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1차 편집부 추천작

현실과 환상 속에서 방황하는 나그네들을 위하여

자연을 파괴한 인간이 지상에서 쫓겨나 500년 동안 지하에 은거해 온 시간이 있었다. 이제 겨우 지상으로 올라온 지 250여년, 조상들을 지상으로 이끈 초대왕은 자연이 허락하는 만큼만 개발하며 살기로 약속했고 자연은 인간을 위해 다시 땅을 내주었다. 이 지상에는 사용 허가를 받은 자연 환경을 유지하고 가꾸는 직업이 있었는데, 바로 정원사 또는 관리사라고 불리는 일이 그것이다. 이들은 왕실 정원사들의 중앙자연보호시스템을 필두로 각 4개의 시에서 물과 전기, 바람, 식물 관리를 담당한다. 주인공 ‘선이화’는 청(靑) 시에 소속된 2급 정원사로, 물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자잘하지만 특별한 능력이 있다. 5년마다 한 번씩 도시를 책임지는 가문이 바뀌고 이때마다 1급 정원사를 선발하는 추천제가 시행되는데, 요즘 이화의 최대 관심사 역시 자연의 일정을 직접 검토할 수 있는 1급 정원사가 되는 것이었다. 새로 부임한 시장과 추천제까지 신경 쓸 일이 넘쳐나는 와중에, 이화는 며칠 전부터 느껴지는 이상 현상이 불안하기만 한데……. 기억나지도 않는 책 내용이 문득 떠오르거나 사람들의 목 위로 줄이나 상처 같은 것이 보이는 등 이화에게만 특화되어 나타나는 문제였는데, 그러던 어느 날 강렬하게 그녀의 뇌리를 강타한 어떤 무의식으로 인해 이화는 결정적인 세계의 이면을 직시하게 된다.

「길잡이를 위한 모든 것」은 ‘꿈’을 주요 소재로 다루면서도 본연의 고유하고 독특한 세계관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자연과 인류에 대한 거시적 관점도 흥미롭지만, 꿈 납치, 나그네, 도깨비, 드림 콜렉터 등 꿈이라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직조되는 서사 설정의 면면이 굉장히 구체적이다. 특히 이 세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길잡이’의 역할인데, 이들은 현실과 흡사한 꿈속에서 나그네가 된 존재들을 이끄는 일을 한다. 현실이 고달파 환상 속으로 도망쳤는데 그 환상 속에서마저 열심히 살고 있는 당신이라면, 이 작품에 주목해 보자. 매력적인 세계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변 캐릭터들이 다소 어수선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지만, 세계를 복원시키기 위한 주인공 ‘이화’의 중대하고 담대한 모험은 더없이 흥미진진하다.