 읽다 보면 클래식한 조합이 으뜸인 단팥빵과 우유가 당기는 것은 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